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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가동원전 스트레스 테스트 세부 시행계획'을 확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월성 1호기, 고리 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고 '부실한 지침과 평가'라는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시행 계획이 정해진 것이다.

이대로 전 원전 스트레스 테스트 지침이 시행된다면 22기 원전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상 안전성과 상관없이 면죄부만 주는 307억짜리 원전 안전성 홍보자료'라는 지적이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극한 상황에서 원전의 안전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도입한 방법이다. 유럽에서 먼저 시작됐다. 한국에선 박 대통령 공약을 기반으로 노후 원전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하지만 월성 1호기, 고리 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는 당초 취지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원전 안전 홍보용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안전장치 작동이 실패해서 심각한 방사능 누출이 예상되는 상황을 전제로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계획은 극한 상황의 중대사고 시나리오를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설정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이 계획은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무엇보다도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척도가 없다. 결국, 사업자의 평가를 받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다.

지진 재현 주기 역시 유럽에서 10만 년~1천만 년의 기준을 두는 데 반해, 우리는 1만 년으로 기준을 대폭 축소했다. 원전 사고 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주민 피폭과 방재에 대해서도 평가 기준이 없다. 무엇보다도 평가를 사업자가 직접 하게 하면서,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안전성 평가가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전력기술(주)가 한국수력원자력력(주)에 보낸 스트레스 테스트 용역 이의사항
 한국전력기술(주)가 한국수력원자력력(주)에 보낸 스트레스 테스트 용역 이의사항
ⓒ 박재호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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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국회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수차례 스트레스 테스트 지침의 공개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한국수력원자력(주)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침을 확정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행할 업체 선정부터 강행했다. 이에 국회가 8월 발주를 문제 삼자 보류하다가, 산업부가 경주 지진 후속 대책으로 전 원전 스트레스 테스트를 조기 추진한다고 발표하자 바로 다음 날 발주를 진행했다.

그런 가운데 민간업체와 함께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행해야 할 한국전력기술(주)이 한수원에게 '현 상태로는 스트레스 테스트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이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확인됐다. 양산단층이 재활성된 경주 지진이 일어난 상황에서 현재의 지침대로라면 양산단층을 포함한 최대지진평가를 할 수 없으며, 주요 구조물과 계통, 기기의 지진건전성 관련한 현장점검을 2년 내에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월성원전 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검증 당시 독립적인 민간검증단을 운영한 체계
 월성원전 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검증 당시 독립적인 민간검증단을 운영한 체계
ⓒ 원자력안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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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원전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외부전문가 자문과 원자력안전협의회 소통 체계
 전 원전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외부전문가 자문과 원자력안전협의회 소통 체계
ⓒ 원자력안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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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는 월성 1호기 때와는 달리 민간검증단 독립검증 과정을 아예 삭제해버렸다. 대신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원자력안전협의회와 소통하고, 관련 외부 전문가가 자문하는 것으로 정했다. 외부 검증 과정을 축소시킨 것이다. 유럽의 일부 국가들이 민간에 제3자 검증을 법제화시키고 있는 것에 비하면 한참 떨어지는 조치다. 이에 환경단체 등은 '법적 근거도 없고 안전성을 판단할 척도도 없는 현재의 부실한 지침으로 307억짜리 전 원전 스트레스 테스트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환경운동연합 홈피에도 게재 예정입니다.



태그:#원자력안전위원회, #스트레스 테스트, #원전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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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 전'핵없는사회를위한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월성원전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민간검증위원. 대한민국의 원전제로 석탄제로, 에너지전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기자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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