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시청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지난 3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시청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 JTBC


김구라의 표정이 유독 진지했다. 한 마디로, 경청 모드였다. "우병우 수석은 어디까지 알고 있었을 것 같느냐"는 물음을 두고 제작진은 '질문의 신'이란 수식을 부여했지만,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의 열변은 80여 분 동안 이어졌다. 시청자들도 다 안다. 이게 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덕분이라는 것을.

JTBC <썰전>이 빵 터졌다. 시청률 9.287%(닐슨 코리아 조사). 지난 3일, 80여 분간 방송된 <썰전>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특집으로 다루며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지난달 27일 직전 방송에서 기록한 자체 최고시청률인 6.132%를 갈아치웠다. 역대 최고 시청률이자, 종편 예능 최고 시청률이었다. 종편 예능사를 다시 썼다는 반응 일색이다. 제작진의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지만, 이것 역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덕분이다.

지난주, 유시민 작가의 일정으로 국민 최대 관심사를 한 주 미뤄 다룬 <썰전>에 쏟아진 관심은 유튜브 생중계 반응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동시 최대 접속자수가 6만 5천 명을 넘어 7만에 육박했다. 반면 동시간대 방송된 MBC <미래일기>는 1%대 충격적인 시청률을 받아 안았다. 이도 역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덕택이라는 걸 시청자들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이에 화답하듯, <썰전>의 제작진과 출연진은 열과 성을 다해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한 마디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총정리편. 과거사나 가십을 최대한 배제하고, 정치 현안에 밀착했다. 유시민, 전원책 두 출연진도 자신의 시각에 입각해 평가와 전망을 내놨고, 제작진도 방송 전날까지 급박하게 돌아갔던 관련 뉴스들을 놓치지 않고 반영했다. 비록, 방영 직전 전해진 최순실씨의 전격 구속과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소식까지 담아 낼 수 없었지만.

칼 간 <썰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총정리

 3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유시민 작가는 총리 제안이 들어오면 할 것 같다고 얘기하며 한 가지 전제 조건을 달았다.

3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유시민 작가는 총리 제안이 들어오면 할 것 같다고 얘기하며 한 가지 전제 조건을 달았다. ⓒ JTBC


"저는 총리하라고 하면 할 거 같아요. 국민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1년 4개월 정도 희생하는 거지. 단 대통령이 한 가지 명을 내려줘야 해요. '나는 의전만 할 테니, 총리가 모든 행정각부의 임무를 총리 본인이 책임을 지고 수행하시오'라고."

실시간 반응이 최고조에 달했다. 마침, 이날 오후 김병준 총리 내정자가 하루 전날 활짝 웃던 것과 정반대로 눈물을 떨구며 "노무현 정신" 운운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터였다. 그래서 더더욱 '유시민 총리'에 관한 댓글이 쏟아졌다.

그 만큼 유시민, 전원책 두 사람은 지금의 허탈한 심경을 토로하는데 가감이 없었고, 그에 반해 국정농단 사태의 수습조차 미흡한 박근혜 정부의 실정은 도드라졌다. 전원책 변호사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으로 뭘 하겠어요"는 그의 한 마디가 이를 대변한다.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이 녹화 방송으로 진행한 대국민사과부터 향후 대선 레이스 예상까지 정리한 이날 <썰전>의 '말말말'은 그래서 더 화려했다. 그 중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 이후 전격 수용할 것으로 알려진 검찰조사가 과연 유시민 작가의 예언(?)대로 진행될지도 관전 포인트였다. 그렇게 유시민 작가의 '폭주'는 인상적이었다. 보수를 대변하는 전원책 변호사가 비교적 수세적인 것에 비한다면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바뀌지 않아요."
"(검찰 조사를 받는다면)대통령 진술서를 누가 써줘요, 써줄 사람이 없는데."
"박 대통령 스스로가, 나를 포함해서 조(수)사해라 해야지."

전원책의 양비론에 유시민 "변호사님, 왜 자꾸 물타세요?"


 지난 3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양비론을 제기한 전원책 변호사를 향해 유시민 작가는 '물타기'라고 반박했다.

지난 3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양비론을 제기한 전원책 변호사를 향해 유시민 작가는 '물타기'라고 반박했다. ⓒ JTBC


한편, 보수정권의 무능력과 국정농단 사태에 일종의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전원책 변호사는 "(박 대통령의) 기본 지식을 의심할 수밖에 없어요"라면서도 "야당의 거국중립내각 주장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며 야당을 향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 운운에서 나온 자가당착은 실소를 금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버려야 하지만 일종의 기계적 중립(?)은 지켜야 한다는 보수 지키기의 발로였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사적 시스템을 동원한 것이 근본적 문제라는 유시민 작가의 발언에 "문민정부 들어서 역대 대통령 중에 그런 (공적 시스템을 잘 운용한) 사람이 누가 있었어요?"라고 반박한 대목이 특히 그러했다.

"대통령의 첫 번째 조건은 지식이에요. 두 번째는 용기, 정의감, 결단력, 그리고 용인술. 문민정부 들어와서 대통령에 합당한 지식을 가진 분이 한 분도 없었어요. 역대 대통령들의 지적 수준을 의심할 수밖에 없어요."

한 마디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공적시스템 운용, 그리고 자질이나 지식이 박근혜 대통령과 다를 바 없다는 기이한 양비론. 이에 대해 유시민 작가는 "왜 자꾸 변호사님, 물을 타세요"라며 황당해 할 만했다.

전 변호사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마주하며, 세월호 구명조끼 발언 등을 예로 들며 박근혜 대통령의 지식과 자질을 비판했다. 하지만, 별다른 근거 없이 기어이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까지 그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황당한 귀결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제 할 일을 다한 이날 <썰전>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대목이라 할 만하다. 진보/보수 프레임을 지켜내야만 하는 이 프로그램의 태생적 한계일 수도 있고.

<뉴스룸> <썰전> <그것이 알고 싶다>에 쏟아지는 관심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관련 제보를 받고 있는 <그것이 알고 싶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관련 제보를 받고 있는 <그것이 알고 싶다>. ⓒ SBS


재차 강조하지만, 이날 <썰전>은 총정리 수준답게 '하야'에서 '검찰 수사', 향후 대선 레이스까지 폭넓은 평가와 전망이 쏟아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기록적인 시청률로 화답했다. 그건, 3년 넘게 축적된 <썰전>의 노하우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한국 정치사의 유례없는 사건이 함께 빚어낸 결과일 것이다.

좀 더 시각을 확장해 보면, 이러한 <썰전>에 관한 관심이야말로 현재 시청자들의 시선과 수준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에 대한 반증이라 할 수 있다. 특히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은 물론 박근혜 정부 들어 막혀있던 '언로'를 향한 질타가 쏟아졌던 것을 감안하면, 지상파 뉴스의 무능과 의도된 외면을 기억한다면, 이 정치예능 프로그램에 쏟아진 폭발적인 관심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무한도전>이 그랬고, <옥중화>가 그랬다. 하필 둘 다 MBC 프로그램이다. 보도국이 안 하니 예능국과 드라마국에서 대신 하는 거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우회적인 풍자 말이다.

그리고 국민적 분노가 하루하루 높아가면서, '우주의 기운'과 같은 자막은 여느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이제 쉬이 볼 수 있게 됐다. 개별 프로그램들의 '풍자'의 기운이 다시 슬슬 용트림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도 좋을 것 같다.

이해는 간다. 지난 대선 정국에서 인기를 얻었던 tvN <SNL 코리아>의 '여의도 텔레토비'를 비롯한 정치풍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고, 급기야 청와대에서 CJ 이미경 회장에게 퇴진 압박을 넣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왜 tvN과 CJ 계열 채널이 그토록 '창조경제'를 부르짖었는지, 방송은 물론 CGV에서까지 '창조경제' 광고를 지겹도록 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는 소식이다. 그러니, 청와대가 직접 압박을 넣었던 지상파는 오죽했을까.

결국 보도국은 물론 방송사에 대한 압박을 일상적으로 가한 것이 드러난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시청자들의, 국민들의 억눌렸던 감정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폭발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뉴스룸>의 활약에, <썰전>의 기지에, <그것이 알고 싶다>의 우직함에 시청자들이 화답하고 응원하는 이유다. 그렇게 대통령이 자초한 희대의 사태 속에서,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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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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