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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이란 특별전이 2016년 10월 5일부터 11월 23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조선후기부터 근대까지의 미술 문화를 도시 공간과 연결지어 살펴보는 전시인데 조선왕조의 수도 한양은 17세기 후반부터 상업이 발달하고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크게 변모하였다.

도시의 문화가 나타났고 미술의 수요층이 넓어지면서 미술을 창작하고 향유하는 방식이 달라졌는데 미술가들은 새로운 생각, 취향 시장의 수요 등 달라지는 환경에 반응하고 변화를 모색하면서 근대를 향해 나아갔다.

제1부 '성문을 열다'에서는 변화하는 도시와 세상 밖 도시를 통해 옛 사람들이 꿈꾼 도시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고, 제2부 '사람들, 도시에 매혹되다'에서는 시정풍속, 도시풍류를 통해 도시 사람들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제3부 '미술, 도시의 감성을 펼치다'에서는 도시에서 새로운 미술의 수요층인 중인과 신흥 상인들이 미술시장을 형성하는 과정을 보게 된다. 제4부 '도시, 근대를 만나다'에서는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익숙한 과거와 낯선 현재가 혼재한 근대의 미술가들이 현실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화성전도 6폭 병풍,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화성전도 6폭 병풍 화성전도 6폭 병풍,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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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주목을 끄는 '정조가 꿈꾸었던 도시, 화성'이란 코너가 있다. 18세기의 계획도시이면서 개혁도시인 수원화성(華城)을 소개하면서 '화성성역의궤', '화성 춘 팔경, 추 팔경', '화성전도 6폭 병풍', '화성전도 12폭 병풍'을 전시하고 있다.

국립박물관 소장본인 '화성전도 6폭 병풍'은 보존처리를 끝내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인데 화성성역이 끝난 직후 제작된 큰 병풍 10좌 중 1좌일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화성성역의궤 권6 재용 하 실입 3편에 '사들인 그림병풍 및 당랑계의 병풍'이란 기록에서 "사들인 큰 병풍 3좌(비단 바탕에 화성전도를 그린 것 매 좌 값이 150냥), 행궁에 설치한 중 병풍 2좌(비단 바탕에 화성의 춘추팔경을 그린 것, 매 좌 값이 50냥), 분아한 큰 병풍이 6좌(비단 바탕에 화성의 전도를 그린 것, 값 100냥, 총리대신 1명, 당상 1명, 도청 1명, 책응도청 1명, 전 도청 1명, 잡물도청 1명, 이상이 각각 1좌), 부상의 큰 병풍이 2좌(1좌는 비단 바탕이고, 1좌는 종이에 그렸는데 그림은 위와 같고 값은 30냥), 분아한 중 족자 30벌(종이 바탕에 화성전도를 그렸는데 값이 5냥, 감독이 19명, 별간역 2명, 간역 4명, 경감관 5명에게 각각 1벌, 값 150냥), 도합 1430냥"이라 기록하고 있다.

화성전도 6폭 병풍 세부도, 화령전이 세워지기 전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화성전도 6폭 병풍 화성전도 6폭 병풍 세부도, 화령전이 세워지기 전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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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6년 10월 화성 축성공사가 끝나고 정리소에서는 화성성역의궤 편찬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와는 별도로 '화성전도 병풍'과 '화성의 춘추팔경 병풍'이 그려졌음을 알 수 있다.

비단 바탕에 화성전도를 그린 큰 병풍이 총 10좌, 종이에 화성전도를 그린 큰 병풍이 1좌로 화성전도 병풍은 총 11좌가 그려졌고, 종이에 화성전도를 그린 중 족자 30벌과 화성의 춘추팔경 16폭이 그려졌다. 이 그림들 중에서 세상에 알려진 것은 김홍도가 화성의 추8경을 그린 '한정품국', '서성우렵' 단 2폭만이 서울대학교 박물관에 남아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최초로 공개한 '화성전도 6폭 병풍'을 1796년 전후에 그려진 '원행을묘정리의궤의 화성행궁도(흑백)',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원행정리의궤도(채색)', '한글본 정리의궤 성역도의 행궁전도(채색), 화성전도(채색)', '화성성역의궤의 행궁전도(흑백), 화성전도(흑백)',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화성전도 12폭 병풍(채색)', '화성능행도 8폭 병풍 중 서장대성조도(채색), 득중정어사도(채색)'와 면밀하게 비교 검토해 보았다.

1820년 전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화성전도 12폭 병풍,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화성전도 12폭 병풍 1820년 전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화성전도 12폭 병풍,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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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화성행궁도'는 화성행궁만을 그렸고, '화성전도'는 화성 성곽과 팔달문 밖 향교와 장안문 밖 영화역만을 그리고 있어 '화성전도 6폭 병풍'과는 성곽 및 행궁의 건축물을 비교대상으로 삼았다. '화성전도 12폭 병풍'은 우측 1폭이 지지대고개에서 시작해 만석거와 영화정이 그려져 있고 좌측 끝 폭에는 대황교 넘어 까지 그려져 있어 전체적인 화성 주변의 산천을 비교할 수 있다.

'한글본 정리의궤 권48 화성성역 제9'에 "이때 계병을 나누어 주니 성역을 마친 뒤 화성 전체의 산천 성곽과 궁실 누대를 일일이 초본에 모사하되 봄, 여름, 가을 세 계절의 경치를 큰 병풍 세 좌에 각각 그려서 을람에 바치고..."란 기록으로 봤을 때 '화성전도 병풍'은 화성행궁, 전체적인 화성 성곽, 지지대고개부터 현륭원 근처까지를 한 화면에 담았을 것으로 보인다.

'화성전도 6폭 병풍'을 보면 전체적으로 단풍이 든 모습으로 가을을 그린 것이고, 지지대 고개에 '지지현(遲遲峴) 표석'과 '지지대 축대'를 그렸지만 '지지대 비각'은 없다. '지지현' 표석은 1796년, '지지대 축대'는 1795년, '지지대 비각'은 1807년에 세운 것이다.

괴목정교 근처에는 '미륵당', '경오(庚午)주필대', '경진(庚辰)주필대'가 보인다. 화성성역의궤와 화성지 기록과도 일치한다. 낙남헌 앞에는 화령전이 세워지기 전의 건물이 그려져 있는데 화령전은 1801년에 세워진 것이다.

한글본 정리의궤 화성전도 채색본, 화성성역의궤의 화성전도와 밑그림이 같은 것으로 보인다.
▲ 정리의궤 화성전도 채색본,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 한글본 정리의궤 화성전도 채색본, 화성성역의궤의 화성전도와 밑그림이 같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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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성역의궤 권2 절목'에 "포사(鋪舍)를 담장 안이나 성 위에 설치하는 것은 오로지 행궁을 보호하기 위한 것임. 돈(墩)이나 대(臺)를 산 위나 평야에 나누어 설치하는 것은 역시 급한 일이 닥쳤을 때 경보의 완급을 조절하기 위한 것임. 비록 평상시라 하더라도 안과 밖의 포사 6군데에 요즈음에 만든 법칙에 의해 각각 2명의 군졸을 두어 나누어 지키게 함. 돈대는 용연, 문암, 쑥고개, 거북산, 숙지산, 고양 등의 6돈(墩)에 각각 장교 1명, 군졸 2명씩을 정하여 늘 경계하고 지키게 함"이란 기록이 있는데, 숙지산에 외포사(外鋪舍)가 보인다. 숙지산 외포사는 화성전도에는 보이지 않지만 화성성역의궤의 기록으로 봤을 때 6돈(墩) 중 하나를 그린 것으로 보인다.

장안문 옆 북서포루(北西砲樓)를 보면 바깥쪽 지붕은 우진각이고 안쪽은 맞배지붕으로 그렸음이 분명하게 보이고, 만석거 북단의 여의교 물길과 남단의 수문 물길도 다르게 그렸다. '화성전도 6폭 병풍'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화성성역 이후인 1796년 10월 ~ 1801년 이전에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

한글본 정리의궤 행궁전도 채색본, 화성성역의궤의 행궁전도와 밑그림이 같은 것으로 보인다.
▲ 한글본 정리의궤 행궁전도, 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 한글본 정리의궤 행궁전도 채색본, 화성성역의궤의 행궁전도와 밑그림이 같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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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그려졌던 화성 춘추 8경 병풍은 중 병풍으로 폭 당 사이즈가 41.3 x 97.7cm이고, 대 병풍인 화성능행도 8폭 병풍(삼성 리움 소장본)은 폭 당 사이즈가 62.3 x 147cm이다. 화성전도 6폭 병풍은 폭 당 사이즈가 96 x 198cm 으로 화성성역의궤 기록에 있는 비단에 그린 대 병풍 10좌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화성전도 6폭 병풍'은 미술사 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수원화성과 화성행궁이 있는 수원에서는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유물인데 관계자들의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전문가의 눈으로 본다면 한눈에 보물로서의 그 진가를 알아볼 수 있는 작품인 만큼 관계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태그:#화성전도, #수원화성, #화성행궁, #화성전도 6폭병풍, #조선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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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가슴에 안고 살면서 고전과 서예에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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