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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족 중 누군가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그를 지지해야 한다.
2. 내가 군인이라면, 상관의 명령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를 따르는 게 내 의무이기에 지시에 복종하겠다.
3. 아무도 다치지 않더라도 역겨운 일을 하면 안 된다.

도덕심리학자이자 <바른 마음>의 저자, 조너선 하이트가 그의 동료들과 한 사이트를 만든 후 거기서 던진 32개의 질문 중 일부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답변하면 저마다 그래프를 그려준다. 당신이 어떤 도덕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말이다.

 2011년, 13만 2천여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한 도덕성 기반 설문(Moral Foundations Questionnaire) 결과ⓒ 웅진지식하우스
 2011년, 13만 2천여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한 도덕성 기반 설문(Moral Foundations Questionnaire) 결과ⓒ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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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답변한 13만2천명이 정치 성향에 따라 어떤 걸 중시하는지 보여준 게 바로 위 그래프다. 진보적일수록 배려와 공평성을 중시하는 반면, 충성심·권위·고귀함을 소홀히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보수적일수록 그 간극이 줄어드는 걸 알 수 있다.

이 그래프는 저자의 연구 중 일부에 불과하다. 심리학 교수인 그는 오랫동안 도덕이 무엇인지, 왜 사람마다 도덕을 다르게 해석하는지 연구했다. 그리고 도덕과 정치는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더 나은 정치를 위해서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왔다. 2008년 '진보와 보수의 도덕적 뿌리'를 주제로 말한 TED 강의도 그런 과정에서 나왔다. 그가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계기다.

보수-진보의 화합을 강조하는 저자지만, 실은 그도 예전엔 상대를 이해 못하는 '열성 진보파'였다. "자신의 팀(민주당)이 상대 팀(공화당)을 이길 수 있기만 바랐던" 사람이었다. 정치심리 연구를 시작한 것도 진보파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였다.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고도 부시가 재선된 걸 보고 보수파 국민을 이해해야 겠다고 생각했단다.

선거 승리라는 실용적 목표를 위해 시작했지만 저자는 곧 알게 됐다. 자신이 보수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걸. 그들이 중요히 여기는 가치를 그동안 몰랐다는 걸. 그 반성과 깨달음을 담은 게 바로 이 책이다.

보수와 진보가 화해하기 어려운 이유

 <바른 마음>은 그가 강연한 TED 세 편의 주제를 확장하고, 여기에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하여 엮어낸 책이다.
 <바른 마음>은 그가 강연한 TED 세 편의 주제를 확장하고, 여기에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하여 엮어낸 책이다.
ⓒ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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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사람마다 정치 성향이 다른 이유를 '마음'에서 찾는다.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건 논리적 정합성이 아니라 도덕성이라는 얘기다. 이때 도덕성 논쟁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좋고 싫음을 먼저 따진다. 저자는 이를 사후 정당화라고 표현한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감정적으로 도덕적 판단을 내린다. 도덕적 추론은 판단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후에 일어난다. 논변을 반박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 없는 이유다. 각자의 직관에 어긋나는 걸 믿으라고 하면 그들은 전력을 다해 빠져나갈 구멍을 찾을 것이다."

즉 도덕은 논리가 아니라 직관과 감정의 영역이라는 것. 보수와 진보가 그토록 화해하기 어려운 이유다. 특히 한국처럼 서로 화합했던 역사보다 적대시했던 역사가 길수록 더 그렇다. 상대방이 선의로 다가와도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 아냐' 하고 의심하고, 서로를 '다르다'고 보지 않고 '나쁘다'고 보는 경우가 많지 않나.

저자가 대륙을 넘나들며 '친남매가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고 아무도 피해를 보지 않았을 때 이들은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진 이유다. 서로의 도덕적 기준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그렇게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연구하면서 도덕성 기반을 나름대로 추리고, 보수와 진보는 각각 어떤 토대에 서 있는지 그렸다.

 각각 미국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를 받치는 도덕성 기둥
 각각 미국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를 받치는 도덕성 기둥
ⓒ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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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진보는 배려와 자유, 공평성을 중시하지만 특히 배려를 중요히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서 응징을 불편해 할 때가 많다. "응징한다는 건 누군가에게 해를 가한다는 뜻이기에 배려 기반이 활성화" 되는 탓이다. 대표적으로 사형제 반대가 배려 기반이 공평성 기반을 이기는 예다.

이에 비해 보수는 6가지 기둥에 골고루 기댄다. "보수 정치인이 유권자들과 더 폭넓게 연결될 수 있는 이유"다. 물론 성향마다 각 가치를 다르게 해석하긴 한다. 저자에 따르면, 보수는 자신의 집단을 위해 희생한 사람(참전군인이 예)에게 주로 배려심을 느끼지만, 진보는 타국 국민과 동물 등 더 넓은 범위에서 배려심을 느낀다. 보수는 기여한 만큼 보상받는 공평성을 중시하지만 진보는 평등하게 대우받는 공평성을 중시한다. 자유라는 가치도 보수와 진보에게 각각 반정부와 반권위주의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정치가 괴물이 되지 않으려면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태도,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가 없다면 대화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태도,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가 없다면 대화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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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보수와 진보의 마음은 다르다. 하지만 마음 안 맞는 이들이 함께 가야 한다. 공동체를 위해서다. 모든 공동체는 정반대되는 두 가지 위험에 노출된다. 지나친 전통 존중으로 사회가 경직되거나, 개인주의 심화로 협동이 불가능해지면서 사회가 와해되거나.

이를 막기 위해 보수와 진보는 균형을 이뤄야 한다. 둘은 서로를 갉아먹는 존재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존재다. 서로를 협력대상이 아니라 적으로 볼 때 정치는 괴물이 된다. 아주 간단한 문제도 정치쟁점화 되면 합의점이 사라진다.

정치가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하니 사람들은 정치를 혐오하게 된다. 정치 얘기를 쉬쉬하고 마음 맞는 사람끼리만 정치를 논한다. 각자의 진영은 더 단단해진다. 악순환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저자가 내놓는 제안은 두 가지다.

정치를 가지고 서슴없이 이야기를 나누기, 더 나아가서 상대방이 신성시하는 걸 따라가보기. 여기서 중요한 건 서로 무슨 얘기를 나눌지가 아니다. 어떤 태도로 얘기를 나눌 것인가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태도,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가 없다면 대화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물론 성향이 완전 다른 사람을 바로 이해하긴 어렵다. 당장 우리 마음이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건설적인 대화를 위해서 준비단계가 필요하다. 저자의 말처럼 "상대편의 누구든 한 번이라도 우정 어린 만남을 갖고 나면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기 훨씬 쉬워질" 것이다. 그러면 "논쟁거리를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그 다음에야 저자는 물론 우리 모두 바라는 '건설적인 싸움'과 '교양 있는 정치'도 가능할 것이다.


바른 마음 -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

조너선 하이트 지음, 왕수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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