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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28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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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하고 싸움하시는 거예요?"

손석희 앵커는 JTBC 보도부문 사장인 지금이나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진행 시절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지난 2004년 4월,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한 전화 인터뷰는 아직까지 '레전드'로 회자된다.

당시 손석희 앵커는 "경제 회생"과 관련된 질문을 하며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 집권 당시 IMF 환란 일어나지 않았느냐"고 걸고넘어졌고, 인터뷰이인 박근혜 대표가 "저하고 싸움하는 거냐"며 발끈한 것이다. 물론 '손석희 레전드' 시리즈는 여럿이다. 지난 2014년 5월,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정몽준 후보와의 화상인터뷰도 그 중 하나다.

"정 후보님 개인적으로는 가족분들 발언 때문에 좀 곤욕을 치르기도 하셨습니다. 거듭 사과도 하시고 해명도 하셨는데요... 그 질문은 제가 그래서 드리지 않겠습니다." (손석희)
"그렇게 하시면 (질문)하신 거나 다름이 없는데요. (질문) 하시죠, 뭐." (정몽준)
"아닙니다. 안 드리겠습니다. 다른 질문 드릴 텐데요. 부인께서 공직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을 당하셨습니다. 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손석희)

이어지는 인터뷰이 정몽준의 어이없다는 한숨. 할 말은 하고, 의표도 찌르며, 웬만해선 '좋은 게 좋은 거'란 질문은 건너뛰는 것이 '손석희 인터뷰'에 대한 세간의 평이다. '시선집중' 시절부터 그의 인터뷰는 한결 같았다. 28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 대표와의 인터뷰는 그런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다.

거듭해서 '명예로운 퇴진'과 '조기 대선'을 묻는 인터뷰어 손석희와 '촛불민심'과 '헌법'으로 껄끄러운 질문을 에둘러 가는 문재인 전 대표가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었다. 15분여에 걸친 이 생방송 인터뷰는 그래서 반응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었다. 이를 대변하듯, 박범계 더민주 의원과 박원석 정의당 전 의원이 방송 직후 SNS에 올린 글들의 톤도 사뭇 달랐다. 

"JTBC 손석희 진행자의 몇 차례의 확인 질문, 박통 하야 퇴진 이후 어떻게 할 거냐 ? 60일내 대선 치르도록 헌법 규정 있으니 내가 나갈 겁니다. 문재인 대표가 이렇게 대답했어야 하나요 ? 헌법과 국민의 뜻 외에 달리 뭐라 하지요?" (박범계 의원)

"트윗 등에 손석희 사장을 욕하는 멘션을 보니, 문재인 전 대표 오늘 JTBC 인터뷰는 지지자들조차 방어의 여지없이 답답하고 안습이었던 듯. 한 번의 인터뷰는 잘 할 수도 못 할 수도 있음. 그런데 왜 손석희 사장을 욕하는지... 인터뷰를 야멸차게 했다는 건가? 그럼 언론이 누구는 떠받들며 인터뷰를 해야 하나? 후보 검증도 모시고 해야 하나?" (박원석 전 의원)

'조기대선'에 '올인'한 손석희 vs. '촛불민심'으로 맞선 문재인

28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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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집요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날 친박계 중진 의원들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시사한 터였다. 이날 손석희 앵커가 네 번이나 비슷하게 질문하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건, 결국 '조기대선'과 관련한 문제였다.

이 시점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야권의 유력 후보가 직접 스튜디오에 나왔으니,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을 것이다. 또한, 관련해서 문 전 대표는 일찌감치 '명예로운 퇴진'을 먼저 거론했고, 이후 더민주의 당론이나 여타 대선주자들과의 회동 이후 탄핵과 퇴진이란 '투 트랙'에 동의했던 것도 사실이다. 손 앵커는 그렇게 "똑같은 질문을 계속"하고 있었다.

"똑같은 질문을 계속 드리게 되는데요. 왜냐하면 명확하게 말씀하지 않으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즉각 퇴진을 요구하셨습니다. 즉각 퇴진을 하면 법에 따라서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르게 돼 있습니다. 그게 법이라면 상황에 따라서 국민들이 다른 의견을 표출해 줄 거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솔직히 말씀드려서 이해가 잘 안 갑니다.

그러니까 문 전 대표께서 생각하시는 것은 즉각 퇴진을 하게 되면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을 치러야 되고 당은 거기에 대해서 대선 체제에 들어가야 된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그게 맞는 거 아닙니까? (손석희)

"그렇습니다. 우선 스스로 박근혜 대통령이 자진해서 물러나든 또는 탄핵으로 가든 그 경우에 구속 절차는 헌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그래서 헌법적인 절차를 따르면 그것이 기본인 것이죠. 그러나 그것을 넘어선 어떤 정치적인 해법들이 필요하다면 그런 것은 국민 여론이 만들어줄 것이라는 것이죠. 지금 이 단계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놓고 거기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너무 시기상조라고 보입니다." (문재인)

반면, 문재인 전 대표는 즉답은 피했다. 아니, 기본에만 충실했다고도 할 수 있다. '헌법적인 절차'와 함께 '촛불민심', '국민들의 공론', '국민들의 의견', '국민들의 의사'와 같은 표현을 반복됐다. 시각에 따라서는 중언부언이나 지나친 신중함, 준비되지 않은 모습으로 비쳐질 여지도 충분했다.

더욱이 "플랜B가 있느냐"는 질문에 문 전 대표는 "다른 플랜B를 생각하지 않습니다"라며 "그 경우에 정말 민심의 바다 속에서 국민들과 함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못 박았다. 유력 대권주자가 5차에 걸쳐 이어져온 '촛불집회'와 '국민들의 분노'에만 너무 매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청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이러한 인터뷰 분위기는 손 앵커와 문 전 대표가 비교적 짧게 주고 받은 문답 속에서 더 잘 묻어 난다.

집요했던 손석희, 즉답 피한 문재인 

28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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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진 자체가 명예로운 것이지 시점은 즉각이어야 된다 이런 말씀인가요?"(손석희)
"그렇게 생각합니다." (문재인)
"즉각 퇴진하게 되면 그다음에 벌어진 것은 조기 대선입니다." (손석희)
"어쨌든 헌법에 정해진 절차가 있으니 그 절차에 따르면 되는 것이죠. 그리고 필요하다면 국민들의 공론에 맡기면 될 일이라고 봅니다." (문재인)

"그러니까 법적인 절차가 즉각 퇴진을 해서 하야를 하면 그다음에는 60일 이내인가 대선을 치러야 되는데 그것까지 염두에 두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손석희)
"그렇게 헌법적인 절차가 규정이 돼 있고 그것이 만약에 다음 대선을 치르기 위해 무리하다면 더 합리적인 그런 결정들을 국민들이 공론을 모아서 해 주지 않겠습니까?" (문재인)
"헌법에 그렇게 정해져 있다면 국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안 모으고를 떠나서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을 해야 되는 건데, 그것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손석희)
"그렇습니다. 가장 기본은 헌법 절차를 따르는 것이죠. 그러나 또 상황에 따라서는 국민들의 의사를 존중해서…." (문재인)

"그 상황이란 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손석희)
"아까 말씀드린 대로 60일이라는 조기 대선이 갑자기 닥쳐와서 각 당이 제대로 대선을 준비하기가 어렵고 또 국민들이 제대로 또 후보를 선택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러면 당연히 국민들께서 그에 대한 의견들을 표출해 주실 것이고 정치권은…." (문재인)
"그러면 60일 이상으로 늦춰질 수 있다는 얘기인가요?" (손석희)
"아까 친박의 퇴진 표명소견은 그런 모색까지도 해 보자라는 뜻이 담겨 있지 않겠습니까?" (문재인)

다소 길지만, 인용한 이유가 있다. 인터뷰 사이사이 공방 와중에 전해지는 공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손석희 앵커의 의중을 짐작해 보면, "즉각적인 퇴진 후 조기대선이 현실화되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서의 소감과 현실적인 과제"를 묻고 싶었던 걸로 보인다. 반면, 문 전대표는 '헌법절차'와 '국민의 뜻'을 강조하고 반복하며 그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그 공방은 사실 지켜보는 입장에서 지루하고 피로감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했다. 행여, 손석희 앵커는 이날 <뉴스룸>에서 문 전 대표가 대선출마 의지와 발언을 다시금 확고하게 표명하길 원했던 건 건가. 그게 아니라면, 손 앵커가 이미 공언한 입장만을 반복하는 문 전 대표에게 다른 차원의 질문, 예컨대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법조인으로서의 경험을 살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의 비교나 검찰수사를 바라보는 입장을 물었다면 어땠을까.

문 전 대표 역시 맥을 다소 잘못 짚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이 시기, 전국민적 관심이 쏠린 <뉴스룸>에 출연을 결심했다면, 좀 더 준비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지난주 출연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처럼 사죄나 회생을 노리는 자리가 아니지 않은가.

출마 선언과 같이 센 발언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플랜B는 없다"라거나 "촛불민심"만을 반복해서 내세우는 모양새는 우유부단하게 비쳐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주 <썰전>에서 전원책 변호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보여줬던 단호함도 온데 간데 없었다. 최소한, 유력 대선주자로서 국민들에게, 그 '촛불민심'에게 정국을 안정화시키고, 주도할 수 있다는 신뢰와 구체적인 플랜을 제시하는 것이 맞았다. "개헌은 안 된다"는 모범 답안으로는 모자랐다는 얘기다. 

"내일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슬로건 대로 '열일'을 다한 <뉴스룸>, 그리고 칼을 간 손석희 앵커와 스튜디오에서 대면한 문재인 전 대표. 과연 이 인터뷰의 대차대조표 상 승자는 누구였을까. 그 판단이야말로 문 전 대표의 말마따나, '촛불민심'에 맡기는 것이 맞을 듯 싶다.  

28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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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문재인, #손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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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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