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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지난 19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서경석 목사.
 지난 19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서경석 목사.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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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세력의 핵심은 맥아더 동상 철거와 한미FTA 반대 투쟁을 주동하고, 광우병 촛불시위를 주도한 종북좌파 세력이다. 지금 이러다 문재인이 되면 안보는 절단이 나고 법치주의, 민주주의도 절단이 난다." (서경석 목사,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집행위원장)

TV조선이나 채널A 토론 프로그램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다. 지상파인 MBC에 버젓이 등장한 '종북좌파' 몰이다. 심지어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을 거침없이 '종북좌파'로 규정했다. 지난 19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은 '위기의 보수, 앞날은?'이란 주제를 놓고 벌인 '아무말 대잔치'나 같았다.

토론자부터 편파적이다.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묶어 놓은 것도 우습지만, 단순한 막말이 아닌 극우보수의 시각을 소신처럼 시종일관 쏟아낸 서경석 목사를 패널로 섭외한 제작진의 무모한 용기(?)가 가상할 정도다. 그나마 젊은 층이 50대(1963년생)인 조해진 전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반대 측 토론자 한 명이 없이 진행된 이날의 주인공 중 한 명은 초대받지 못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아래 민주당) 전 대표였다.

"문재인 대표만 하더라도 사드도 반대하고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서 김정은부터 만나겠다고 한다. 굉장히 충격적인 얘기를 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제대로 알면 찍을 사람이 거의 없을 걸로 보고 있다. 친북 종북파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안 찍을 겁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

"지금 문재인씨가 자기 입장이 완전히 명확한데, 종북좌파와 연대해서 북핵을 용인하겠다. 이번에도 문재인씨는 북핵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무조건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죽어도 북핵은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거든요. 그래서 이번 대선은 북핵 용인이냐, 북핵 폐기냐. 종북좌파 척결이냐, 종북좌파와의 연대냐 둘 중 하나로 결정되는 것입니다.

중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번에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 나가면 죽는 길 밖에 없습니다. 이 현실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고, 반기문씨도 이 사실을 정확히 알고 새누리당으로 와야 합니다." (서경석 목사,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집행위원장)

문재인의 본색이 '친북=촛불=혁명'?

지난 20일자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지난 20일자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 조선일보 온라인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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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문재인 포비아'다. 여기저기서 난타하고, '종북좌파'로 몰아댄다. 이미 '친노'와 '친문'은 '종북좌파'와 동급이다. "종북좌파 척결이냐, 종북좌파와의 연대"냐는 서 목사의 철지난 분단 이데올로기식 이분법이 여전히 작동 중인 셈이다. 그것도 맹렬히, 야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인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서.

"다음 대권을 노리는 민주당 문재인씨의 본색(本色)이 드러나고 있다."

MBC <100분 토론>의 서 목사 출연이 1회성 이벤트라면, '문재인 포비아'의 논리는 역시나 <조선일보>가 제공하고 있다. 그 선봉엔 아니나 다를까 김재중 고문이 서 있다. 김 고문은 지난 20일자 '혁명의 시작인가'란 제목의 칼럼에서 전국적으로 타올랐던 '촛불'을 '문재인류'로 규정하면서 "촛불이 좌파혁명의 길로 가고 있"다는 '선동'을 멈추지 않았다.

김대중 고문에 따르면, 문재인의 본색이 좌파혁명이란 얘기다. 김 고문은 "사드 배치 반대, 한·일위안부합의 및 군사정보보호협정 재검토 등 박근혜표 외교를 거의 백지화하더니, 드디어 '당선되면 북한부터 먼저 가겠다'며 친북 노선을 거리낌 없이 천명했다"며 "이번에 촛불 혁명의 힘으로 제대로 바꿔보자'며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탄핵을 기각하면 '다음은 혁명밖에 없다'고 했다"며 문 전 대표를 '친북=촛불=혁명'으로 연결 지었다. 

"문씨는 '최순실 게이트' 이래 헷갈리는 발언들을 해왔다. 때로는 엄청 강경했다가 때로는 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약속(?)하는 등 박 정부에 실망한 일부 보수층과 중도층을 겨냥한 '미끼'를 던지더니, 이제 촛불의 위력이 굳어지는 듯하니까 마침내 본심을 드러내는 것일까? 아니면 촛불을 총지휘하는 지휘탑이 그의 유연함을 연약함으로 질책하고 차기 대선의 왕관을 세상판 뒤엎기로 보상하기로 한 것일까?

어떤 경우든 이제 박근혜의 실정으로 야기된 '촛불사태'는 그 성격이 변질되고 있다. 촛불은 더 이상 박근혜 탄핵에서 멈추지 않는다. "촛불 혁명의 힘으로 (세상을) 한번 제대로 바꿔보자"는 것이고, 단순히 정권 교체에 그치지 않고 기존의 보수적 노선을 일거에 폐기하고 좌파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엊그제의 촛불이 박근혜 탄핵에 그치지 않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퇴진까지 요구하며 헌재의 심리를 협박하는 것은 이제 촛불이 좌파 혁명의 길로 가고 있음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결국 여론조사 1위인 야권 대선후보를 깎아 내리기 위한 치졸한 비방일 뿐이다. 박 대통령은 탄핵의 위기에 처했고, 황교안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의견까지 나온 마당에 친박/비박은 분당의 수순을 걷고 있다. 이 와중에 믿을 것은 '개헌'과 '반기문' 카드밖에 없다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김문수 전 지사가 "우리 당에 경쟁력 있는 주자들이 많다"고 한 것도 바로 이 김대중 고문 등이 주창하는 '개헌의 길'과 맥락이 닿아 있다. 제3지대를 토대로 야권 내 일부 개헌 세력과의 연합을 통해 '반민주당', '반문재인' 세력을 규합하는 것만이 그나마 보수세력 집권에 근접할 수 있는 위기의식의 발로인 셈이다.

이렇게 김대중 고문이 '문재인=혁명' 프레임을 지속적으로 덧씌우고, '개헌'을 "좌파의 '혁명'을 막는 길"이라 핏대를 세우 모습은 탄핵 정국과 새누리당 분당 사태란 위기에 봉착한 보수의 발악이라 할 수 있다.

한데 단순히 안쓰러워하기엔 문제가 심각하다. 박근혜 대통령이야 제 살길을 도모한다지만, 동일하게 격렬히 저항 중인 보수층이 먹잇감으로 선택한 인물이 바로 문재인 전 대표고, 이러한 무차별 공격에 전통적인 부동층이 흔들리고, 보수층이 결집하는 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저급한 저들에게 우리는 계속 품위를 지킬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송년 모임 참석을 위해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송년 모임 참석을 위해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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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12월 3주차 주간 집계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3.1%를 기록하며 8주 만에 1위를 탈환했다. 2.6%p 오른 수치로, 문재인 전 대표는 1.5%p 하락한 22.2%를 기록했고, 3위 이재명 성남시장은 11.9%,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8.6%를 기록했다. 비록 양자대결에선 문재인-이재명 모두에게 반 총장이 밀리는 결과를 보였지만, 반 총장이 퇴임연설과 민생행보, 사실상 대권 도전을 선언하는 시기에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동일 기간 그야말로 보수의 총공세가 펼쳐졌단 사실이다. 지난 19일 TV조선 <최희준의 왜?>에 출연한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조 대표는 지난 17일 문 전 대표가 울산 촛불집회에서 "4.19혁명, 6월 항쟁은 미완의 혁명이다. 시민혁명을 완성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두고, "지금 문재인씨가 말하는 혁명은 가만히 들어보면 이게 계급혁명에 가깝다"며 "저분이 공직에 있다면 말하자면 탄핵감"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문재인 포비아'가 제대로 작동한 경우라 할 만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를 두고 "'문재인 공격'의 삼요소인 '종북몰이', '혁명 알레르기', '정권이라도 잡은 듯이'를 모두 갖춘 셈"이라 일갈 한 바 있다. 지난주 내내 종편 패널들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문재인-이재명 이간질'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문재인 포비아', '문재인 죽이기'는 비박계가 공식화 한 바 있다. 박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앞둔 난 7일 비박계가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문재인 전 대표는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조갑제 대표의 "탄핵" 운운은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지지율 1위 야권 대선후보를 집요하게 흔드는 것도 정도가 있고, 품격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를 종북좌파로 몰아가고, 탄핵까지 운운하는 극우와 보수층에게는 이 정도도 무리인 듯싶다. 문제는 이러한 문 전 대표에 대한 종북몰이가 '촛불민의'까지 왜곡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종편은 이미 촛불집회를 진보-보수 프레임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보수의 격렬한 저항이 본격화되면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탄핵 정국을 통과하며 정권 비판적이었던 언론이 다시금 '대선정국'으로 태세전환을 하면서 진보/보수 프레임을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

지난 20일, JTBC <뉴스룸> 앵커 브리핑에서 손석희 앵커가 인용한 미셸 오바마의 말이다. 과연 미셸 오바마의 이 말을 우리가 계속 실천할 수 있을까. 대권만을 가리키는 종편과 보수언론, 보수층의 진보/보수 프레임의 공격 속에서, 촛불민심을 종북좌파로 덧씌우고 '문재인 포비아'를 전염시키려는 저급함 속에서 우리는 과연 품위를 지켜낼 수 있을까. 아니 지켜내야 할까. 

지난 20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지난 20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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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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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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