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 '위대한 유산' 특집에서 시인 윤동주의 이야기와 시를 바탕으로 힙합을 선보인 황광희(왼쪽)과 개코(오른쪽). 그들이 부른 '당신의 밤'은 음원 차트에서 꽤 오랫동안 상위권을 유지했다.

MBC <무한도전> '위대한 유산' 특집에서 시인 윤동주의 이야기와 시를 바탕으로 힙합을 선보인 황광희(왼쪽)과 개코(오른쪽). 그들이 부른 '당신의 밤'은 음원 차트에서 꽤 오랫동안 상위권을 유지했다. ⓒ MBC


작년 11월 16일, 무한도전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방송에 소개됐다. <역사X힙합 프로젝트 - 위대한 유산>이라는 이 프로젝트는 국내 유명 힙합 뮤지션들과 무한도전 멤버들이 짝을 지어 하나의 노래를 만들어 공연을 하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개코, 송민호, 비와이. 도끼, 지코, 딘딘 총 6명의 유명 뮤지션들은 각각 멤버들과 짝을 짓고 팀별 주제를 선정해서 곡을 만들었다.

약 한 달이 넘은 후 12월 31일 공연장에서 각 팀은 자신들의 작품은 선보였고, 누리꾼들은 "믿고 보는 무도 음원"이라고 열광하며 모든 음원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던 곡은 윤동주 시인의 이야기로 풀어낸 개코와 광희의 '당신의 밤'이었다.

'당신의 밤'은 개코와 광희의 랩, 피처링으로 참여한 오혁의 보컬이 잘 맞물려서 좋은 곡이 됐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윤동주 시인의 시가 그 자체로 아름다운 문장이었고, 시인의 삶 그 자체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실제로 그런 모습이 대중들에게 전해져서 좋은 평가를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평생을 부끄러워하면서 26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 윤동주 시인의 삶은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커다란 울림을 준다. 오늘 준비한 영화 이준익 감독의 <동주>(2015)다.

우리의 부끄러움을 일깨운 영화 <동주>

 영화 <동주>의 스틸 이미지 및 포스터.

영화 <동주>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배우 강하늘의 목소리로 삽입하며 관객의 감수성을 자극했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동주>는 일제 강점기 당시 윤동주 시인과 그의 사촌 송몽규 열사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이다. 먼저 말하자면 이 영화는 항일 독립투사의 모습을 그린 것도, 애국심을 자극하기 위한 신파도 아니다. 단지 일제 강점기 두 청년의 우정과 삶, 고뇌, 그리고 시를 담담하게 담아낸 영화다. 또한, 흑백영화가 잔잔하면서도 진중한 감성이 영화 전반에 잘 묻어있다. 중간중간 동주역의 강하늘의 독백으로 시인의 시가 나오는데, 영화에 내러티브와도 잘 어우러져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제작비 5억의 저예산 영화로, 흥행이 걱정된다던 이준익 감독의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손익분기점이었던 27만 관객 수를 훌쩍 넘기고 누적 관객 수 117만2641명으로 대중에게 호평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평단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으며 2016년 11월 청룡영화제에서 극본상과 몽규 역의 배우 박정민이 신인 남우상을 받았다.

사실 나에겐 윤동주란 이름 석 자는 교과서에서나 익숙한 이름이었다. <동주>를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암울한 조국의 현실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서 오는 시인의 부끄러움이 내게 느껴졌다. 계몽운동을 하며 국민의 의식 수준을 향상해야 한다던 명망 있는 지식인들도 변절하던 시기, 조선어로 시를 쓰고, 교련 수업을 거부하는 등의 방식으로 저항하지만, 시인에겐 그마저도 부끄러운 행동이었나 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주목해야 할 인물이 있다. 동주의 동갑내기 사촌 형 몽규다. <동주>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독립 운동가 송몽규 열사를 역사 속에서 끌어냈다. 청소년 시절 이미 '술가락'이라는 콩트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될 정도로 문학에 재능이 있었지만, 몽규는 억압된 조국 해방을 위한 일에 더 몰두한다. 영화 전반부 이러한 몽규에게 묘한 질투심을 갖는 동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몽규는 동주의 시를 누구보다 진정으로 인정하고 이해한다. 하지만 이상을 위한 사고의 차이로 동주와 갈등한다.

우리 모두가 몽규는 될 수 없어도

 영화 <동주>의 스틸 이미지 및 포스터.

치열하게 싸우는 몽규를 보며 동주는 부끄러워 한다. 그 부끄러움은 우리 모두가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해방이 되기 1년 전 몽규는 '재교토 조선인 학생 민족주의 그룹 사건' 혐의로 검거되어 동주와 함께 형무소에 수감되어 징역 2년형을 받는다. 동주와 몽규는 모두 동일한 고등 형사에게 심문을 받는다. 같은 죄목이지만 둘은 상반된 태도를 보인다. 자신의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서류에 서명하며 몽규는 한스러운 목소리로 오열한다. 자신이 조금만 더 잘했으면…. 조금만 더 열심히 했다면 거사를 치를 수 있었을 터라고 말이다.

동주는 고등 형사의 말을 듣고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부끄럽다고 말한다. 이런 세상에 태어나서 시를 쓰길 원하고 시인이 되길 바랐다며 말이다. 항상 앞장서지 못하고 단지 몽규의 그림자처럼 숨어만 지내기만 한 자신은 독립운동을 위해 죄조차 짓지 못했다며 자책을 한다. 그리고 얼마 후 동주는 형무소에서 맞은 이상한 주사의 후유증으로 결국 사망한다. 그리고 얼마 후 몽규도 곧 숨을 거둔다.

2016년 11월 10일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에는 윤동주 시인의 일화와 함께 '병원'이란 시가 언급됐다. 아래의 시는 윤동주 시인의 '병원'이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당시 사람들은 모두 환자였고 자신의 시를 통해 사람들이 조금은 치유되기를 간절히 바랐던, 하지만 매 순간순간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끼며 살아간 시인.

모든 사람이 영화에 등장하는 몽규처럼 용감하고 정의를 위해서 뛰어들 수는 없을 것이다. 분명 굳건한 신념과 초인적인 노력, 그리고 희생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영화 속 동주도 몽규를 닮지 못해서 부끄러움을 느낀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어보겠다. 2017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과연 진정한 의미의 부끄러움을 느낀 적이 있을까. 진정 자신을 성찰하고 우러나온 마음에서 생겨난 부끄러움 말이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의 한 구절로 오늘의 글을 마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영화 <동주>의 스틸 이미지 및 포스터.

대규모 자본이 투여된 블록버스터가 난무하는 영화계에서, 저예산 영화임에도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이끌었던 <동주>. 이준익 감독의 걱정은 기우였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덧붙이는 글 강한결 시민기자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에서 글쓰기 콘텐츠 동아리 Critics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Critics의 페이스북 페이지와 춘천지역 주간지 '시민과 동행하는 신문' <춘천사람들>에서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동주 송몽규 서시 영화 부끄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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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에서 글쓰기 동아리 Critics를 운영하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하고있습니다. 춘천 지역 일간지 춘천사람들과도 동행하고 있습니다. 차후 참 언론인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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