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시즌 이후 은퇴를 공표한 삼성 이승엽

2017시즌 이후 은퇴를 공표한 삼성 이승엽 ⓒ 삼성 라이온즈


뺨을 에이는 찬바람이 불고 거리가 얼어붙는 계절이다. 이맘때 쯤이면 다수 야구팬들은 간절하게 봄을 기다린다. 야구에 대한 갈증으로 새로운 시즌의 개막을 학수고대하는 것이다. 열성 야구팬들 만큼이나 2017시즌의 개막을 기다리는 선수가 있다.

바로 삼성 라이온즈의 전설이자 두말이 필요없는 KBO리그의 홈런왕 이승엽이다. 올해 42세가 된 이승엽은 예년과는 또 다른 심정으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95년 프로야구에 데뷔한 이승엽은 데뷔 3년 만에 홈런왕을 차지하며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스타로 도약했다. 이후 괴물같은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며 그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대기록을 차곡히 써내려갔다. 야구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조차 홈런왕하면 이승엽을 떠올릴 정도였다.

98년 이후 외국인 타자들의 등장으로 인해 국내 거포들이 주춤할 때에도 이승엽은 굳건했다. 외인 타자들과의 홈런 경쟁에서도 당당히 승리하며 '국민타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승엽이 아시아 신기록(한 시즌 홈런 56개)을 세운 2003년에는 심정수(현대, 53개)와 각각 50개가 넘는 홈런을 때려내며 진정한 '홈런 레이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KBO리그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홈런 경쟁을 펼쳤던 이승엽과 심정수

KBO리그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홈런 경쟁을 펼쳤던 이승엽과 심정수 ⓒ 삼성 라이온즈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고 일본에 진출한 뒤에도 이승엽의 인기는 계속되었다. 비록 KBO리그 시절만큼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국민타자에 대한 국민적 애정은 여전했다. 이승엽이 부진할 때 조차 국내 팬들은 꾸준히 그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이에 이승엽은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나 올림픽같은 국제대회에서의 맹활약으로 화답했다. 최근 국제대회의 사례에서 보여지듯 해외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로 뛰며 국제대회에 빠지지 않고 참가하는 것은 선수의 의지가 확고하지 않은 이상 쉽지 않은일이다.

부침이 심했던 일본에서의 9년을 정리하고 친정팀 삼성으로 돌아와서도 그는 건재했다. 과거의 그는 중심타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했지만 복귀 후에는 달랐다. 중심타자일 뿐 아니라 팀을 지탱하는 든든한 맏형이었다. 이승엽의 합류 이후 삼성은 3년 동안 통합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9년 만에 삼성으로 돌아온 노장 이승엽은 후배 선수들과의 자연스러운 융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냈다.

9년 만에 삼성으로 돌아온 노장 이승엽은 후배 선수들과의 자연스러운 융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냈다. ⓒ 삼성 라이온즈


불혹이 된 지난해에도 이승엽은 3할-27홈런-118타점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근심거리가 생겼다. 바로 9위까지 떨어진 소속팀 삼성의 성적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대기록을 하나하나 새로 써가며 본인의 은퇴 계획에 걸맞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소속팀의 성적은 이승엽이 은퇴 계획을 수립하며 예상했던 것과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

이승엽이 입단한 1995시즌 이후 삼성은 꾸준하게 강팀이었다. 이승엽은 팀 선배 양준혁과 함께 젊은 타선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며 리빌딩의 주역이 되었다. '홈런왕' 이승엽이 주역이 된 삼성은 항상 상위권을 유지했다.

 

1997~2015시즌까지 이승엽의 성적과 삼성의 순위. 이승엽이 홈런왕에 오른 97년 이후로 삼성은 항상 포스트 시즌에 진출해왔다.(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1997~2015시즌까지 이승엽의 성적과 삼성의 순위. 이승엽이 홈런왕에 오른 97년 이후로 삼성은 항상 포스트 시즌에 진출해왔다.(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이승엽은 생애 첫 홈런왕을 차지했던 97년부터 팀의 중심이었다. 이승엽이 중심이 되었던 97년부터 삼성에 돌아와서 뛴 2015년까지 삼성은 줄곧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간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2번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승엽의 삼성이 약팀이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런 이승엽에게 2016시즌 9위라는 성적은 낯설기만 하다. 지난해 삼성 타선은 이승엽을 포함 4번 최형우와 신성 구자욱등이 분발하며 여전히 건재했다. 그러나 선발,불펜 가릴 것 없이 무너진 투수진이 문제였다. 마운드가 무너진 2016년의 삼성은 하위권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42세가 되어 은퇴 시즌을 맞이하는 이승엽이지만 그의 어깨에 놓인 짐은 그 어느때보다 무겁다. 헐거웠던 마운드는 선발 차우찬의 이탈로 더욱 악화되었다. 리그 중상위권을 유지하던 타선마저 최형우가 이탈하며 약해졌다. 이미 오래전 물려준 4번 타자 자리로 이승엽이 다시 복귀해야 할 형편이다.

 2006 시즌 홈런 순위. 호세는 42세의 나이로 홈런 2위에 올랐다. 이승엽의 42세 시즌은 어떨까?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2006 시즌 홈런 순위. 호세는 42세의 나이로 홈런 2위에 올랐다. 이승엽의 42세 시즌은 어떨까?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그간 42세의 나이로 왕성하게 활약을 한 야수는 거의 없다. 규정 타석을 채우고 활약한 선수는 외국인 타자 호세 한 명 뿐이다. 국내 선수로는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조차 없다. 이승엽 이전에 전설이었던 양준혁,이종범 모두 팀의 중심에서 한 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42세의 이승엽은 다시 팀의 중심에 섰다. 정규시즌 5연패의 신화가 무색하리만치 지난해 속절없이 9위로 추락한 삼성이다. 거기에 주요 FA 선수들마저 이탈했다. 이승엽이 아무리 고군분투하더라도 그 혼자만의 힘으로 삼성을 다시 강팀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KBO리그의 야신 이승엽. (출처: 프로야구 야매카툰 '진짜 야신을 찾아서'편 중)

KBO리그의 야신 이승엽. (출처: 프로야구 야매카툰 '진짜 야신을 찾아서'편 중)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하지만 이승엽은 선수생활동안 기적같은 장면을 수차례 연출한 바 있다. 이승엽이기에 가능했던 기록과 순간들은 어느새 그의 커리어가 되었다. 다시 한번 이승엽은 기적을 일으켜 삼성의 자존심을 회복시킬 수 있을까?  KBO리그 사상 가장 위대한 국민타자의 마지막 시즌을 주목해 보자.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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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정민 필진/ 김정학 기자) 이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했습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상시모집 [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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