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올림픽공원 SK핸드볼전용경기장에서 2017 한국핸드볼리그가 개막하였다. 지난 시즌과는 다르게, 남자부는 5팀 여자부는 8팀으로 이루어져 출발한다. 따라서  더 많은 팀 수와 경기 수를 뛰어야 하는 부담감이 있지만, 양적으로 리그가 팽창하였다는 것은 우선 주목해야 할 일이다.

흥행 역시 나쁘진 않았다. 2층은 거의 빈 좌석이었지만, 1층의 가변석은 남은 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관중들이 열띤 응원과 함께 경기를 관람하였다. 물론 그 중에는 선수 가족 일행도 있을 것이고 단순히 핸드볼이라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일일 방문을 한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비교적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되는 핸드볼에 이런 관심을 가져 주는 팬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핸드볼 업계는 힘이 날 것이다.

핸드볼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 생각보다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준 것을 볼 수 있었다

▲ 핸드볼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 생각보다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준 것을 볼 수 있었다 ⓒ 서원종


홍보와 수익, 그 사이 구단의 딜레마

관심은 충분히 끌었다고 할 수 있는 경기이지만, 이것이 과연 수익성이 있는 사업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우선 이날도 그렇지만, 핸드볼 경기는 '실업'리그로서 티켓값을 받지 않는다. 상업성이 전혀 없는 고등학교 야구조차도 티켓값을 받는 현실에 세미프로인 핸드볼 리그가 티켓값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굳이 핸드볼 리그에서 관중을 받고자 하는 의도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핸드볼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 목적인지, 혹은 조금이라도 수익을 내고자 하는 것이 목적인지를 말이다. 현실적으로 핸드볼을 알리는 것이 우선이긴 하지만, 그것을 목적으로 지금까지 달려왔다면, 핸드볼협회의 운영 방식은 낙제점을 받아도 무방하다. 영화 '우생순'이 많은 관심을 받으며 대우가 많이 달라지기는 하였으나, 아직까지도 비인기의 수렁에서 나오지를 못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라도, 관중들에게 전혀 입장료를 받지 않는 것은 엄연한 문제가 있다. 기업구단도 일부 있지만, 대다수의 구단들은 서울시청 등과 같이 지자체 소속이다. 구단들은 세금으로 구단을 운영하기 때문에, 그러한 세금을 조금이라도 절약하기 위해서 입장료를 받아야 한다.

여기서 구단들은 딜레마에 빠진다. 애초에 핸드볼리그는 수익성을 노리고 꾸려진 리그가 아니지만, 굳이 입장료를 받기 시작하면 지금까지 일부러 경기장을 찾던 극소수의 팬들 조차 찾지 않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4대 프로스포츠를 포함한 여러 프로리그와, 내셔널리그와 같은 세미프로 즉 실업리그가 존재한다. 한국 최고의 프로스포츠라고 불리는 야구조차도 매년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에, 세미프로에서 흑자를 낸다면 기적에 가까울 것이다. 이에 많은 세미프로 구단들은 입장료를 아예 받지를 않거나 정말 소량을 받음으로서 오직 홍보만을 목표로 리그에 임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것은 잠시 잊고, 이런 구조를 바꿔야 할 혁명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고교야구의 예를 들자면, 고교야구는 성인 기준으로 3천원 정도의 입장료를 받는다. 구장과 대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통상적으로 아주 비싸도 1만원이 넘어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찾는 사람은 꾸준히 찾는다. 물론 대다수는 학부모 및 동문이겠지만, 아마추어 야구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꾸준히 야구장을 찾는다. 고교야구가 할 일은 그렇게 '꾸준히'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실업리그는 성인들로 이루어진 리그이기 때문에 학교로 관중들을 묶을 수는 없겠으나, 현재의 '시청' 프레임을 살려 지역 연고제로 관중을 묶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날 열린 서울시청과 부산시청의 경기에서, 응원구호는 단순히 '파이팅' 이 아닌 '서울'과 '부산'이었다. 1980년대로 돌아가는 느낌이 없지않아 있으나, 이러한 시도라도 행하지 않는다면, 영원한 비인기 리그로 남게 된다. 개막이 지나고 리그 중반으로 접어들면, 점점 관객은 없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게다가 지역 연고로 묶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서울시청은 SK핸드볼경기장이라는 좋은 경기장을 연고로 하면서,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홍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을 하면서, 시민들이 구단의 정체를 모른다면 세금 도둑 그 이상과 이하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몇 팀은 대학 체육관에서 경기를 하고, 몇 팀은 시민체육관에서 경기를 한다. 기업구단도 있긴 하지만, 대다수가 시민과 함께하는 구단들이다. 결국엔 시민과 융합해야 하는 운명을 한국 핸드볼리그는 타고 난 것이다.

어떤 것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것과 알고 있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다. 존재를 모르고 있다면, 그 대상은 곧 잊혀질 것이다. 하지만 존재를 알고 있다면, 사람들은 한 번쯤 관심을 가지고 그것에 대해 찾아보게 된다. 그만큼 홍보가 중요하고, 동시에 지금의 핸드볼리그는 홍보 자체가 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단돈 1천원이라도 티켓 요금을 받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는 종이티켓조차 끊고 있지 않지만,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종이티켓이란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상징물이다. 이런 것들을 하나 둘 개선해 나간다면, 비록 세미프로일지라도 프로배구 이전의 실업배구 시절과 같이 좋은 인기몰이를 할 수 있는 충분히 잠재력 있는 스포츠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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