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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김부겸 의원은 '청년기본소득법'을 대표 발의했다. 청년기본소득법은 만 19~29세에 해당하는 청년에게 매월 20만~30만 원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물론 조건은 있다. 성남시에는 '3대 무상복지' 정책이 있다. 청년 배당, 교복지원금, 산후조리지원금. 서울시에도 '청년 수당'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오준호 작가
▲ 오준호 작가 오준호 작가
ⓒ 오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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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최근 기본소득 정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시민단체 '기본소득 한국 네트워크'가 2009년부터 활동하기 시작했고, 대선 주자들이 복지 공약으로 기본소득의 취지를 살리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기자는 책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를 최근에 출간한 오준호 작가를 지난 3일 만났다.

오 작가는 기본소득의 연구가 언제부터 한국에서 시작됐는지 설명했다.

"한국에서 최초로 기본소득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사회당'에서 연구하면서였습니다. 이후 진보정당 사람들과 학자들 위주로 논의가 진행되다가 2007~2008년에 민주노총까지 기본소득 연구를 하기 시작하면서 논의가 더욱 확장됐습니다."

보편적 복지의 개념에서 기본소득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오 작가는 기본소득에 대한 원칙과 대전제를 각각 세 가지씩 제시하며 개념을 설명했다.

"기본소득은 말 그대로 국가가 국민 개개인에게 기본적인 소득을 직접 주는 것이에요.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해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하고 알리고 있는 '기본소득 지구 네트워크'에서 합의한 원칙과 대전제가 있습니다."

대원칙
1. 배제없이 개인에게 준다.
2. 심사없이 준다.
3. 받는만큼 뭔가를 해야할 의무를 부여하지 않는다.


대전제
1. 현금으로 준다.
2. 정기적으로 준다.
3. 충분하게 준다(실효성).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은 기본소득의 대전제에서 벗어나 있어

기본소득을 연구하는 학계나 시민단체에서 이론적으로 구상하는 기본소득의 이상향과 현실적인 정책으로 구현되는 기본소득의 내용에는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격차를 줄이고 절충하는 것이 중요한데 오 작가는 '부분 기본소득'과 '보편 기본소득'의 개념을 분류해서 부분 기본소득으로 접근하는 것은 동의할 수 있지만 기본소득의 대전제를 벗어나는 기본소득 정책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분 기본소득과 보편 기본소득으로 나눌 수 있어요. 보편 기본소득은 전국민에게 주는 것이고. 부분 기본소득은 취약 연령대에 주는 것인데요. 예컨대 취약 연령대를 20세~25세까지라고 했을 때 그 나이대에 해당되면 빈부를 따지지 않고 심사없이 주는 거죠. 노인연금이나 청년수당, 아동수당이 그런 것이죠. 이게 부분 기본소득인데 이런 정도라면 정책 시행 초기단계에서 동의를 얻어가는 과정으로서 이해해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전제 차원에서 어긋나지 말아야 하는데... 서울시의 청년수당처럼 심사를 하고 사후평가를 하고 걸러내는 식이라고 하면 기본소득의 대전제에서 벗어나는 거예요."

"기본소득을 단순히 알리는 시기는 지났다고 봅니다. 이제는 정책화-제도화의 시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본소득의 대전제에서 어긋나있는 정책에 대해서는 그게 올바른 방향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대전제에 맞는 방향으로 기본소득 논의가 흘러갈 수 있도록 정치권을 압박하는 게 중요하구요."

서울시에 전화해서 청년수당 정책에 대해 물었는데 심사와 선별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지민 서울시 청년정책담당관은 청년수당 수혜 조건과 심사를 설명했다.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하는 만 19세~29세 청년이어야 합니다. 근무시간이 주 30시간 미만이어야 하구요. 본인이 직접 신청하면 '선정심사위원회'에서 심사 후 선정합니다. 선정 기준은 '미취업기간/부양가족/가구소득'으로 따지구요. 청년 수당은 취업 및 창업 활동비로 사용해야 하고 한 달에 한번 사용 내역 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당연한 권리 차원으로 봐야하는 복지

책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 책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책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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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에 대한 개념 정립이 중요하다. 오 작가는 한국 사회에서 복지에 대한 인식이 매우 왜곡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복지를 주권자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나 양질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취업 노동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거죠. 그래서 여기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을 다시 등 떠밀어 취업시장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것이 복지의 목적처럼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취업시장에서 해결하지 못 하는 부분만 정부의 복지로 해결해준다, 뭐 이런 겁니다. 그게 바로 '잔여적' 의미이고 시장에서 일을 못 하는 사람만 '선별'해서 복지 혜택을 준다. 즉 잔여와 선별의 원리로 필터링을 만들어서 복지수혜자를 걸러내는 것이죠."

문제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살기 팍팍하다는 것이다. 그런만큼 복지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근데 지금 사람들이 너무 절실하게 생존 차원에서 더 많은 복지를 원하고 있으니까, 원하는 사람은 많고 예산은 한정되어 있으니 그것을 걸러내긴 걸러내야 하니까 복지 수혜 요건이 더욱 엄격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래서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현재의 '선별과 잔여'라는 시각으로 접근하면 심사는 점점 더 엄격해질 수밖에 없고 종이 한장 차이로 탈락자가 발생하고 공정성 시비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선정 기준을 더욱 좁히게 됩니다.

즉 선별 기준이 존재하는 한 더욱 좁게 갈 수밖에 없어요. 그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선정하면 뒷말이 나오기 때문인 거죠. 애초에 선별 기준을 없애면 없애는 거지 기준을 세우는 순간 벽을 더 높일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욱 불쌍한 티를 내야하고 불쌍함 콘테스트가 열리는 거죠. 기본적인 시각 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것이 하나의 권리이고 주권자로서 누려야할 당연한 대가라고 봐야하죠. 지금 제도권에서는 이재명 시장 정도가 그 개념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국민이 낸 세금을 다시 되돌려 받는 것이지 절대 공짜로 받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증세'를 말하자

- 어찌보면 한국, 일본, 중국, 미국은 경제적 규모는 선진국이지만. 그 안에 살아가는 개개인은 매우 힘들어 하잖아요. 노동, 주거, 의료, 음식, 교육, 교통 등과 같은 기본적 생계 분야를 상당 부분 이상 온전히 시장에 맡겨놨기 때문인 것 같은데. 결국 시장에서의 강자, 즉 돈 많은 사람에게만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경제 민주화나 재벌 개혁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최근 유승민 의원이 저부담 저복지에서 중부담 중복지로 가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시장에 맡겨놨던 영역을 좀 축소하고 국가가 개입하는 영역을 좀 늘리자는 주장이잖아요. 기본소득 개념에 비춰서 보면 어떤가요?
"기본소득론자들은 그것을 더욱 뛰어넘어 고부담 고복지로 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결국 '증세' 문제로 넘어가는 것이죠. 사실 증세를 빼고는 보편 복지를 논할 수가 없습니다. 증세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해야 기본소득과 관련된 관심이 커질 것이고 실효적일 수 있을텐데. 가장 앞서있는 이재명 시장조차도 부담스러우니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에게서 세금을 올리자는 보편 증세 얘기를 꺼내긴 힘드니까요."

- 단돈 1만원의 소액이라도 소득세를 모든 국민이 내야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개세주의를 말하는 건데. 그것이 먼저 정립되어야 내가 냈으니 돌려받는다는 생각도 나올 것 같습니다.
"체험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복지 수혜를 받은 체험이 없으니까. 복지를 위해 쓴다고 하더라도 세금을 더 내는데 거부감이 있습니다. 조세 저항이죠. 요즘 촛불집회에 나가서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요. 내가 광장에 나가서 힘을 보태니 대통령이 탄핵이 되고 중앙 정치의 방향이 바뀌는구나 하는 그런 효능감인데. 마찬가지로 복지 수혜의 효능감이 확산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성남시나 서울시에서 청년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이 실제 어떻게 느끼는지 그것을 들어보면서 작은 만족감을 찾아내고 이것을 널리 알리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이재명 시장이 강하게 복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것은 실제 성남시에서 해보니 효과가 있었으니 그런 겁니다. 성남시에서 청년배당을 받은 청년들이 좋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실제 수혜자들의 효능감이 중요합니다."

청년들 중 상당수는 당장 등록금에 생활비를 버느라 알바에 시달린다. 가정형편이 넉넉지 못 한 청년들은 알바를 안 하면 코너에 몰린다. 어쩔 수 없이 알바를 하는 것이다. 오 작가는 돈이 필요한 이유도 결국 시간과 여유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청년들이 원하는 건 어찌보면 시간입니다. 시간을 원하죠. 일주일에 서너 개의 알바를 하다보니 시간이 없어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고 그래서 구직에 실패하고 그러다보니 또 공부를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시간이 더욱 지나가서 나이가 들고 그러면 두려워지고. 뭔가 인생을 긴호흡으로 바라보며 전망을 그려볼 여유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돈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여유와 시간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일종의 '시간 주권'이 필요합니다."

- 어쨌든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신지 묻고 싶습니다. 먼저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있습니다. 예컨대 성남시 청년 배당으로 말해보면 연간 100만 원 분기 25만원이면 한 달에 8만~9만 원 선을 받는데. 이 조금으로 실제 청년들의 삶이 얼마나 나아지겠냐는 비판입니다.
"그니까 사람들이 그 돈 10만 원이라는 것을 기회비용으로 생각을 해요. 그게 아니라 그거 안 주면 아무 것도 없는데 그 돈을 주는 거예요. 그게 진짜 사람들이 쉽게 빠지는 논리적 오류같은 건데요. 지금 사회보장이 더 급하지 기본소득이 급한게 아니라고들 합니다. 보수 진영에서는 복지보다 안보가 먼저라고 말합니다. 뭐 이런 겁니다. 사실 사람들은 그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이미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대체 관계가 아닌데 대체 관계로 가져가려고 합니다.

우리 삶에는 여러가지가 동시에 필요해요. 치안, 안보, 주거, 의료. 지금까지 우리는 공공 복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뤄왔지만 현금 기본소득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제 조금씩 주고 있는 단계입니다. 1만 원만 줘도 1만 원만큼의 효용이 있어요. 10만 원을 주면 엄청나게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그것에 대해서 효과가 없다고 주장을 하려면, 그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이 효과가 없다는 증언을 한 데이터가 있으면 또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돈이 있었기에 휴대폰 요금을 냈고 그 돈이 없었다면 못 했을 것들을 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100만 원과 200만 원의 차이보다 0원과 10만 원의 차이가 훨씬 큰 겁니다. 없다가 생겼으니까. 그래서 기회비용으로 생각하거나 대체 관계로만 보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기본소득 안 준다고 공공 복지가 더 잘 된다는 것도 아니잖아요."

서울시 청년수당 제도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 반론하는 서울시 청년 정책팀
▲ 서울시 청년수당 제도는 포퓰리즘일까 서울시 청년수당 제도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 반론하는 서울시 청년 정책팀
ⓒ 서울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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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퓰리즘 아니냐는 비판은 항상 나오던 얘기입니다. 노골적으로 사람들에게 돈을 준다는 것은, 너무 원하는 것을 그대로 들어주는 것 아니냐. 뭐 이런 겁니다. 보수 진영에서 이 카드를 빼놓지 않고 매번 구사하긴 하지만 어떻게 답변하실 건가요?
"이것은 민주주의를 위한 권리 차원으로 봐야 합니다. 도대체 포퓰리즘의 개념이 뭘까요. 개념부터 명확히 했으면 좋겠어요. 국민 대다수가 절박한 현실에 놓여있고 복지에 대한 수요는 보편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포퓰리즘도 있는 것입니다. 국민 대다수가 시대 흐름에 따라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발현인 것이지 포퓰리즘으로 폄하할 게 아닙니다."

취업을 상정해놓고 기본소득 지급하는 것은 문제

- 김부겸 의원이 1월 31일에 '청년기본소득법'을 발의했습니다. 앞선 두 지자체 사례보다는 월 지급액이 좀 높아졌지만 비정규직 취업자와 실업자로 수혜 조건을 국한시켰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우리 입장에서는 기본소득이라고 보긴 어려워요. 대전제에서 어긋나 있기 때문입니다. 취업을 상정해놓고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가장 문제에요. 이왕 하려면 조건없이 청년에게 다 주면 얼마나 좋습니까. 실제 구직 활동을 안 하거나 가족 노동으로 살아가는 친구들도 많은데 그런 친구들은 애초에 받지도 못 하잖아요. 국회 차원의 논의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기본소득의 대전제에서 벗어나지 않게 했으면 법안 발의 취지도 더 살고 좋았을 겁니다."

- 가처분소득을 늘리자고 다들 말합니다. 공공사회보장을 통해서 국가가 국민의 필수 지출 비용들을 최소화시켜 주자는 방향과 기본소득을 줘서 직접 쓸 돈을 많게 해주는 방향. 이렇게 두 가지가 있다면. 양자택일은 아니겠고 둘 다 같이 가야겠지만. 일종의 균형과 시소게임을 해야한다고 했을 때 그 밸런스는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요?
"기본소득 지구 네트워크에서도 공공사회보장과 기본소득은 같이 가야한다고 말을 합니다. 의료비와 주거비가 살인적인데 기본소득만 준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선택의 자유 측면에서 봐야합니다. 막말로 극단적으로 국가가 사유재산을 다 거둬들인 다음에 모든 분야를 다 책임지고 돈 한푼 안 쓰도록 해준다면 그게 좋은 사회일까요? 아니잖아요. 사회주의 국가도 아니고. 공공사회보장과 기본소득은 함께 가되, 선택의 자유 측면에서 기본소득을 늘려가야 합니다."

기본소득 정책을 도입하고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와 국회 입법안까지 있기 때문에 앞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특히 가시화되고 있는 조기 대선 정국에서 대선 후보들 간의 복지 논쟁을 하게 되면 반드시 기본소득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단순히 무조건 도입해야 하거나, 도입을 무조건 막아야 할 차원으로 볼 게 아니라 합리적인 토론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서 지금 시대에 맞는 합의안이 나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 기본이 안 된 사회에 기본을 만드는 소득

오준호 지음, 개마고원(2017)


태그:#기본소득,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오준호, #오찬호,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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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에서 국회 출입 정치부 기자로 활동했고, 그 이후로는 광주로 내려와서 독립 언론 <평범한미디어>를 창간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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