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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차기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유력 대선주자와 관련한 책이 연일 사림들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오마이뉴스>는 특별기획 '책에서 만난 대선주자'를 통해 인물에 대해 깊은 정보 뿐만 아니라 새로운 리더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보려고 합니다. 시민기자로 가입하면 누구나 '책에서 만난 대선주자'를 쓸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대선주자들이 잇따라 책을 출간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대한민국을 묻는다>를 펴내며 북콘서트를 열어 지지를 호소했고, 안희정 충남지사도 두 권의 책으로 세몰이에 나섰다.

상대적으로 책을 많이 써낸 이는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그는 <이재명의 굽은 팔>,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 <이재명은 합니다> 등 총 세 권의 책을 출간했다. 지지기반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약한 이재명 시장으로서는 책을 적극적인 홍보의 수단으로 삼은 듯하다.

지난 1월 출간된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는 표지의 파격이 돋보인다. 천편일률적인 인물사진에서 벗어나 팝아트 이미지를 활용했다. 젊은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184쪽 분량에 정치, 경제, 복지, 평화를 다 담으려다 보니 미흡한 점이 눈에 띈다.

<이재명의 굽은 팔>은 공부 모임 '해와 달'에서 각계 전문가와 토론한 내용을 실었다. TV토론에 나선 이재명 시장이 유독 데이터에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철저한 과외를 받았던 셈이다.

 <이재명은 합니다> 표지
 <이재명은 합니다> 표지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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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시장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보고 싶다면, 자전적 에세이 <이재명은 합니다>를 추천한다. 가난한 어린 시절 공장에서 일하며 장애를 입고 자살까지 시도했던 굴곡진 삶, 인권변호사가 되어 시민운동에 가담했던 일, 두 번의 낙선 후 성남시장에 당선되어 정책을 수행하며 겪은 고난과 경험 등 자신의 인생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그 과정 속에서 국민의 행복을 담보하는 공정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치인으로서의 생각과 고민도 함께 담았다.

이재명은 사법연수원 시절 우수한 성적임에도 불구하고 왜 변호사를 지망했을까.

"꽤 이름 난 변호사 한 분이 특별 강사로 초청되어 열띤 강연을 펼쳤다. 그는 부산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의 생생한 체험담을 젊은 후배들에게 들려주었다. 열정과 진심이 묻어나는 뜨거운 강연이었다. 그의 이름은 노무현이었다. 강연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뜰 수 없었다. 가슴 속에서 또 하나의 결심이 다져지고 있었다. 나도 저분처럼 인권변호사가 되리라." - 본문에서

사법고시에 합격한 이후 이재명의 어머니는 그가 판사나 검사가 되길 원했다. 심지어 고향인 안동지청에서 검사 시보로 일할 무렵에는 지청장으로부터 검사 체질이라는 칭찬(?)을 듣기도 했단다.

이재명도 변호사 시보나 판사 시보로 일할 때보다 검사가 자신의 체질에 어울린다고 느꼈지만, 노무현 변호사의 특강을 같이 들은 사법연수원 노동법학회 동기들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었다 한다. 결국, 그는 지방자치단체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성남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다.

이재명을 잘 설명하는 별명이 있다면 아마도 '싸움닭'일 게다. '성남시민모임'을 결성한 그는 본격적으로 시민운동에 나섰는데, 싸움닭의 대표적인 일화가 '파크뷰 특혜 분양 사건'이다.

분당의 상업지구를 주상복합 아파트로 용도 변경한 이권 사업이었다. 이재명과 성남시민모임 회원들은 유인물을 만들어 파크뷰 용도 변경의 부당함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이재명에게 온갖 음해와 협박, 회유가 쇄도했다. 그가 가스총을 사서 휴대하고 다닐 정도였다.

KBS 추적 60분까지 취재에 나서게 된 파크뷰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풀리기 시작한다. 추적 60분에 공개된 녹음 파일을 갖고 기자회견을 열었던 이재명을 당시 성남시장인 김병량이 고소한 것이다.

내용인즉슨 이재명이 추적 60분 PD를 사주해 검사를 사칭, 무단으로 녹음했다는 것이다. 경찰을 피해 강원도에 은신했던 이재명은 결국 붙잡혀 구속되지만, 11일 만에 벌금 150만 원 형을 받고 풀려난다. 이 일은 지금도 '파크뷰 사건의 전과자'로 낙인 찍힌 이재명의 흑역사다.

이재명은 책에서 빈곤한 유년기, 장학금과 생활보조금으로 버텨낸 대학 생활, 시민인권운동, 출마와 낙선 등 굴곡진 버니 샌더스의 삶에서 동질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과 같은 출사표를 남겼다.

"나는 '성공한 대한민국의 샌더스'가 되려고 한다. 샌더스처럼 패배의 쓰라림 속에서 성공의 전략을 배웠고, 패배 뒤에 성공이 있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두 차례의 당선을 통해 이미 그것을 체험했다." - 본문에서

이재명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흙수저보다 못한 무수저'로 포지셔닝을 잘한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성남시를 모라토리엄에서 졸업시키고, 다른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는 등 성공한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의 면모도 보여줬으니 말이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사이다' 같은 행보로 눈길을 끈다. 하지만 사이다는 순간적으로 톡 쏘는 시원함을 선사하다가도 뚜껑을 열어두면 금세 탄산 성분이 빠져나가서 밍밍해진다. 대한민국의 버니 샌더스가 되려면 부정과 부패, 불의에 대한 날 선 비판 정신이 무뎌지지 않게 노력해야 할 테다.

"내가 말하는 정치혁명이란 그저 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아니다. 수천만의 사람들이 정치적 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매체의 본질을 바꿔서 수많은 사람들의 애로사항과 고통을 다루게 만드는 일이다. 선거운동은 그저 표를 얻고 당선되는 일 이상의 무엇이어야 한다. 사람들을 깨우치고 조직하도록 돕는 일이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앞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정치의 역학관계를 바꿀 수 있다." – 버니 샌더스


이재명은 합니다 - 무엇을 시작하든 끝장을 보는 사람, 이재명 첫 자전적 에세이

이재명 지음, 위즈덤하우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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