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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을 이용해 촬영한  송도 모습
 드론을 이용해 촬영한 송도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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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잡초로 가득 덮인 언덕이 보이죠. 옛날에는 보리, 목화 등을 재배하던 곳이지만 지금은 지어먹을 사람이 없어 전부 묵혔어요. 옛날에는 고기도 많이 잡히고 농사도 잘 돼 돈섬이라고 불렸지만 지금은 농사도 안 짓고 고기도 별로 안 잡혀요."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에서 송도로 가던 배에서 만난 할머니 얘기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발간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의하면 조선 후기에 진주 강씨가 섬에 들어올 당시 섬에 소나무가 무성하였기 때문에 송도로 불렀다고 한다. 서쪽에 위치한 구릉지(최고 높이 89m)를 제외한 대부분의 섬을 개간해 소나무가 거의 없고 밭으로 변했었지만 지금은 농사를 짓지 않아 잡초만 무성했다.

섬을 돌아다녀보면 규모가 작은 대부분의 섬에는 경작할 만한 곳이 거의 없다. 하지만 송도의 경우는 다르다. 경작 가능한 땅이 완만하기 때문이다. 토질이 비옥해 '식도(食島)'라고까지 불린 송도 주민들이 농사를 거의 짓지 않는 이유는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났기 때문이다. 

동경 127°46′, 북위 34°37′에 위치한 송도는 면적 0.91㎢, 해안선 길이 5.8㎞의 작은 섬이다. 교통도 편리하다. 돌산대교가 연결돼 육지가 돼버린 돌산읍 중심 군내리와 직선거리로 400여미터 떨어져 있고 군내리와 송도를 오가는 송학호가 하루 7편이나 왕래하기 때문이다. 군내리와 가까운 주민들은 해저에 수도관을 설치해 상수도물을 마신다. 

송도항 모습으로 배 뒷편에 왜가리 집단 서식처인 장구도가 보인다
 송도항 모습으로 배 뒷편에 왜가리 집단 서식처인 장구도가 보인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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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골목길 모습으로 반듯한 집들이 보여 부촌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송도 골목길 모습으로 반듯한 집들이 보여 부촌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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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속도서로는 북쪽에 상증도와 하증도, 남쪽에는 장구도 등이 있으며, 화태도, 자봉도 등이 인접해 있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섬은 동서방향으로 뻗어 있다. 서쪽에 우뚝 솟은 구릉과 경작지 사이에 지구대 형상을 한 저지대에 70여 세대 2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논은 없고 밭 0.35㎢, 임야 0.55㎢인 섬주민의 주산업은 농업과 어업이다. 농산물은 서류를 비롯하여 마늘·맥류·시금치·무 등이 있다. 주요 수산물은 감숭어·낙지·톳·바지락 등이 있고, 남쪽 해안에서 굴과 홍합 등의 양식을 하고 있다. 특히 주섬인 송도와 부속섬 장구도 사이에는 대규모 가두리 양식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동네를 돌아보니 반듯하고 예쁜 집들이 많아 부촌이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방파제 앞에 가니 10여명의 주민들이 낙지주낙을 만드느라 바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틀 하나에 180개가 들어가는 낙지주낙은 중국에서 수입한 게 2마리가 기본이다. 게 2마리를 고무줄로 묶어 1마일 정도 되는 줄에 매달아 바다 밑에 내려놓고 배를 끌고 다니면 낙지가 먹이로 알고 감쌀 때 끌어올려 잡는다고 한다. 머리에 수건을 쓰고 고개를 숙인 아주머니가 "돈이 되느냐?"는 물음에 대답했다.    

송도 선창가에서 낙지주낙을 만들고 있는 주민들
 송도 선창가에서 낙지주낙을 만들고 있는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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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 미끼인 낙지주낙을 만들고 있는 주민의 손 모습.  게 두 마리가 한세트로 중국에서 수입한 게를 고무줄로 묶는 모습
 낙지 미끼인 낙지주낙을 만들고 있는 주민의 손 모습. 게 두 마리가 한세트로 중국에서 수입한 게를 고무줄로 묶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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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주낙 한 틀에 180마리가 들어가고 완성에는  보통 1시간이 걸린다. 틀 하나 완성하면 5천원을 받는다고 한다
 낙지주낙 한 틀에 180마리가 들어가고 완성에는 보통 1시간이 걸린다. 틀 하나 완성하면 5천원을 받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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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뉴스에 나오면 자식들이 난리니까 얼굴은 찍지 마세요. 틀 하나 완성하면 5천 원인데 손이 빠른 사람은 한 시간 걸리지만 느린 사람은 더 걸려요. 이걸로 용돈을 마련하는데 '조금' 때만 하니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밖에 안 하니 돈이 되겠어요?"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물때를 알아야 한다. 달과 태양의 인력에 의해 일어나는 조석간만의 차가 최대인 때를 '사리'라 하고 최저인 때를 '조금'이라고 한다.

송도에서 180m 떨어진 부속섬 장구도는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고 양쪽이 볼록 튀어나온 모습이 장구를 닮았다. 장구도 주위를 맴돌며 시끄럽게 떠드는 새 이름을 묻자 왜가리라고 한다. 한 주민이 설명했다.

송도에서 180미터 떨어진 장구도에는 왜가리 수백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울창했던 소나무숲이 왜가리 똥으로 고사하고 있다고 한다
 송도에서 180미터 떨어진 장구도에는 왜가리 수백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울창했던 소나무숲이 왜가리 똥으로 고사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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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구경을 마치고 군내항으로 돌아오면서 촬영한 군내항 모습. 군내항은  돌산읍 중심지다
 송도 구경을 마치고 군내항으로 돌아오면서 촬영한 군내항 모습. 군내항은 돌산읍 중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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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왜가리들이요? 잡새예요. 사람이 가면 놀라서 하늘로 날아올라 하늘이 안 보여요. 새똥 때문에 소나무가 말라죽어갑니다."

어민들이 왜가리를 잡새라며 미워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왜가리가 가두리 양식장에 들어가 고기를 훔쳐 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쳐놓은 그물망 옆에서 왜가리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송도 앞바다에는 가두리 양식장이 가득했다. 뒤에 보이는 나즈막한 능선은 과거엔 주민들의 경작지였으나 지금은 아무도 경작하지 않아 잡초만 우거졌다.
 송도 앞바다에는 가두리 양식장이 가득했다. 뒤에 보이는 나즈막한 능선은 과거엔 주민들의 경작지였으나 지금은 아무도 경작하지 않아 잡초만 우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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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와 가까운 화태도를 잇는 화태대교가 보인다
 송도와 가까운 화태도를 잇는 화태대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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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서 고대구리어업(소형기선저인망어업)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송도는 고대구리어업이 금지되며 활기를 잃었다. "정부에서 고대구리를 못하게 해 못살게 됐다"고 투덜대는 주민들의 불평을 들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았다.

환경오염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기씨를 말리는 고대구리사업은 바다생태계를 파괴한다. 어민 소득증대를 해치는 사업인데 당장 눈앞에 보이는 돈만 생각하는 어민들 생각이 옳은 것일까?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송도, #여수, #군내리, #식도, #왜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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