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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안희정은 JTBC 뉴스룸에 출연하여 손석희 엥커와 대담을 나누었다.
▲ 안희정의 '선의' 지난 20일 안희정은 JTBC 뉴스룸에 출연하여 손석희 엥커와 대담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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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의 '선의'는 보수표를 의식한 발언이 아니다

안희정을 알아보고, 그의 생각에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그의 '선의'는 타협과 대화를 위한 그의 정치 방법론이고, 그가 꾸준히 '선의'를 말해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안타깝다. 그의 주장은 그를 알아본 후에야 이해할 수 있다. 대중에게 쉽게 말을 전달하는 능력이 부족한 점은 안희정의 단점이다.

좀더 말을 쉽고 간결하게 해야 한다. 그의 말에는 한자어와 어려운 말이 많다. 이를테면 '마음먹고', '다짐하고'라고 표현하면 될 부분을 '작심을 하고'로 말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의 발언은 정치인의 것이라기엔 지나치게 철학적이다. 이런 화법 때문에 그의 말은 덜 명료하고 덜 직설적으로 들린다.

안희정은 상대가 주장할 때 그의 의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정치인의 주장은 같은 목표를 추구한다. 국가의 이로움과 발전이다. 이게 정치인의 '선한 의지'다. 대통령은 더욱 그렇다. 이명박과 박근혜도 국가를 잘 이끌어 보려 했을 것이다. 다만 그 방법에서 잘못이 있었고, 그 결과로 우리 사회가 피폐해진 것이다.

안희정은 상대가 설령 자신과 정반대의 생각을 지닌 사람이더라도 그 의도 자체는 '선의'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대화가 시작된다. 그 주장의 원 목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과연 그런 방법이 정당한지에 대해 논해야 한다고 말한다. 난 여기에 동의한다. 상대 진영의 주장을 모두 '악'으로 규정하고 더 나아가 진영 자체를 선악의 이분법으로 나누는 정치에서는 대화와 타협이 자리 잡을 수 없다.

그는 모든 사람의 말을 '선한 의지'로 받아들인다. 그래야 대화가 시작되고, 더 진보되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의 녹색성장을 들으며, 환경을 보존하며 성장도 함께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의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과연 국가주도형 개발모델이 우리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을까, 4대강 사업이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지는 않을까 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다. 그리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녹색성장이라는 가치에 서로가 동의한다면 얼마든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더 훌륭한 결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국민이 지향해야 할 것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십 년이고 백 년이고 연속해서 집권하는 일이 아니라, 그 어떤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서로의 선한 의지가 존중되고, 다양한 이념이 공존하고 경쟁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나만 옳다는 생각으로는 세상을 절대 바꿀 수 없다. 박근혜가 그 예다. 그는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의 선한 의지는 완전히 무시한 채 블랙리스트로 규정하고 외면했다. 국민을 자신을 지지하느냐 안하냐를 두고 선악이라는 이분법 속에 가두었다. 새 정부는 그런 행태를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반대편의 이들과도 공존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의 생각은 외연 확장과 보수표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의 가치관이다. 안희정의 여러 발언을 두고 박근혜를 옹호한다든지, 보수표에 눈이 멀어 해야 할 소리와 하지 말아야 할 소리를 구별하지 못한다느니 하는 비판은 옳지 않다. 그의 '선한 의지' 최근에 보수표를 따기 위해 한 얘기가 아니다. 2015년 3월에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아래에 첨부한다.

(아침 단상)

수많은 비판, 충고, 훈계, 지적들을 접하면서 스스로에게 늘 하는 말입니다

1. 미움과 분노의 감정에 머무르지 말자
미움과 불신, 분노로 가득차있다면 그 감정을 중립지대로 끌어내려 놓아야 한다. 편견과 선입견은 미움과 불신으로부터 오기때문이다. 편견과 선입견으로는 문제의 본질에 들어갈 수 없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는 좋은 투수도, 좋은 복서도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세월과 지식은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 보는 것에 오히려 방해가 되곤 한다. 미움과 분노를 절제된 논리로 꾸미는 일에 경륜과 지식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언행이 미움과 분노와 불신으로 휩쌓여 있는지 아닌지는 어두운 밤에 횃불처럼 분명할 뿐이다.
미움과 분노로 출발한 비판, 지적, 훈계, 충고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2. 안티테제-반대에 머무르지 말자
상대에게 상처를 주면 그만이고 그것이 나의 목표라고 노골적으로 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수를 갚기위해 평생 절치부심한 사람은 그 원수를 죽음으로 복수해도 결국 그 원수가 자신안에 들어와 버림을 어찌 할 것인가.
지난 이십세기의 반제국주의 민족해방투쟁이 제국주의 침략자와 닮아갔고 반독재 민주화투쟁이 결국 독재자와 닮아갔음을 기억하자.
반대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는 결국 지겟다리 걷어차면 지게가 넘어지는 것처럼 함께 망하는 길이다.

3. 모든 것을 선한의지로 받아들이자
첫번째 그래야 사물이 더 잘보인다.
두번째 그래야 좋은 대화를 할 수있다.
세번째 그래야 좋은 대안을 만들수 있다.
네번째 그래야 자신이 행복해질 수있다.
다섯번째 그래야 세상이 바뀐다.

<서울경제>는 26일, 안희정의 "헌법 유린 세력 일소할 것"이라는 발언을 두고 다시 좌로 방향을 틀었다고 보도했다.
▲ 안희정에 대한 <서울경제>의 보도 캡처 <서울경제>는 26일, 안희정의 "헌법 유린 세력 일소할 것"이라는 발언을 두고 다시 좌로 방향을 틀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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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떨어지니 좌향좌? 안희정은 늘 한길만 걸었다

안희정은 지난 25일 순천에서 "더 이상 이 헌정유린 사태를 반복하지 말자"며 "민주주의와 헌법 정신으로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 정의를 실종시켰던 낡은 정치세력을 모두 일소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보고 여러 언론은 지지율이 조금 떨어지니 다시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며 비판한다.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자. 그는 적폐청산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거나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에게 면죄부를 주겠다고 한 적이 없다. 안희정의 발언이 보수층 결집을 위한 우클릭이었다고 표현한 것은 언론이었다. 우클릭이라는 말은 안희정의 발언에 대한 언론과 여론의 해석이다. 그의 '선의'는 타협과 정치의 방법론인데도, 적폐청산을 하려는 의지의 부족이나 적폐세력에 대한 면죄부로 왜곡되었다. 이 부분은 내가 말하는 것보다 유시민 작가가 지난 23일 <국가란 무엇인가> 개정출판기념회에서 안희정의 '선의' 발언을 놓고 한 말을 인용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정말 안희정 지사 말 대로 저 사람이 말하려 했던 게 뭐냐를 봐 줘야 된다고 봐요. (언론이) 그걸 안 보고 특정한 표현이나 이런 걸 거두절미해서 지도자답지 못하고 위험하다, 이런 식으로 공격하는 거는 저는 전형적으로 이른바 '반지성주의'적인 행태고, 미디어의 이런 행태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해치는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안희정이 발언이 좌클릭이냐 우클릭이냐를 놓고 달려든 것은 전부 그 표현이나 특정한 어구에 대한 지적이었다. '대연정'과 '선한 의지'도 같은 맥락이다. 그 앞뒤 내용과 안희정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우클릭 논쟁' 속에서 생략되었다. 유시민이 말하는 언론의 '반지성주의'적인 행태이다.

누군가는 정치인이 명료하게 뜻을 전달하지 못하는 데 잘못이 있다고 말한다. 그 생각에도 동의한다. 안희정이 오해가 생기기 쉽게 말하는 것에도 문제는 있다. 하지만 주장의 의도를 왜곡하여 자극적인 기사를 내놓는 언론의 반지성주의적 행태는 더욱 잘못되었다. 이런 언론의 행태가 대중의 오해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안희정이 오해를 만들기 쉬운 발언을 쏟아내서 그런 기사가 나오는 게 아니라, 언론의 왜곡이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지지율 떨어지니 좌향좌'라는 표현도 왜곡을 통해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안희정의 적폐청산

안희정은 꾸준히 적폐청산을 외쳐왔다. 그의 적폐청산은 철저하게 헌법질서와 정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냐 아니냐를 두고 이루어진다. 특정 세력을 선과 악으로 구분 짓고, 악으로 구분되는 세력에 대해서는 철저히 '보복 정치'를 함으로 실현되는 청산이 아니다. 그 대상이 누구든 과거에 민주주의와 정의를 실종시키는 데 일조한 자라면 그 내용에 대해서 법치주의에 근거하여 처벌해야 한다. 그게 안희정의 정의구현이고 적폐청산이다.

선악의 이분법과 분노, 보복에 기반을 둔 적폐청산은 결코 본질적인 적폐를 청산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의 본질적인 적폐청산은 친일의 잔재가 지금까지도 기득권으로 있는 현실을 없애는 데 있지 않다. 적폐와 비리와 기득권을 위한 모든 불법적 행위가 당연하거나 심각하지 않은 일로 여겨지는 분위기를 청산해야 한다. 새 정권과 반대 측에 서 있는 자들의 일부를 악으로 규정하고 처단하면 잠시 그런 분위기가 누그러들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이 물러간 자리에는 새로운 제2의, 제3의 적폐세력이 등장하고, 우리 사회의 많은 이들이 기득권을 위해 목메는 현실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어디에 줄을 서야 앞으로 더 유리할지에 대한 궁리의 결과가 좀 바뀌는 데 그친다.

안희정의 적폐 청산은 다르다. 그의 청산은 보복정치가 아니다. 노무현을 죽게 만든 세력에 대한 분노도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으레 행해지던 전 정권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 단지 민주주의와 정의와 헌법질서를 망친 자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고, 비리와 부패가 당연해진 세상을 정상화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그의 방식은 훨씬 본질적이다. 세상을 이 꼴로 만든 놈을 제대로 짓밟아놓는 청산이 아니라, 앞으로 세상이 이 꼴이 나지 않도록 만드는 본질적 해결책이다.

"저는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해서 가장 확실하게 그 적폐를 청산할 것입니다. 우리 민주주의 헌법이 그 헌법정신과 민주주의 기치를 똑바로 세우는 것만으로도 그런 국정농단 세력은 이 땅에 발을 붙일 수 없습니다. 저의 이런 제안이 정치적 중도주의나 정치적으로 덮어두고 묻어두자는 우려와 오해를 하고 있는 동지들이 있다면 오늘 이 자리로부터 그 오해는 풀어주시길 바랍니다."
- 2월 26일 안희정 지지자 모임에서의 연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블로그 (http://youthr.tistory.com) 에도 올라가는 글입니다.



태그:#안희정, #선의, #대연정, #우클릭, #대화와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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