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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화장실
 생태화장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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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가...'불교에서 공양을 받을때 외우는 게송 오관게(五觀偈)의 시작 구절이다. 불교 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에서도 음식 앞에서 행하는 의식이 있다. 종교를 따르지 않더라도 음식은 인간의 생명유지와 삶에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먹은 음식은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물음은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인간은 음식을 먹어야만 생존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배설의 욕구도 풀어야 한다. 넘쳐나는 먹을거리 만큼이나 화장실도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는 불편하지 않을만큼 많다. 도시에는 모든 화장실이 수세식이고, 농촌에도 상하수도가 들어가는 곳이면 다 있다. 수세식 화장실을 통해서 버려지는 용변은 정화조와 처리시설을 통해서 돌고 돌아 다시 물이 되어 인간에게 되돌아온다. 한바퀴를 도는 순환이기는 하지만, 위생적이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

수세식화장실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도시와 떨어진 산골이나 외진 생활권역에 들어가면 화장실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것을 많이 봤다. 오래전 강원도 외진 곳으로 귀농을 한 친구는 원래 있었던 재래식화장실에 익숙해지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여 집안에 수세식 화장실을 만들었지만, 바깥에는 생태화장실을 만들어두고 퇴비화 시켜서 흙으로 되돌리고 있다.

농사가 근본인 옛날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갈수록 늘어가는 귀농과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사람 등 소박하고 생태적인 삶을 지향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직접 퇴비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 생태화장실에 대한 관심도 높다.

생태화장실로 유기순환 농사를

대랸 20년 전부터 농촌 이주 숫자는 해마다 늘고 있으며, 도시텃밭을 가꾸는 시민 또한 16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4년 동안 2배가 급증했다고 하니, 사람들의 경작본능을 자극하는 요인은 무엇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실제 도시 주변에는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공공텃밭과 개인텃밭을 분양하는 농장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여러 곳의 도시텃밭 농장을 방문해보면서, 아쉬운 것은 화장실이었다.

도시텃밭이나 농촌에서 전업농사를 짓더라도 불편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화장실이다. 갖춰진 화장실의 대부분은 PVC재질의 이동식화장실로 냄새가 심하고 청결하지 못하다. 설치가 간단한 화장실은 배설물을 퇴비로 순환하려는 목적이 아니라서 흙으로 되돌리는 유기순환이 막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농사를 통한 다양한 가치 중 대소변을 농사로 되돌리는 실천은 사소한 일이 아니라 매우 중요한 것 중 하나다.

귀농을 했거나 도시텃밭을 일구는 농부 중에는 대소변을 퇴비로 순환시킬 수 있는 생태화장실을 직접 만들어서 실천하는 경우도 많다. 생태화장실을 만드는데 특별한 기술은 필요하지 않다. 목공에 대한 기초 이해와 공구를 다룰 줄 알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창의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대소변을 분리할 수 있는 구조

생태화장실의 핵심은 대소변을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악취의 원인이 되지만, 분리를 하면 냄새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화장실 내부의 청결을 위해서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빗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지붕은 방수작업을 하고, 처마도 본체보다 길게 나오도록 하는 것이 좋다. 바깥 풍경이 보이도록 창문을 내면 한 폭의 그림액자를 걸어둔 효과도 있다. 창문은 바람이 통풍되는 효과가 있으며 방충망을 설치하여 벌레의 접근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위와 같은 청결한 생태화장실을 농장에 만들어서 3년째 사용하고 있는데, 이용해 본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보인다. 

대·소변을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변기구조에서 따로 분리되게 만들면 된다. 예를 들면, 소변은 바가지와 같은 재료를 이용해서 톱밥이나 왕겨를 채우면 소변이 튀지 않는다. 바가지에 구멍을 뚫고 배수튜브를 연결하면 소변을 모을 수 있는 통으로 간다.

대변은 반드시 톱밥, 낙엽 등의 목재류나 왕겨, 나뭇재로 덮어줘야 냄새가 없다. 이 과정은 퇴비를 만드는 것과 같다. 질소성분의 대변에서는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데, 목재류 같은 탄소성분의 재료로 충분히 덮어주면 냄새를 억제시키고 발효과정을 통해서 거름이 된다. 생태화장실을 만들때 퇴빗간을 함께 만들거나 한쪽에 모아두고 퇴비를 만들면 된다.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 있어야 청결을 유지한다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 있어야 청결을 유지한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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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서 1년간 쌓인 인분퇴비
 농장에서 1년간 쌓인 인분퇴비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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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월간 가드닝에도 송고 예정입니다.



태그:#생태화장실, #농사, #유기농, #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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