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나온 노래 <연남동>

새롭게 나온 노래 <연남동> ⓒ 구자명


어린 시절 꾸준히 청소년대표 팀에 차출됐다. 차근차근 엘리트 코스를 밟아오면서 프로 축구선수를 꿈꿨다. 당시에는 한국 축구의 미래이자 연령대 최상급 선수로 분류됐다. 그런 그가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어려서부터 시작한 웨이트 트레이닝이 발목을 잡았다. 꿈을 위해 고통도 모르고 달린 그의 어깨는 망가졌고 결국 부상을 당했다.

U-17 월드컵을 위해 5년을 달렸지만 마지막에서 좌절됐다. 최종 엔트리 명단에서 그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축구 선수로서의 삶도 끝났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시절, 우연한 기회에 인생 제2막이 열렸다.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인 <위대한 탄생>에 출연한 그는 새로운 목표와 꿈을 찾아냈다. 그렇게 2012년 MBC <위대한 탄생 2>에서 우승했다. 그의 이름은 바로 구자명.

지난 16일 가수 구자명을 인터뷰했다. 이번 인터뷰에는 구자명의 전반적인 삶과 스토리들을 담아냈다.

"축구를 그만두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허무하고 또 허무했다."

- 안녕하세요, 구자명님. 독자들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김동현의 풋볼로거 독자 여러분. 저는 전 축구선수 출신이자 가수인 구자명이라고 합니다. 솔직한 이야기들로 인터뷰를 풍성하게 만들겠습니다."

- 청소년 국가대표 당시 수준급 선수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에이스 역할도 맡았다고 알려졌는데요. 스스로 당시 실력을 평가한다면요?
"음, 솔직하게 스스로를 평가한다면 단지 운이 좋아서는 아니었습니다. 운이 좋아서 에이스가 됐다는 말은 너무 재미없죠. (웃음) 사실 조금 건방져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제 포지션으로 비슷한 연령대 안에서 Top 3 안에는 들었던 거 같아요. 물론 그만큼 많은 노력을 했기에 가능했습니다. 당시에는 제 포지션에서 저만 서울 지역 소속으로 대표 팀 명단에 들어갔기 때문에 자부심도 많았습니다."

- 본인만의 축구 스타일과 특징, 강점이 있다면?
"현역 시절에는 맨유의 웨인 루니 선수와 플레이 스타일이 많이 닮았다고 들었습니다. 제 자신도 루니 선수의 전성기 시절을 표본으로 삼아 연습했습니다. 저돌적인 몸싸움과 공간 침투, 골 결정력에다 작은 키이긴 하지만 스크린 플레이를 자주 했습니다. 강점이라면 저돌적인 돌파를 꼽고 싶습니다. 좌우에서 공간 침투와 돌파를 통해 상대편을 흔들어 놓는 역할을 맡았는데요. 저로 인해 흔들린 수비 공간을 팀원들이 많이 이용하면서 승리를 이끌기도 했습니다."

- 어깨를 다치면서 청소년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했습니다.
"어깨 부상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부상이었습니다. 어깨는 주로 골키퍼나 야구 선수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부상인데요. 초등학교 졸업 후 또래보다 체격 조건이 좋았던 저는 어려서부터 무리하게 어깨 운동을 했습니다. 중 1 때부터 시작한 웨이트 트레이닝이 어깨에 무리를 주었습니다. 한창 커야 할 시기였지만 당시에는 당장의 성적이 더 중요했습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일찍 시작한 탓에 조금씩 어깨 쪽에 무리가 왔던 거 같아요.

정작 제 자신은 어깨 상태를 알지 못했어요. 대표 팀에서 성실하게 임하며 주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당시 저는 U-17 월드컵 출전의 꿈을 키워가고 있었죠. 하지만 사건은 U-17 월드컵을 바로 앞둔 컨페더레이션스 컵에서 터졌습니다. 그 대회에 출전하는 중 어깨 부상이 급속도로 악화됐습니다. 컨페더레이션스 컵은 '청소년 월드컵의 리허설 대회'라는 성격이 있는데요. 사실상 월드컵 출전 명단을 점검하는 마지막 대회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점검하는 과정에서 팀에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당시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요, 공허함과 허탈감이 교차했습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학교보다 대표 팀 선수단, 파주 트레이닝 센터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기 때문에 회의감까지 들었고요.

U-17 월드컵 엔트리 발표가 있는 날이 다가왔습니다. 결국 저는 최종 명단에 불리지 못했습니다. 22명 중 18명으로 간추리는 과정에서 저는 4명의 탈락자에 속하게 됐습니다. 탈락자들은 대부분 쿨하게 훈련장을 떠났습니다. 단 한 명, 저는 그렇게 파주를 떠날 수 없었죠. 처음에는 경기장에 쪼그려 앉아 펑펑 울기 시작했어요. 5년이란 시간을 되돌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밖에서 기다리고 계시는 어머니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싶었죠. 그런 생각에 두 시간 동안 파주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 어깨 부상이 재발됐고 결국 축구선수를 그만뒀는데요. 그때 어땠나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허무하고 또 허무했고요. 그때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그 정도로 힘들고 우울했던 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 축구선수를 그만둔 후에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축구를 그만둔 이후에는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사회 생활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해봤던 것 같아요."

 노래하는 '가수' 구자명

노래하는 '가수' 구자명 ⓒ 구자명


- <위대한 탄생2> 참가 계기가 있었나요?
"음, 친구들 사이에서 제가 노래를 잘 하는 편으로 소문나 있었습니다. 우연히 <위대한 탄생>이 오디션 모집을 한다는 것을 본 친구가 제게 나가보라고 권유해줬어요. 그래서 저도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 수준급의 실력과 축구선수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주목 받았습니다.
"솔직히 저는 노래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습니다. 이론적으로나 어떤 면에서도 음악을 하는 친구들보다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심사해주신 선생님들께서 저를 '좋은 원석'같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들이 제 안에 있던 음악성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축구 선수 출신'이라는 대목은 제가 대중들에게 더 관심을 얻을 수 있었던 요인인 것 같아요. 처음 나갔을 때는 탈락을 예상했지만 점차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회차를 거듭하며 저는 노래하는 즐거움을 배워갔습니다. 그렇게 끝까지 올라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 평소에도 노래를 즐기는 편이었나요?
"그럼요. (흐뭇) 선수 시절에도 파주 트레이닝 센터의 지하 편의시설에서 노래방을 애용했죠. 그리고 운동장에서 축구를 할 때도 힘들 때면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제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네요."

- 꾸준히 살아남아서 우승까지 차지했습니다. 에피소드나 터닝포인트가 있나요?
"일단 저의 멘토님이신 이선희 선생님을 뵙기까지는 운이 크게 따랐던 것 같아요. 아마 선생님을 만났던 게 터닝 포인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음악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많은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노래를 잘 모르던 제 자신을 음악적으로 많이 이끌어주신 분이 바로 이선희 선생님이십니다.

덕분에 이론적으로 많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무대에서는 남들보다 긴장하지 않았고, 생방송 때는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며 관객들과 즐겼습니다. 아마도 축구를 하던 시절에 많은 관중들 앞에서 승부차기를 하고, 큰 무대에 섰던 것이 작용한 듯합니다. 그런 점들이 제가 무대를 즐길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 축구와 노래, 두 분야에서 느낀 쾌감은 차이가 있나요?
"쾌감의 차이는 크게 없었습니다. 그런데 주는 느낌은 좀 달랐습니다. 기분 좋은 심장의 떨림과 골을 넣었을 때의 희열, 무대에서 노래하는 제게 빠져드는 객석을 바라보는 느낌! 이 두 가지는 체감하는 면에서 좀 달랐습니다. 하지만 어느 하나 빼놓을 게 없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 최근에는 싱글앨범 <연남동>이라는 곡을 냈습니다. 다시 노래를 시작했는데요.
"어느새 오디션이 끝난 지 5년 이상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사실 저는 드라마 OST 정도를 경험했고 제 이름을 건 노래가 없었습니다. 이번 <연남동>이라는 곡은 5년 만에 나오는 제 첫 번째 곡입니다. 사실 공익 근무 요원으로 군 생활을 하며 '노래를 포기할까' 생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친한 형님인 '아웃 사이더'형이 다시 한 번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찾게 도와줬습니다. 이번 노래는 다시 일어서기 위해 서울 연남동 거리에서 버스킹을 시작하며 느꼈던 제 감정을 담았습니다."

- 평소에도 축구를 즐기시나요?
"네. 주말마다 시간이 날 때 연예인 축구단 미라클 FC 팀에 나가고 있습니다. 미라클 FC는 개그맨 김용만 단장님을 필두로 김성주, 안정환, 장범준, 장우혁 등 많은 선배님들과 동료들이 있는 팀입니다."

- 앞으로 어떤 가수가 되고 싶으신가요?
"앞으로는 축구 선수 출신, 오디션 우승자 출신이 아닌 노래를 잘 하는 아티스트 가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런 구자명으로 기억되고 불릴 수 있도록 더 발전하고 거듭나겠습니다. 앞으로는 더 좋은 활동과 좋은 노래로 여러분을 찾아 뵙고 싶습니다. 조금 늦게 시작된 인생 제 2막, 많은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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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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