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스기사키 하나(오른쪽)와 나카노 료타 감독(왼쪽).

배우 스기사키 하나(오른쪽)와 나카노 료타 감독(왼쪽). ⓒ 모비


각각 감독과 배우로 일본 영화계의 앞날을 짊어질 두 사람이 한국을 찾았다. 오는 23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행복 목욕탕>의 나카노 료타 감독과 주연배우 스기사키 하나 얘기다.

20일 내한해 2박 3일의 일정을 소화 중인 두 사람을 21일 낮, 강남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만났다. "어제 이른 아침 도착해 내일 아침 일찍 출국한다"는 만만찮은 스케줄에도 "맛있는 한국 음식들을 먹을 수 있어 좋았다"는 이들의 표정에는 피곤함보단 기분 좋은 설렘이 엿보였다.

영화 <행복 목욕탕>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중년 여성 후타바(미야자와 리에 분)의 이야기다. 남편 가즈히로(오다기리 죠)와 딸 아즈미(스기사키 하나 분), 여기에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딸 아유코(이토 아오이 분)와 우연히 만난 히치하이커 타쿠미(마츠자키 토리 분)까지. 영화는 후타바가 이리저리 찢어진 가족을 한데 모으고 새로운 식구를 보듬는 과정을 애정이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세계 어느 나라의 관객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나카노 료타 감독의 말대로, 이 작품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가족의 사랑에 대해 역설한다.

기쁨과 슬픔의 공존

 <행복 목욕탕> 나카노 료타 감독.

<행복 목욕탕> 나카노 료타 감독. ⓒ 모비


"<행복 목욕탕>을 한마디로 소개하면 삶이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엄마의 이야기예요. 이렇게 말하면 흔하디 흔한 가족 드라마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그 안에 숨겨진 비밀들이 있죠. 주인공 후타바는 혈연으로 맺어진 사람만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고 혈연과 무관하게 사랑을 주는 사람입니다. 의무나 책임 때문이 아니라 저절로 우러나는 마음으로 가족들을 대하는 사람이에요. 예전에 비하면 소통하고 유대를 맺기 어려워진 현실 속에서, 이 영화는 타인을 진지하게 배려하고 감싸주는 사랑을 그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카노 료타 감독)

극중 후타바의 딸 아즈미로 분한 스기사키 하나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캐스팅에 낙점됐다. "이번 작품 전에는 하나와 만난 적도 없었다"는 감독은 "TV를 통해 보고 연기에 대한 감이 좋다고 느꼈다"며 "눈동자에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좋은 배우다. 여러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앞서 <화장실의 피에타>(2015)에서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캐릭터를 연기한 스기사키 하나는 "두 작품의 캐릭터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라고 강조했다.

 배우 스기사키 하나.

배우 스기사키 하나. ⓒ 모비


"<행복 목욕탕> 크랭크인 전날 <화장실의 피에타>가 일본에서 개봉했어요. ​그 작품도 제가 마음을 쏟아 의미 깊은 작품이에요. 영화가 개봉하니까 캐릭터에 몰입했던 마음이 되살아나 힘들었는데 잘 추스르고 촬영에 들어갔어요. 소중한 사람이 시한부 인생이란 점에서 ​두 영화 속 제 캐릭터 설정이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저는 완전히 다른 인물로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제가 출연한 작품들의 캐릭터가 놓인 상황이 비슷하더라도 각각의 인물을 들여다보면 누구와도 비슷하지 않은 단 한사람의 인간인 거죠." (스기사키 하나)

목욕탕이라는, 아주 특별한 공간

극중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이자 가족애의 모티프로써 공중목욕탕을 선택한 건 감독 자신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극중 아즈미처럼 자신 또한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 손에서 자랐다"는 그는 "어린 시절 집 근처에 대중목욕탕이 있어서 다주 다녔다"며 "그곳은 제게 재미있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소였다"고 회상했다.

 나카노 료타 감독.

나카노 료타 감독. ⓒ 모비


"목욕탕에서는 전혀 모르는 사람끼리 탕 안에서 말을 주고받고 몸을 같이 데우잖아요. 신기하고 묘한 공간이라고 생각했죠. 살면서 그런 소통의 장이 부족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래된 대중목욕탕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과거처럼 따뜻한 인간 관계와 유대를 그리고 싶었던 거죠.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목욕탕이 배경인데, 그 장면을 위해서라도 꼭 목욕탕이어야만 했어요." (나카노 료타 감독)

그렇게 만들어진 <행복 목욕탕>은 제40회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우수 여우 주·조연상을 수상하고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일본 관객의 뜨거웠던 반응에 대해 감독은 "영화 개봉 이후 편지를 굉장히 많이 받았다"며 "관객 각자가 자신의 가족에 관련된 어느 부분에 이 영화를 포개어 바라보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제각각 상황은 다르지만 어떤 부분에서 자신의 가족사를 영화에 링크시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거나 자녀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고 또 다른 가족에 대한 것일 수도 있죠. 물론 애절하고 고통스러운 사랑도 있지만, 이 영화는 배려하고 감싸주는 따뜻한 사랑 이야기예요. 그래서 관객의 어떤 부분을 어루만질 수 있었고, 예전과 다르게 거리감이 있는 현실 관계 속에서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울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카노 료타 감독)

평단과 관객의 고른 만족

 배우 스기사키 하나(왼쪽)와 나카노 료타 감독(오른쪽).

배우 스기사키 하나(왼쪽)와 나카노 료타 감독(오른쪽). ⓒ 모비


영화가 일본 평단과 관객을 골고루 감동하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배우들의 공이 컸다. 감독은 "이번에 함께한 배우들이 다들 믿음이 갔다"며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더불어 연출자로서 자신의 역할 대해 "배우가 연기를 본인답고 편안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촬영 현장이란 게 카메라와 미술 등이 담긴 무대이기도 하지만, 인물 사이의 관계와 사건이 펼쳐지는 공간이기도 해요. 연출자는 그 곳의 분위기를 잘 만들어서 배우들이 가진 것들을 역할에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래야만 비로소 배우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거죠."

"배우 중에서도 오다기리 죠는 좀 특별했어요. 그는 자연스럽고 정형화된 연기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대본이 이러이러 하니까 이렇게 해달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하지 않았어요. 그런다한들 어차피 그는 자유롭게 연기할 테니까요. 매일 아침 오늘 촬영분을 어떻게 찍으면 재미있을지 이야기한 뒤에 촬영에 들어갔죠. 영화에서 가즈히로가 집 앞에서 아즈미를 기다리는 장면이 있는데 담배를 피우면서 뜬금없이 기다란 재떨이를 들고 있거든요. 그 장면도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겁니다."

 배우 스기사키 하나(왼쪽)와 나카노 료타 감독(오른쪽).

배우 스기사키 하나(왼쪽)와 나카노 료타 감독(오른쪽). ⓒ 모비


두 사람은 한국 영화에 대해서도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감독은 "<고양이를 부탁해>를 보고 오래전부터 배두나 배우를 좋아했다. 언젠가 같이 작업하고 싶다"며 좋아하는 한국 감독으로는 이창동 감독을 꼽았다. 스기사키 하나는 "한국영화 중 처음 본 게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였다"며 "큰 충격을 받았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영화 속 세상에 실제로 사는 인물들 같았다"고 회상했다.

한국 관객을 향한 마지막 인사에서 나카노 료타 감독은 "<행복 목욕탕>에는 지금까지 없던 뜨거운 사랑이 담겨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지금까지 만난 적 없는 작품을 접한다는 생각으로 극장을 찾아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스기사키 하나 또한 진심 어린 표정으로 한국 관객에 대한 감사와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은 제게 많은 자극이 되는 영화가 만들어지는 곳이에요. 이런 나라에 제가 출연한 작품을 선보이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한 분이라도 더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영화를 본 뒤 좋았다는 마음이 드신다면, 여러분의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권해주시길 바랍니다." (스기사키 하나)


덧붙이는 글 <행복 목욕탕> 수상내역
제40회 일본 아카데미상 우수 여우조연상 (스기사키 하나)
제40회 일본 아카데미상 우수 여우주연상 (미야자와 리에)

영화는 23일부터 CGV에서 개최되는 JFF 페스티벌에서도 상영된다.
행복목욕탕 스기사키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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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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