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인기 추리소설 작가 스티븐 퀸의 여든 번째 생일, 부인 달링 여사가 준비한 깜짝 파티를 앞두고 집에 들어오던 그는 의문의 인물에게 이마에 총을 맞고 살해당한다.

하지만 알록달록한 무대와 발랄한 넘버, 시종일관 유쾌한 매력을 뽐내는 캐릭터들은 한 눈에도 살인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 형사가 되고 싶은 순경 마커스(제병진, 안창용 역) 이외엔 그 누구도, 심지어는 관객들마저도 살인에는 관심도 없어 보인다.

지금 무대 위에는, 식상한 범인 찾기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게 내달리는 피아노 연주와 '스탠드 업 마임 변신 블랙코미디 이인극'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과감한 시도, 발전하는 대학로

뮤지컬 <머더 포 투> 프레스콜 현장 뮤지컬 <머더 포 투>의 프레스콜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에서 열렸다. 뮤지컬 <머더 포 투>는 의문의 총격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풀어나가는 독특한 2인극 코미디 뮤지컬이다. 뮤지컬 <머더 포 투>는 2017년 3월 14일부터 5월 28일까지,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한다.

▲ 마커스의 수사규칙 "단 하나의 파트너, 수사규칙 너야!" 마커스는 항상 품 속에 가지고 다니는 '수사규칙'만을 충실히 따른다. ⓒ 이혜민


두 명의 배우와 한 명의 피아니스트. <쓰릴 미> <구텐버그>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등 많은 인기 작품들과 공통된 구성인 만큼 낯설지는 않다. 하지만 그 내용은 조금 새롭다. 배우가 무대에서 직접 "이 공연은 망했어, 누가 이런 걸 보러 오겠어"라며 투자자를 탓하고, "그 비밀은 시즌 투에 밝혀집니다!"라며 다음 시즌을 홍보하기도 한다. 무대와 관객 사이 제4의 벽을 과감하게 부수는 연출이다. 공연 시작 전부터 무대 위와 관객석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몸을 풀고, 관객들에게 말을 거는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틈새 연기도 자연스러운 웃음과 흥미를 자아낸다.

원작 초연 역시 브로드웨이가 아닌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만들어졌다는 점 또한 눈길을 끈다. 뮤지컬 <머더 포 투>는 확실히 으레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이라 하면 상상하는 <미스 사이공>이나 <오페라의 유령> 같은 대작은 아니다. 조그만 펍 이나 극장형 식당에서 맥주와 함께 즐기는 이런 소소한 스탠드업 코미디 작품이 한국에 도착했다는 건, 점점 더 다양화되는 대학로 소극장 공연의 미래를 보여준다. 앞으로 더 다양한 오프 브로드웨이 작품이 한국에서도 무대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게 하는 색다른 시도다.

두 명의 배우, 13명의 캐릭터

뮤지컬 <머더 포 투> 프레스콜 현장 뮤지컬 <머더 포 투>의 프레스콜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에서 열렸다. 뮤지컬 <머더 포 투>는 의문의 총격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풀어나가는 독특한 2인극 코미디 뮤지컬이다. 뮤지컬 <머더 포 투>는 2017년 3월 14일부터 5월 28일까지,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한다.

▲ 인생 그까이꺼 뭐 "텐트에 불이 나서 친구들이 다 뒤졌죠. 인생 뭐 있나요, 그까이꺼 뭐." 블랙 코미디의 중심이 되는 12명의 소년 합창단은 귀여운 목소리로 충격적인 노래를 부른다. ⓒ 이혜민


출연 배우는 단 두 명, 그리고 '잘생긴' 피아니스트(강수영 역) 만이 무대에 있다. 하지만 등장하는 캐릭터는 무려 13명이다. '용의자들' 역을 맡은 박인배, 김승용 배우는 100분의 러닝 타임 동안 단 한 번의 퇴장도 없이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모든 캐릭터로 끊임없이 변신한다. 화려한 숄을 두르면 살해당한 소설가의 아내 달링 여사, 양면으로 디자인된 모자를 쓸 땐 머레이와 바바라 부부, 지팡이를 들면 정신과 의사 그리피스, 빨간 안경을 쓰면 대학원생 스테파니, 하이힐을 신을 땐 섹시 배우 샤론 색스톤, 야구 모자로는 무려 열두 명의 소년 합창단이 된다. 단순히 소품으로 이 모든 캐릭터가 구분되는 건 아니다. 소품이 달라질 때마다 순식간에 변하는 표정, 몸짓, 그리고 목소리는 관객들의 탄성과 웃음을 동시에 유발한다.

뮤지컬 <머더 포 투> 프레스콜 현장 뮤지컬 <머더 포 투>의 프레스콜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에서 열렸다. 뮤지컬 <머더 포 투>는 의문의 총격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풀어나가는 독특한 2인극 코미디 뮤지컬이다. 뮤지컬 <머더 포 투>는 2017년 3월 14일부터 5월 28일까지,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한다.

▲ "살인자는 바로, 이 여자" 머레이는 자신의 아내 바바라를 살인자로 지목한다. 물론 둘은 같은 배우, 바바라는 모자의 반대편에 있다. 쉴 새 없이 변화하는 캐릭터에 관객들이 더 숨 차다. ⓒ 이혜민


"특별히 어려운 역할은 딱히 없다. 다 어려워서. (웃음)"

용의자 역 박인배 배우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특히 모든 캐릭터의 구분을 확실히 하기 위해 조금은 과장되게 목소리 연기를 하다 보니 목이 쉬는 경우가 많다"고 같은 역의 김승영 배우는 덧붙였다.

"중간에 물을 마실 시간이 없어서 구역질이 날 만큼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이런 배우들의 노력은 이 극이 가진 가장 큰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실시간으로 땀에 절여져 가는 배우를 구경하며,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뮤지컬 <머더 포 투> 프레스콜 현장 뮤지컬 <머더 포 투>의 프레스콜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에서 열렸다. 뮤지컬 <머더 포 투>는 의문의 총격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풀어나가는 독특한 2인극 코미디 뮤지컬이다. 뮤지컬 <머더 포 투>는 2017년 3월 14일부터 5월 28일까지,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한다.

▲ 황재헌 연출의 변 황재헌 연출이 뮤지컬 <머더 포 투> 프레스콜 기자간담회 시간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혜민


대사량과 캐릭터 소화가 어마어마한 만큼, 연습 시간 또한 길었다. 황재헌 연출은 아래와 같이 전했다.

"캐스팅할 배우들을 찾을 때 가장 큰 조건이, '이 극에 24시간 모든 노력을 할애할 수 있는지'였다. 매일 아침 열 시부터 밤 열두시까지, 모든 배우가 연습실에서 살다시피 하며 함께 만든 극이다. 관객분들께 이 땀방울의 가치가 전해졌으면 한다."

변화무쌍한 재능을 뽐내는 것은 단연 용의자 역의 박인배, 김승용 배우만은 아니다. 순경 마커스 역의 제병진, 안창용 배우 역시 유명 마임이스트 김성연에게 직접 배운 마임으로 기존 뮤지컬 안무에 색다름을 더한다. 모자, 수첩 등 다양한 소품을 통해 펼치는 마임은 스탠드업 코미디 뮤지컬로서의 매력을 더욱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유쾌한 범인 찾기, 스릴러는 어디에

뮤지컬 <머더 포 투> 프레스콜 현장 뮤지컬 <머더 포 투>의 프레스콜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에서 열렸다. 뮤지컬 <머더 포 투>는 의문의 총격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풀어나가는 독특한 2인극 코미디 뮤지컬이다. 뮤지컬 <머더 포 투>는 2017년 3월 14일부터 5월 28일까지,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한다.

▲ 완벽한 파트너 "형사님은 꼭 제가 되고 싶은 모습이에요." 완벽한 파트너를 찾은 두 배우의 조합이 돋보인다. ⓒ 이혜민


살인 사건 용의자 추적 중에도 '로맨스'는 빠질 수 없다. 달링 부인의 조카 스테파니는 사건 해결에 열심인 마커스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고, 그에게 필요한 파트너는 자신이라며 "He needs a partner"를 열창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마커스는 섹시 배우 샤론 색스톤의 미모에 눈을 떼지 못하고, 동시에 과거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겨준 자신의 옛 수사 파트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짧은 러닝타임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살인 사건 용의자에 대한 실마리는 한층 더 모호해져 가는 것만 같다.

스토리의 개연성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본질은 코미디극이지만, 뮤지컬 <머더 포 투>는 의문의 총격 살인사건에 얽힌 범인 찾기라는 홍보 문구로 관객들의 발길을 끈다. 극장을 들어서는 관객들은 저마다 가슴 속에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으려는 크고 작은 열정의 불씨를 피웠을 것이다. 하지만 극의 후반까지도 계속 이어지는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과 마커스의 옛 애인에 얽힌 사이드 스토리, 그리고 살인 사건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어 보이는 캐릭터들을 보며 초반의 열정은 점점 식어 간다. 그래서인지 범인이 밝혀진 후에도 사실 바라던 카타르시스는 그렇게 크지 않다.

하지만 이 극은 스릴러보다는 역시 유머의 손을 든다. "더 많은 비밀은 시즌 투에 밝혀집니다!"라며 넉살을 떠는 두 캐릭터를 보며, 관객들은 유쾌함으로 미흡한 마무리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내용상 범인을 찾아가는 스릴러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사실 우리 공연의 내용은 스토리에 있기보다는 두 배우의 재능과 호흡에 있다."

황 연출 역시 스토리의 구멍은 인정한다. "배우들이 얼마나 '잘 노는 지'를 더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고 그는 부탁한다.

이 구역의 신 스틸러는 나야

원작 공연에서는 두 명의 배우가 피아노 연주도 함께 소화한다. 둘의 익살스럽지만 능숙한 연주와 연탄 곡 하모니는 공연의 가장 큰 관람 요소라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국내 무대에서는 배우들 대신 피아니스트 강수영이 연주를 맡아 음악의 힘을 더했다. 두 명의 배우는 피아노에서 벗어나 더 격한 움직임으로 공연의 흡입력을 높인다. 그리고 새로 추가된 '피아니스트'의 역할이 상당하다. 국내 초연만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뮤지컬 <머더 포 투> 프레스콜 현장 뮤지컬 <머더 포 투>의 프레스콜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에서 열렸다. 뮤지컬 <머더 포 투>는 의문의 총격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풀어나가는 독특한 2인극 코미디 뮤지컬이다. 뮤지컬 <머더 포 투>는 2017년 3월 14일부터 5월 28일까지,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한다.

▲ 잘생긴 피아니스트 관객들의 입장 전부터 피아노 앞에 앉아 미동도 없이 건반을 노려보는 그는 단연 모두의 관심 대상이다. ⓒ 이혜민


고군분투하는 것은 두 배우지만, 사실 극의 진정한 신 스틸러는 피아노 앞에 구부정히 앉아 있는 피아니스트 강수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극에서 마커스의 동료 순경 '루' 역을 맡은 그에게는 피아노 연주와 보조 캐릭터 이외에도 중요한 임무가 있다. 시종일관 주눅 든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는 루는 극의 후반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가장 중요한 연기를 소화한다. "배우가 아닌 피아니스트에게 '덕통사고'를 당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소화 능력이다. 강수영 피아니스트는 이에 대해 아래와 같이 답했다.

"어색하고 어설픈 부분도 있을 텐데, 그 자체가 콘셉트라 다행이다. 배우님들께 많은 도움도 얻으면서 즐겁게 임하고 있다. 모든 분이 열심히 준비한 공연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처음부터 만드는 창작 공연 이상의 작품을 만드는 기분이었다. 원작의 '듣기 좋은 뮤지컬'을 '보기 좋은 뮤지컬'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라고 황 연출은 말했다. 많은 수의 앙상블이 등장하는 공연 역시 웅장한 매력이 있지만, 역시 요즘 대학로 소극장의 대세는 '2인극'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작용과 반작용, 두 배우의 호흡이 아마 가장 큰 매력일 것으로 생각한다. 둘의 시너지를 이용해 보석 같은 순간을 창조해내는 즐거움이 상당하다." 고 그는 덧붙인다.

오직 공연만이 가지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배우와 관객들이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이 피부로 와 닿는 그런 순간이다. <머더 포 투>는 그런 공연만의 보석 같은 순간을 시시각각 느끼게 해 준다. 중간중간 소품으로 발생하는 '참사', 배우들의 실수에도 눈살을 찌푸리는 것이 아니라 크게 웃게 되는 것 또한 이런 이유다. 혼자도, 여러 명도 아닌 오직 단둘이라 더욱 특별하다.

뮤지컬 <머더 포 투> 프레스콜 현장 뮤지컬 <머더 포 투>의 프레스콜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에서 열렸다. 뮤지컬 <머더 포 투>는 의문의 총격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풀어나가는 독특한 2인극 코미디 뮤지컬이다. 뮤지컬 <머더 포 투>는 2017년 3월 14일부터 5월 28일까지,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한다.

▲ 살인자를 잡을 수 있을까 뮤지컬 <머더 포 투>의 프레스콜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에서 열렸다. 뮤지컬 <머더 포 투>는 의문의 총격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익살스럽게 풀어나가는 독특한 2인극 코미디 뮤지컬이다. 뮤지컬 <머더 포 투>는 2017년 3월 14일부터 5월 28일까지,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한다. ⓒ 이혜민



머더포투 프레스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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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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