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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은 적폐청산 1호라 할 만 하다. 차기 정권은 수문 개방뿐만 아니라 4대강 청문회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선정해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대통령 선거에 즈음해 미국 현지 취재 등을 통해 4대강 사업의 폐해를 환기시키고,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편집자말]
엘와댐 폭파장면
 엘와댐 폭파장면
ⓒ 올림픽내셔널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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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죽음. 댐 두 개를 지었더니, 강줄기를 오르던 수십만 마리 연어 떼가 사라졌습니다. 산란장으로 가려던 연어들은 콘크리트 댐에 코를 박고 죽었습니다. 그 모습이 인디언 부족을 닮았답니다. 연어잡이로 생계를 유지하던 인디언들은 강 하구로 내려갔습니다. 바다에서 고기를 잡거나 일거리를 찾아 타지를 떠돌기도 했죠. 수백 년간 터를 잡았던 마을도 사라졌습니다.

강의 귀환. 댐 두 개를 부쉈더니, 연어가 돌아왔습니다. 댐 퇴적물이 식수원을 오염시켜 말썽을 일으켰지만, 강을 연 뒤 절반 이상 사라졌답니다. 물속에 잠겼던 모래톱에 풀이 돋았습니다. 수백 년 된 나무가 쓰러진 채 물 밖으로 몸통을 드러냈습니다. 인디언 부족들은 그 옆에 나무를 심었습니다. 아직 연어를 잡지 못하지만, 강의 귀환을 보려는 발길은 늘고 있답니다.

강과 인간은 한 몸뚱이였습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한국에서 대선을 향해 뛰는 여야 후보님들, 안녕하신가요?

저는 지금 미국 북서부 오리건 주 포틀랜드로 향하는 차 안에서 이 글을 시작했습니다. 9일 시애틀 공항에 도착한 뒤 엘와강이 태평양과 만나는 검은 모래 하구를 다녀왔습니다. 10일에는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들과 함께 엘와강(Elwha River) 주변을 돌아봤습니다. 2개 댐을 철거한 뒤의 변화에 대해 국립공원 책임자에게 물었습니다. 원주민인 클랄람(Klallam)족을 만나 엘와강 역사와 환경, 그 속에서 인디언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취재했습니다. 

후보님들, 대선 막바지에 지구 반대편의 이야기가 한가하게 들릴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세금 22조 원을 쏟아 붓고 매년 수천억 원의 유지보수 비용을 들여도 녹조와 깔따구, 실지렁이가 득실거리는 4대강, 이 애물단지를 처리할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입니다. 국토 비전과 철학도 담고 있습니다. 

"바다로 흘러가는 물은 버려지는 것이다."

이 말은 4대강을 이용해 경제를 살리겠다던 이명박 전 대통령 입에서 나온 게 아닙니다. 구소련 독재자 스탈린이 1929년에 한 말입니다. 냉전 시대였죠. 소련은 무기를 생산해 군비경쟁에 나섰고, 전력은 댐이 공급했습니다. 미국도 그랬습니다. 달나라에서도 보인다는 후버댐은 애리조나와 네바다 주 경계 골짜기를 콜로라도 강에 수장시켰습니다. 1935년 9월30일,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후버댐 준공식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왔노라, 보았노라, 정복당했노라."

이 말은 20세기 댐의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지만, 100년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4대강 16개 댐의 수문조차 열지 않았지만 미국은 지난 30년간 1172개의 댐을 부쉈습니다. 작년 한해만도 74개의 댐을 허물었습니다. 강물은 바다로 버려지는 게 아니라는 깨달음, 강을 정복하겠다는 건 권력자의 오만이었다는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줬습니다.

이 글을 읽는 후보들에게 부탁드립니다.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적폐 청산 1호'는 이명박근혜 4대강입니다. 선거운동으로 바쁘실 텐데, 서론이 길었습니다.

지금부터 엘와강을 함께 걸어 보시겠습니까?  4대강 독립군들은 지금은 참혹하지만 엘와강에서 4대강의 미래를 봤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함께 걸어보시죠.

[강의 귀환, 장면 1] 녹조 곤죽 vs 투명한 물

사진 한 장이 백 마디 말보다 더 많은 말을 합니다. 아래 사진을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녹조 곤죽 금강과 투명하고 깨끗한 엘와강
 녹조 곤죽 금강과 투명하고 깨끗한 엘와강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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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익숙합니다.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치명적 독을 품은 녹조곤죽의 강. 작년 8월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이 금강을 탐사보도하면서 찍었습니다. 4대강 수문을 그대로 둔다면 올 여름에도 같은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4대강 독립군이 10일 찍은 엘와강의 물입니다. 맑고 투명합니다. 비가 와서 물이 불었는데도 거세게 여울을 타고 흐르는 강물은 쪽빛이었습니다.

극과 극의 강. 부럽지만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 주 북서부, 캐나다 국경에 인접한 엘와강도 4대강처럼 두 개의 댐으로 막혔습니다. 수력발전용으로 건설된 엘와 댐(Elwha Dam 1914년)과 글라인스 캐니언 댐(Glines Canyon Dam. 1927년)입니다. 하류에서 9km 지점의 엘와댐은 높이 33m였고, 24km 지점의 글라인스 캐니언 댐은 높이 64m인 대형 댐이었습니다.

두 개의 댐이 지도상에서 사라진 건 10년도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엘와 댐은 2011년, 글라인스 캐니언 댐은 2014년에 철거했습니다. 미국 역사상 최대 댐 해체 작업이었습니다. 4대강 독립군에게 엘와강의 복원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한 로우 엘와 클람족 마이클 맥헨리 매니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강의 물을 2만여 명이 정수해 먹었습니다. 댐이 있을 때에는 퇴적물 때문에 수질이 오염돼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지금은 깨끗합니다."

녹조라떼의 4대강, 얼마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 "좌파가 집권하면 4대강 시비를 할 거니까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게 좋다"고 말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귀담아들어야할 대목입니다. 강물은 좌파 우파와 상관없이 흘러야 합니다.

[강의 귀환, 장면 2] 시궁창 펄 vs 검은 모래

금강의 강바닥은 시커먼 펄이다. 그 속에는 붉은 깔따구가 산다. 환경부 수생태오염지표종 중 최하위등급에 사는 생명체다. 시궁창이나 하수구에 사는 붉은 깔따구가 금강에 산다. 강이 썩었다는 증거다.
 금강의 강바닥은 시커먼 펄이다. 그 속에는 붉은 깔따구가 산다. 환경부 수생태오염지표종 중 최하위등급에 사는 생명체다. 시궁창이나 하수구에 사는 붉은 깔따구가 금강에 산다. 강이 썩었다는 증거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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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4대강 독립군 김종술 기자가 금강에서 퍼 올린 시커먼 펄입니다. 4대강 사업 이전에 금강은 모래밭이었던 곳은 검은색 펄로 바뀌었습니다. 시궁창 냄새가 진동합니다. 군데군데 보이는 붉은 생명체는 깔따구 유충입니다. 최악 수질인 4급수 지표종입니다. 금강에는 산소 제로지대에 살 수 있는 실지렁이도 창궐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검은색이지만 모래가 살아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엘와 댐과 글라인스 캐니언 댐의 중간 지점, 물속에 잠겼던 곳의 모래가 100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김종술 기자가 검은 모래 한 줌 퍼 올려서 코 밑에 대었더니 바람 향기가 났습니다. 댐을 허물었을 때만 해도 펄을 뒤집어썼던 자갈도 초롱초롱합니다.

마이클 맥헨리씨는 "두 댐에 쌓였던 펄을 인공적으로 퍼내려고 했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서 포기했다"면서 "현재 펄의 58%가 씻겨 내려갔는데,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강이 정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로 전날(9일) 4대강 독립군이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찾아간 곳은 거대한 검은 모래 삼각주였습니다. 엘와강의 댐을 허문 뒤에 쌓이기 시작했답니다. 검은 모래벌판 위에는 코끼리 상앗빛 고목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뿌리째 뽑힌 수백 년 된 나무와 가지들이 엉켜있는 모습이 예술작품 전시장을 보는듯했습니다.

미국 워싱턴 주 올림픽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엘와강은 태평양과 만나는 곳에 자기가 흘러온 곳의 흔적들을 실어 날랐습니다. 상류 사암지대 암석이 잘게 부서져 검은 모래 델타 지대를 만들었습니다. 그 위에 널려있는 죽은 나무들은 댐이 있을 당시 수몰된 나무이거나 댐 해체로 유역면적이 넓어지면서 강변에 있던 것들이 물에 휩쓸려 떠내려 온 것입니다. 

"저기 쓰러진 나무들은 쓰레기가 아닙니다.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물고기들의 영양분을 공급하고 서식처를 제공합니다."(마이클 맥헨리 씨)       

미국은 댐을 허물고 자연이 스스로의 힘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4대강 바닥에 쌓여서 썩고 있는 시궁창 펄, 수문만 열어도 강은 흐르면서 제 몸에 낀 때를 벗겨낼 겁니다.  

[강의 귀환, 장면 3] 물고기 떼죽음 vs 연어 알
지난 2012년 금강에서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했다. 여기저기서 물고기 사체가 떠올랐다. 같은해 미국 엘와강에선 연어를 살리기 위해 댐을 폭발시켰다.
 지난 2012년 금강에서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했다. 여기저기서 물고기 사체가 떠올랐다. 같은해 미국 엘와강에선 연어를 살리기 위해 댐을 폭발시켰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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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이후 강의 죽음을 알리는 전조는 물고기 떼죽음이었습니다. 완공 첫해에 금강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위의 사진은 김종술 기자가 당시 물고기의 주검 개체 수를 축소하려는 공무원들과 숨바꼭질을 하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공무원들은 물고기 사체를 마대에 담아 땅에 묻었습니다. 김 기자는 맨손으로 땅을 파 마대 속의 물고기를 풀어헤친 뒤 숫자를 하나하나 세면서 그들의 숫자놀음에 맞섰습니다.

금강에서처럼 낙동강에서도 강준치가 죽은 채 떠올랐습니다. 이번에 미국에 함께 온 4대강 독립군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죽은 물고기의 불룩한 배를 갈랐습니다. 1m가 넘는 기생충이 튀어나왔습니다. 충격적인 모습을 기사로 쏘아 올려 4대강의 죽음을 고발했습니다. 낙동강에 8개의 댐이 지어진 뒤에 물고기 씨가 말라 힘들어하는 낙동강 어민들의 모습도 조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도 4대강의 주검을 방치했습니다.

미국은 달랐습니다. 아래 사진은 연어 알입니다. 엘와강 두 개의 댐을 허문 가장 큰 이유는 연어 때문이었습니다. 연어잡이를 해 온 인디언 부족들은 연어를 '바다의 선물'로 표현했습니다. 댐을 허문 뒤에 연어 떼가 돌아왔습니다. 아직은 수 천 마리에 불과하지만, 민물에서 태어나 태평양에서 3~5년 동안 머물던 연어가 엘와강 상류까지 거슬러 올라와 모래에 알을 낳고 죽었습니다. 원주민들은 앞으로 10여 년이 흐르면 어느 정도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엘와강의 두 댐을 철거한 결정적 요인은 연어 때문이라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보다 정확히 말하면 인간 때문입니다. 인디언들은 연어잡이로 경제활동을 했습니다. 일자리도 늘어날 겁니다. 매년 열리는 다양한 연어축제는 관광객을 불러 모을 겁니다. 지역 경제가 살아나겠지요. 또 연어는 태평양이 품고 있는 온갖 영양분을 강에 풀어 놓았습니다. 강의 미생물과 수서곤충들의 먹잇감이 되었습니다. 사람도 살고 강도 살았습니다.   

여야 후보님들은 어떤 강을 원하시나요? 국민들은 어떤 강을 원할까요? 국민들은 자신이 낸 세금이 4대강을 틀어막는 데 쓰이는 것을 원할까요? 지금 당장 수문 상시 개방과 댐의 해체를 대선 공약으로 걸어주십시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역자들을 청문회와 국정조사장에 세워야 합니다. 그렇게 하겠다고 국민들과 약속해 주십시오. 지난 5개월여 동안 광장에서 촛불을 밝힌 시민들은 4대강 적폐 청산을 명령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저지르고, 박근혜 정권이 방치한 4대강 사업의 폐해는 강에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준공된 지 5년 만에 어민과 농민을 쫓아냈습니다. 몇 년이 흐르면 코를 찌르는 냄새 때문에 강변을 거니는 사람도 찾아볼 수 없을 겁니다. 영남인의 식수원인 낙동강은 고도정수처리해도 취수해서 먹을 수 없는 시궁창 물로 변할 겁니다. 우리도 미국처럼 4대강 댐을 허무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강은 천 년 후에 원래의 길로 되돌아간다."(스페인 속담)

마지막으로 올림픽 국립공원이 만든 엘와강 해체와 복원의 전 과정을 담은 동영상을 소개합니다. 두 개의 댐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한 뒤에 살아나는 강의 생태계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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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 #4대강 독립군, #4대강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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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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