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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선 저 <날아라 꿈의학교>
 이민선 저 <날아라 꿈의학교>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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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다더니 진짜 나왔네요!'라는 연락이 왔다. 이민선 <오마이뉴스> 기자로부터 책을 쓰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은 꽤 오래전 일이다. 자신의 책이 나왔다는 말치고는 좀 건조한 표현이다.

이민선 기자의 글은 항상 소박하다. 현란한 문체도 없고 상상을 자극하는 꾸밈도 없다. 꾸밈이 없다는 것은 진솔하다는 말이다. 이 책도 그러하다. 보고 들은 것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꿈의학교' 얘기를 들은 것은 꽤 오래되었다. 들으면서도 저게 될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그냥 건성으로 '네! 그렇군요' 하고 영혼 없는 호응만 했다. '학생이 알아서 하는 학교와 교육이 우리나라에서 가능할까?' 하는 생각으로 듣고 나선 잊고, 또 잊기를 반복했다. 내게 피부로 와 닿는 내용도 아니었기에.

책을 읽어나가면서 처음에는 '이런 일도 있구나!' 하는 정도에서 시간이 갈수록 '어 이거 봐라, 부럽네!' 하는 마음으로 변해갔다. 우리들의 어린 시절과 내 딸들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면서 부러움과 아쉬움이 겹쳐 지나갔다. 내 아이들에게 저런 경험을 주지 못한 아쉬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스쳐 지나갔다.

꿈의학교는 정규교육 외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분야의 학교를 열고 희망 학생을 뽑고 나면, 나머지는 학생들이 다 알아서 한다. 하고 싶은 것도 학생들이 결정하고 운영 방법도 학생들이 결정한다. 어른들로 구성된 도우미는 있지만, 운영 주체는 아니다. 도우미는 과제를 해나가는데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고, 아이들이 미처 해결 못 하는 일을 도울 뿐이다. 행정적인 지원을 해주기도 한다.

스스로 결정했기에, 성과에 대한 기쁨도 더 커!

청소년 연극을 만나다 꿈의학교. 왼쪽부터 이희원 성남 효성고 학생, 김은경 꿈지기(극단 하땡새 기획자), 전민선 성남 효성고 학생.
 청소년 연극을 만나다 꿈의학교. 왼쪽부터 이희원 성남 효성고 학생, 김은경 꿈지기(극단 하땡새 기획자), 전민선 성남 효성고 학생.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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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신들이 결정한 일이기 때문에 의욕을 가지고 하게 된다. 성과에 대한 기쁨도 그만큼 크다. 이게 책 전체에서 보여주는 내용이다. 책은 오랫동안 여러 꿈의학교를 직접 취재하며 강사나 아이들과 이야기한 내용을 담담히 적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이 어릴 때나, 많이 커버린 지금까지 항상 듣는 이야기가 있다. "내가 알아서 할게"라는 말이다.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엘리베이터에 타고 층수를 누르려면 난리가 났다.

"내가! 내가! 내가...!"

안아서 직접 누르게 하면 조용해졌다. 이제 꽤 커서 성인이 되어서도 "너무 늦게 온다. 학교는 재미있니?"라는 잔소리를 하면, 어김없이 "내가 알아서 할게!" 하는 좀 퉁명스런 대꾸가 돌아온다.

나도 그렇다. 연로하신 어머니가 이것저것 잔소리를 하시면 "내가 알아서 할게요" 하고 귀찮은 듯이 말한다. 그렇다, 나도 내 자식도 다 자기가 알아서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

그런데 그게 더 걱정스러웠던 것이 바로 어른들이다. 그 걱정스러움을 이 책은 호기 있게 나무라고 있다. '한번 맡겨보자. 이 아이들이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보자. 이 아이들이 이런 경험을 가지고 그 후의 삶이 얼마나 행복해지는지 보자!'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미트볼 반죽을 만드는 모습. 미트볼 주 재료는 고기와 양파, 우유에 불린 빨가루 등이다.
 아이들이 미트볼 반죽을 만드는 모습. 미트볼 주 재료는 고기와 양파, 우유에 불린 빨가루 등이다.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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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이민선 기자와 이야기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그거 재미있더라고요."

어딘가에서 본 것, 취재하면서 알게 된 일, 어떤 사람이 한 이야기, 책에서 읽은 것, 어느 모임에서 경험한 일 등을 이야기하면서 "재미있더라고요"라는 말로 마무리한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갸우뚱하면서도 나는 그냥 웃어준다.

그렇다. 이 책의 저자는 세상을 재미있게 보고, 작은 거 하나에서도 그 아름다움을 느끼고, 소소한 일상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사람이다.

꿈을 키워야 할 아이들, 그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를 포함한 교육계 종사자 모두 책 <날아라 꿈의학교>를 읽고 자기만의 꿈을 키워보면 어떨까?


날아라 꿈의학교 - 꿈을 만드는 아이들의 행복한 교육 이야기

이민선 지음, 오마이북(2017)


태그:#날아라 꿈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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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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