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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세를 탄 배다리의 헌백방 골목 등 주민들과 함께 숨 쉬었던 문화유산들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세를 탄 배다리의 헌백방 골목 등 주민들과 함께 숨 쉬었던 문화유산들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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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나 자란 동네 / 배가 들어왔던 다리래 / 배도 다리도 이제는 없지 / 예쁜 이름만 거리에 남아....(가수 김광진의 싱글 앨범 '배다리' 중에서)

인천의 대표적인 역사문화 배움터인 '배다리' 마을의 전통문화유산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배다리는 헌책방 골목 등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 창영초등학교 등 100년 이상 된 옛 문화유산 건재, 생태마을 체험, 요일 마켓(벼룩시장), 주민 예술축제 등으로 유명한 동네다.

배다리는 인천시가 운영하는 '인천시티투어' 관광명소로 전국 탐방객들의 특별한 추억 놀이터가 되고 있다. 최근 인천시의회에서도 '한미서점' '아벨서점' 등 배다리 헌책방 마을을 되살리는 동네서점 활성화 조례안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배다리를 직접 관리하는 동구청(청장 이흥수, 자유한국당)만이 아이러니하게 배다리 공동체 유산을 홀대하는 모양새다. 이 청장의 주도로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강압적인 행정을 펼쳐 논란이다. 최근엔 주민과 예술인들이 함께 만든 '생태 숲 놀이터' 설치물을 구청 관계자를 동원해 폭력적으로 철거해 물의를 빚었다.

최근 동구청은 2020년까지 배다리 일대를 역사문화관, 북카페촌 등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주민협의체 격인 '배다리역사문화마을위원회'가 입수, 공개한 구청의 문화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문화향유와 창조성 등 대부분의 평가가 낙제점을 받았다. 또한 무분별한 상업문화 지대 형성으로 주민 사생활 침해나 소음공해 등 민원우려도 제기됐다.

배다리는 조택상 전 구청장(당시 정의당, 현재 더민주) 재임 시절 화려한 문화예술 르네상스의 꽃을 피웠다. 조 전 청장은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면서 배다리를 전국 유명관광명소로 발돋움 시켰다. 그러나 이후 당시 새누리당 소속인 이흥수 청장이 당선되면서 동구의 각종 문화예술 배움터와 문화유산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배다리 문화기획자 민운기 대표의 '스페이스빔'도 사라질 위기

옛 배다리 마을 풍경<출처. 동인천고등학교 카페>
 옛 배다리 마을 풍경<출처. 동인천고등학교 카페>
ⓒ 동인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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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책방 많던 동네 / 교복 입은 친구들 모여 / 깔깔 이야기가 너무 많아 / 낙서 없는 교과서를 찾지....(김광진의 '배다리' 중에서)

배다리의 모든 옛 공간을 복원하고 문화예술 거점으로 승화시킨 장본인이 바로 '스페이스빔'의 민운기 대표다. 민 대표는 동구의 낡은 양조장을 자비로 임대해 10년 전 산업도로 계획으로 사라질 뻔한 배다리를 주민들과 함께 예술문화 투쟁으로 지켜냈다. 전국 원도심에서 유행 중인 '공공미술프로젝트'의 원조 격인 셈이다.

민 대표는 '스페이스빔'을 지역 주민과 예술인들의 행복한 놀이터와 전시 공간으로 기꺼이 내주었다. 배다리를 살리기 위한 각종 세미나, 여름주민학교, 벼룩시장, 도시학교, 예술아카데미, 걷기 좋은 동네 코스 등을 기획했다. 헌책방 골목과 옛날 영화관 등을 살린 소극장 콘서트 등을 열며 마을 전체를 역사문화도시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이젠 민 대표도 그의 유일한 보금자리인 '스페이스빔'에서도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지난 10년 동안 임대료를 올리지 않아 근근이 버텨왔지만 최근 어떤 이유에서인지 주인장이 임대계약 연장을 거부했기 때문. 만약 이 공간마저 사라진다면 배다리의 문화예술 가치도 함께 사라질 것이 분명하리라.

관 주도의 탁상행정이 오래된 마을의 문화유산을 짓밟다

동구청의 폭력적인 철거로 물의를 빚은 배다리 생태 숲 놀이터 설치물
 동구청의 폭력적인 철거로 물의를 빚은 배다리 생태 숲 놀이터 설치물
ⓒ 스페이스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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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가 지나던 곳 / 제일 큰 사거리 너머에 / 매일 기다리던 나를 찾아 / 단발머리 소녀가 달리네 /  오늘도 보물찾기 / 헌책방 구석에 숨겨진 / 형들 누나들의 비밀얘기...(김광진 '배다리' 가사)


민 대표와 오랜 기간 함께 문화예술 운동을 이어 온 윤현위 지리학박사는 관 주도의 탁상행정이 마을의 오랜 역사와 문화유산 터전을 망치는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구청이 민간차원과 더 깊숙이 소통해 지역문화 복원과 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상생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충언했다.

"스페이스빔의 지난 활동은 도시 내에서 평가를 받아야할 부분이 분명이 있고, 직접적인 지원은 고사하고 방해 혹은 중단하려는 행위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며 비난받아야할 것이다. 혹 스페이스빔이 이전하고 그 자리에 무슨 기념관이나 박물관 같은 것이 들어서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윤현위 지리학박사)

배다리를 '있는 그대로' 살아 숨 쉴 수 있게...

주민들과 예술인들이 뭉쳐 만든 '배다리역사문화마을위원회'가 이흥수 동구청장의 폭력적인 철거에 항의하는 집회 모습
▲ 관 주도의 탁상행정의 말로 주민들과 예술인들이 뭉쳐 만든 '배다리역사문화마을위원회'가 이흥수 동구청장의 폭력적인 철거에 항의하는 집회 모습
ⓒ 배다리역사문화마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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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깨가 으쓱한 낡은 책들 / 먼지 속에 겨우 찾아냈던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낡고 또 해어진 변한 게 없는 거리 / 세월은 변해가도 / 내 모습이 변해도 / 수줍은 내 어린 날 미소를 / 마주칠 것만 같은 거리...(김광진 '배다리' 가사)


100년 전 인천 개항기, 일제강점기 조선 시대 서민들의 생활이 그대로 녹아있는 배다리를 날 것 그대로 되살려야 한다. 헌책방 옆 성냥공장에서 일했던 조선인 노동자들의 애환이 묻어 있는 배다리를 주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 1919년 3.1 만세 운동 발상지인 창영초등학교의 위엄과 기개를 배다리 정신으로 복원해야 하리라.

5년 전 여름이었던가. 한 여름 뙤약볕을 마주하며 해바라기 꽃이 활짝 웃던 배다리의 텃밭이 기억난다. 한 쪽에서 아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노는 모습, 할매·할배들이 오두막에 앉아 직접 지은 고추와 채소를 따서 막걸리 한 사발에 행복해 하는 얼굴이 떠오른다. 주민들이 소박하게 가꾸고 보듬어 온 배다리의 살아 숨 쉬는 정취와 사랑이 오래도록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태그:#배다리, #도깨비, #인천 동구청, #스페이스빔, #김광진 '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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