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는 이 남자 정체가 궁금하다.

40대의 이 남자는 아이 셋을 데리고 그것도 유모차를 끌고서 남자들이 바글바글한 야구 선수를 뽑는 테스트시합장에 와 있다. 그것도 겁도 없이 '마누라님' 몰래 온 이 남자는 테스트 직전까지 막내의 기저귀를 갈며 "Wait a second!"를 말한다.

이 남자는 어린 시절 야구선수를 꿈꾸었고,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 입단했다가, 어깨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은퇴한 경험이 있다. 현재는 텍사스 고등학교에서 화학을 가르치며 고교 야구팀의 감독직을 맡은 짐 모리스이다.

단 한명의 믿음이 작은 용기를 가질수 있게 만든다

 영화 <루키>(2002)의 국내 메인 포스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 <루키>(2002)의 국내 메인 포스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


지금 이 남자는 꿈을 위해 유모차를 끌고 이 자리에 서 있다. 메인 포스터의 혼자 투구를 하는 멋진 모습보다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어찌 보면 아주 작은 용기에 지나지 않는 모리스의 행동이 겁 없는 행동으로 보이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꿈과 현실 사이에 갈등하며 테스트 직전까지 울고 있는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줘야 했던 모리스처럼 "Wait a second"만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모리스는 용기를 내어 기저귀를 놓고 글로브를 손에 낀다. 그리고 강속구로 모두를 놀라게 한다.

모리스가 이 작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마치 영화가 시작될 때 사막 한가운데 유전이 나온다는 한 남자의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지만 그를 믿고 투자한 두 명의 수녀처럼 모리스의 재능과 그 안에 숨 쉬는 꿈을 알아보고 믿어주는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경기 중간 이미 포기한 듯한 고교생 야구부 제자들에게 모리스는 이미 포기한 채 자신을 믿지 않았다며 포기하는 한 더 나은 미래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 지역에 정착하고 노동자가 되지만, 인생에서 뭘 추구할지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고 격려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꿈은 잊은 채 여기서 안주는 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모리스 자신이었다. 그런 모리스를 믿는 제자들은 메이저 리그를 향해 다시 도전하라고 응원한다. 그리고 아빠를 가장 멋진 투수로 생각하는 두 눈을 반짝이는 아들의 응원이 있었다.

꿈을 향한 기회 그리고 걸림돌

 주인공 모리스는 아이를 키우는 40대 유부남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꿈이 있다.

주인공 모리스는 아이를 키우는 40대 유부남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꿈이 있다. ⓒ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


영화에서 모리스는 아버지로 인해 자신의 꿈의 기회를 많이 놓쳤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아버지의 격려 한마디가 필요했던 모리스에게 아버지는 끝까지 "하고 싶은 일과 운명적인 일은 판단할 때 감정에 흔들리면 안 된다"라고 전한다. 모리스가 마지막에 메이저리그에 등판해서 응원 온 아버지에게 공을 건네는 모습에서 모리스가 그제야 아버지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됐음을 직감하게 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들의 무거움을 모리스의 아버지에게서 보게 된다. 어찌 보면 아버지로 인해 놓친 기회보다 아버지를 핑계로 자신이 알아보지 못한 기회가 더 많았을 것 같다.

뒤늦게 찾아온 기회이지만 모리스에게는 걸림돌이 존재한다. 장미꽃처럼 아름다운 길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 사막에서 유전을 찾지 못해 손해를 본 두 수녀는 장미꽃으로 은총을 구하게 한 것처럼 우리는 꿈을 이루길 소망하지만, 대부분 꿈은 좌절되고 믿음은 무너지게 된다.

모리스가 집을 떠나있는 동안 경제적인 문제는 모리스를 압박하고 진짜 꿈이 맞는지도 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지 못하고 구단에서 생활하며 시험받고 동료들의 시기를 받으며 40대 다시 꿈을 향해 나가는 홍보용 선수로 포장되어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모리스에게는 나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만둘 때도 이유가 필요하다는 말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못했을 경우 미련은 클 수밖에 없기에 과거도 미래가 아닌 지금 도전하는 모리스의 나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용기를

 제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 그는 마운드 위에 오른다.

제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 그는 마운드 위에 오른다. ⓒ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


인생의 중년에 서서 모리스의 도전과 성공이 잔잔하게 마음속에 들어온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그런지 감독은 담담하게 현실적인 모리스를 그리기 위해 노력한듯하다. 만약 나에게 꿈을 향해 도전할 기회가 온다면 모리스처럼 나아갈 수 있을까? 결정적인 순간 "wait a second!"를 말하며 두 갈래 길에 서서 두려움에 맞서지 못하고 미루고 또 미루지는 않을지? 그냥 나는 지금이 행복하니 어릴 때 꿈은 그냥 꿈일 뿐이라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운명적인 일이라고 나에게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 싶다.

사실 내 꿈이 무엇이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 듯하다. 그리고 많은 핑곗거리를 찾아보게 된다. 병으로 아파 돌봐드려야 하는 어머니를 핑계 삼고 아이들을 핑계 삼고 당장 해야 할 일들을 핑계 삼는다. 그런데도 작은 용기를 내본다. 꿈과 현실 사이 작은 용기가 필요하다면 모리스에게서 힘을 얻을 수 있는 영화란 생각을 해본다.

루키 용기 공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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