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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6개국 204개 재외투표소에서 실시된 제19대 대선 재외투표지의 국내회송이 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국제우편물류센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실시됐다. 외교부, 선관위와 우정사업본부 직원들이 2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국제공항 국제우편물류센터에서 각 지역 선관위로 발송할 재외투표지를 분류하고 있다. 2017.5.2
 116개국 204개 재외투표소에서 실시된 제19대 대선 재외투표지의 국내회송이 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국제우편물류센터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실시됐다. 외교부, 선관위와 우정사업본부 직원들이 2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국제공항 국제우편물류센터에서 각 지역 선관위로 발송할 재외투표지를 분류하고 있다. 20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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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제19대 대통령선거 재외투표가 실시됐다. 모두 116개 나라,175개 공관, 204개의 재외투표소가 설치됐는데 나는 미국 시애틀총영사관에서 관리하는 린우드 투표소에서 선거사무원으로 근무했다.

시애틀 총영사관에서 관리하는 투표소는 모두 세 곳에 설치했다. 워싱턴 주의 북부지역 거점도시인 린우드와 남부지역 거점 도시인 페더럴웨이, 그리고 총영사관이 없는 오레곤 지역의 포틀랜드 지역이다. 이 세 지역에서 선거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한 유권자는 모두 4천8명. 25일부터 페더럴웨이 투표소를 운영했고, 나머지 두 지역에서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운영했다.

21일, 투표에 앞서 시애틀 총영사관에서 투표소 설치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교육받았다. 신원 확인에 필요한 전산장비와 투표지 출력방법, 투표함 봉함과 투표 종료 후 투표봉투 개수 확인 등의 절차였다. 우리의 정치적 의사를 안전하게 한국에 전달하기까지 과정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린우드의 경우 투표 개시 전날인 27일에 위 과정을 전반적으로 리허설하는 2차 교육이 있었다.

이틀의 교육 끝에 드디어 28일, 유권자에게 투표소가 공개됐다. 투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루어지지만 투표 사무원과 각 당의 참관인, 투표소를 책임지는 영사는 매일 7시 30분까지 나와 전산장비 설치부터 투표함 봉함까지 세팅하는 일을 마쳤다.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하겠다는 선서를 시작으로 그간 교육받은 대로 투표 시설을 설치하고 투표지 시험 프린팅도 마쳤다.

첫 번째 투표자는 이 사람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7일 앞둔 2일 오전 서울 중랑구 신내노인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이 거소투표를 하고 있다. 거소투표는 투표소로 이동할 수 없는 선거인이 사전에 신청해 우편으로 투표할 수 있는 제도다. 2017.5.2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7일 앞둔 2일 오전 서울 중랑구 신내노인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이 거소투표를 하고 있다. 거소투표는 투표소로 이동할 수 없는 선거인이 사전에 신청해 우편으로 투표할 수 있는 제도다. 20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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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시작이지만 미리 와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서너 명 눈에 띄었다. 첫 번째 방문자는 미국과 한국 이중국적을 가진 할아버지였다. 하지만 그 할아버지는 아쉽게도 투표를 할 수 없었다. 재외투표에 참가하려면 미리 공지된 기간에 참가신청을 해야 하는데 이를 하지 못했던 것. 할아버지의 항의가 있었지만 규정에 따를 수 밖에 없다. 두 번째는 주부였는데 이분이 린우드의 첫 번째 투표자가 되었다.

린우드 투표소는 장소 섭외에 난항을 겪다가 베스트웨스턴 호텔 미팅룸으로 결정했다. 호텔이다 보니 정문에서부터 복도를 이리저리 따라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따라서 정문과 주차장으로 통하는 옆문 두 곳에 안내원을 배치했는데 나는 3일 동안 옆문에서 투표소까지 안내하는 일을 했다.

정문을 통해 출입하는 사람도 옆문 길목을 지나야 하니 거의 모든 투표인들의 반응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시애틀 북부 지역 표심의 향방을 혼자 짐작해봤다. 

첫날 투표한 사람들은 341명.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먼 길을 달려 주권을 행사하러 왔지만 앞서 할아버지의 예처럼 투표하지 못한 이들이 한 시간에 한 명꼴로 있었다. 참가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들 외에 영주권 기간을 갱신하지 않아 투표를 못한 예도 있었다.

영주권자 중에는 한국에 주민등록증이 말소된 사람들이 있는데 그럴 경우 영주권으로 신분 확인을 해야 한다. 하지만 영주권 유효 기간이 지나면 신분 확인을 할 수 없어 투표할 수 없다. 이런 규정을 잘 모르고 있다가 낭패를 본 어떤 주부는 다음 선거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며 말소된 주민등록 살리는 방법을 묻기도 했다. 투표인은 연령대로 보면 7대 3 정도로 젊은층이 많아 보였다.

둘째 날은 토요일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 투표자와 유학생들의 단체 투표가 많았다. 숨 돌릴 틈이 없다 싶었는데 역시 651명이 투표했다고 한다. 이는 시애틀 지역 세 곳의 투표소 중 가장 많은 숫자라고 했다. 고무된 반응이었다. 연령대로는 6.5대 3.5 정도로 젊은층이 많았지만 첫날보다 장년층과 노년층이 늘어 보였다. 

'엄지척'하는 노인, 브이하는 청년... 인증샷도 각양각색 

 2일 오전 인천 중구 국제우편물류센터에서 우정사업본부 직원들이 일본, 중국, 러시아 등에서 온 재외국민투표 회송우편물을 접수하고 있다. 2017.5.2 [우정사업본부 제공=연합뉴스]
 2일 오전 인천 중구 국제우편물류센터에서 우정사업본부 직원들이 일본, 중국, 러시아 등에서 온 재외국민투표 회송우편물을 접수하고 있다. 2017.5.2 [우정사업본부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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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은 일요일이라 교회 다녀오는 가족 단위 투표인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노년층은 토요일에 많이 한 듯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젊은 부부나 신혼부부가 많았다. 투표인은 402명, 비율은 7대 3 정도로 젊은층이 많았다.

일반적으로 젊은층이 진보성향의 후보를 선호하고 장년층이나 노년층이 보수성향의 후보를 선호한다니 투표자 연령으로 가늠해보자면 이 지역은 진보성향의 후보가 유리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인증샷 찍는 모습을 보니 이를 확신할 수만은 없었다.

린우드 투표소는 출입구 두 곳에 투표소 안내 배너를 설치해 이곳에서 인증샷을 찍도록 했다. 내가 있었던 주차장 출구의 배너에서도 많은 사람이 인증샷을 찍었고 단체 인증샷이나 혼자 온 사람들의 인증샷은 내게 부탁하기도 해서 찍어 주었다.

이번 선거부터는 누구를 찍었는지 자신이 응원하는 후보 번호를 수신호로 만들어 찍는 인증샷이 허용된다. 사진을 찍어주다 내 예상이 빗나간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었다.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분인데도 엄지를 세우고 환하게 웃는 모습, 혼자 온 젊은이가 셔터 누르는 순간 슬쩍 추어올린 브이, 세 명의 젊은이가 함께 네 손가락을 나란히 들고 찍는 모습은 의외여서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대부분은 예상과 비슷했다. 특히 파란을 일으키자는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청바지나 파란 재킷 등으로 옷 색깔부터 파란을 일으키는 '티'를 내고 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인주가 다른 곳에 번져 사표가 될까 걱정하는 사람들, 개표 부정 의혹을 다룬 영화 <더 플랜> 얘기를 하며 자신의 표가 도둑질당할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자신의 표가 잘 도착해서 이번에는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고 싶다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서로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다고 설전을 펴거나 자기 후보를 대놓고 응원하는 예는 없었다.

"15명 중에 여성은 몇 명인가요?"

장소가 호텔 미팅룸이다 보니 외국인의 호기심 어린 질문도 많았다.

어떤 백인 할아버지는 '무슨 프로모션을 하는 것이냐'고 물어봤다. 어깨띠를 두르고 인사하는 걸 보니 궁금했던 모양이다. 한국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고 하자 서양인 특유의 과장된 몸짓을 곁들이며 자기들도 작년에 대통령 선거를 했는데 악몽 같은 순간이었다며 잘 되길 바란다고 했다. 어떤 남미계 여행자는 재외투표가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또 다른 백인은 후보가 몇 명이냐고 물어 15명이라고 했더니 놀라며 그중 여성은 몇 명인가 물으며 한국 선거에 흥미를 보였다.

린우드의 투표소는 호텔이라 불편하기도 했지만 투표인에게 커피를 무한대로 제공할 수 있는 점은 장점이었다. 거기에 영사관에서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교민의 특성을 배려해 과자와 사탕을 준비한 덕분에 투표도 하고 다과도 즐기며 한판 잔치를 치르듯 투표를 무사히 마무리했다.

나는 지난해 11월 가족행사 때문에 한국에 갔었다. 마침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알려지면서 촛불집회가 시작되던 시점이었다. '점'이라도 하나 더 보태자는 심정으로 나갔는데 그곳에서 유린된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려는 거대한 흐름을 보게 되었다. '이게 나라냐'는 탄식이 '우리가 다시 만들자'는 의지로 뭉쳐지는 역사적인 흐름.

이제, 여러분의 차례입니다

투표참여 독려하는 대선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바른정당 유승민,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생방송 토론을 시작하기 앞서 투표참여 독려 피켓을 들고 있다.
▲ 투표참여 독려하는 대선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바른정당 유승민,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생방송 토론을 시작하기 앞서 투표참여 독려 피켓을 들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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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간의 방문을 마치고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날은 주말이라 집회가 예정되어 있는데 아침부터 눈이 내리고 있었다. 저 눈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못 오고 그걸 민의라고 핑계 대며 대통령이 끝까지 버티면 어쩌나 걱정하던 게 기억난다. 기우에 불과했다. 그날 백만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고 그 뒤로도 집회가 계속 열려 결국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냈다. 내가 선거사무원으로 자원한 이유는 그렇게 힘들게 얻어낸 대통령 선거에 뭐라도 하나 기여하고 싶어서였다. 선거에 참여한 많은 분들도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 마음이 모여 대선 재외투표 역대 최다투표율 75.3%로 나타났다.

이제 고국에 계신 여러분 차례다.

훼손된 국격을 바로 세워 다른 나라에서 함부로 할 수 없는 나라, 대형사고가 나면 국민 한사 람 한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겨 구조에 최선을 다하는 나라, 잘못에 대해 책임지고, 사과하고, 바로잡으려 노력하는 나라가 지도자 한 사람 뽑는 것으로 완성되지는 않겠지만 그로부터 시작되는 것은 확실하다. 그에 적합한 사람이 누구인지 포기하지 말고 투표로 자신의 뜻을 확실하게 표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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