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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LA에서 북쪽으로 395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거나, 샌프란시스코에서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거쳐 티오가 패스(Tioga Pass)를 넘어 오면 해발 고도 1946m에, 서울시 면적의 1/3정도 되는 넓은 호수가 나온다. 모노 레이크 (Mono Lake)다.

이 호수가 유명한 것은 물속에서 자라나는 돌탑인 투파(Tufa - 지하수에 있는 탄산칼슘 성분이 위로 올라면서 생기는 굳어 생기는 돌)가 있기 때문인데, 많은 사진작가들이 호수에 비친 투파를 찍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고 한다. 검색 엔진에서 모노 레이크를 치면 수많은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

지난 4월, 가족들과 함께 모노 레이크를 방문했다. 검색 엔진 속의 많은 사진들을 봤던 터라, 그렇게 예쁘고 멋있는 그림이 내 앞에 펼쳐져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숙소인 비숍(Bishop)에서 한 시간을 북쪽으로 달려 도착한 모노 레이크는 사진으로 봤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구름으로 가득 찬 우중충한 하늘 아래, 호수 위에 그냥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돌덩어리들이었다. 바람도 세게 불고 비까지 내리고 있어서, 어떠한 감흥도 없이 두 아이들을 데리고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왔다.

날씨가 흐려 물속에서 자라는 투파 (Tufa)가 사진작가들이 작품처럼 보이지 않는다.
▲ 모노 레이크 (Mono Lake) 날씨가 흐려 물속에서 자라는 투파 (Tufa)가 사진작가들이 작품처럼 보이지 않는다.
ⓒ 고종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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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내가 생각하던 모노 레이크가 아니었기에, 다시 한번 찾아가 보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 가려면 남쪽으로 가야 하지만, 왕복 2시간을 돌아 집에 가기로 결정했다. 그 날은 전날과는 전혀 다른 맑은 하늘에, 구름 한점 없고, 바람조차 불지 않는 날이었다.

모노 레이크에 도착하니, 어제 본 그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아니, 투파(Tufa)는 그대로 있었는데, 주변의 모든 환경이 바뀌니까, 전혀 새로운 곳처럼 보였다. 인터넷에서 본 것과 같은 구도로 사진을 찍었더니, 호수에 비친 투파(Tufa)의 모습이 너무 예쁘게 보였다. 이 아름다운 것을 못 보고 집으로 갔다면 후회했을 뻔했다.

맑은 날 다시 찾아간 모노 레이크. 물에 비친 투파 (Tufa)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 모노 레이크 (Mono Lake) 맑은 날 다시 찾아간 모노 레이크. 물에 비친 투파 (Tufa)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 고종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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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사진 작가들의 모노 레이크 사진들을 보니, 일출이나 일몰 때 맞추어 찍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태양이 시에라 네바다 (Sierra Nevada) 산맥에 걸려 있고, 태양의 붉은 색이 호수와 맡닿아 보라색으로 보이고, 일렁임조차 없는 호수 표면에 비친 투파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이나 다른 후보자를 지지했던 사람이나, 새로운 정부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크다. 벌써부터 새대통령을 흔들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 한 사람만으로는 나라의 멋진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없다. 구름 잔뜩 낀 비오는 하늘 아래 볼품없이 서 있던 모노 레이크의 투파처럼 말이다. 나라의 감탄이 터져 나오게 만드는 사진은, 하늘, 구름, 바람, 태양 등의 조건이 다 맞아 떨어져야 나올 수 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러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몇 년 후, 우중충한 사진 속 모습이 아닌, 호수 위의 장관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태그:#모노 레이크, #MONO LAKE, #투파, #TUFA,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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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Biola University에서 교육철학 박사 학위를 받고, 몇몇 대학/대학원에서 교육관련 강의를 하며, 은빈, 은채, 두 아이가 성인으로 맞이하게 될 10년 후를 고민하는 평범한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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