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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적인 대통령 문화 청산하겠습니다. 준비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습니다."

10일 낮 국회에서 진행된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 한번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를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내어주고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이전할 것이라 공언해왔다.

그동안 청와대는 권위의 상징으로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만의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4년,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는 불통과 비밀로 얼룩진 특권의 상징이 됐다. 세월호 참사 뒤엔 청와대 근처에서 노란 리본을 달았다는 이유로 경찰이 시민들을 불심 검문하기도 했다.

청와대 앞 분수대는 이전부터 시민들에게 개방되긴 했다. 하지만 삼엄한 경비 때문에 청와대 방향으로 걸어가기가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특히 청운·효자주민센터 앞 신교동 교차로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가는 길과 춘추관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가는 길엔 늘 사복 경찰이나 경호원이 있어 행인의 행선지를 일일이 확인했다. 관광버스를 타고 온 외국 관광객들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자유롭게 구경했지만 정작 시민들에겐 불친절한 '청와대 앞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앞길'은 어떨까. 취임 이틀째인 11일 오후 점심시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휴식을 취하는 직장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주민, 킥보드를 타며 노는 어린아이, 데이트하는 연인들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11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산책을 하는 주민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1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산책을 하는 주민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 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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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근처에 있어 종종 오는 편이라는 30대 직장인 김현아씨는 "평소에는 경계가 있다 느꼈는데 대통령이 바뀌어서 그런 건가 오늘은 분위기가 부드러워진 것 같다"며 "평소에는 입구에서 경호원들이 '어디에 가는지' 묻는데 오늘은 들어올 때 묻지 않았다. 또 전에는 가방검사를 하기도 했는데 오늘은 그런 과정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씨는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 아직 하루 되었지만, 국민들과 가까이 소통하는 모습이 좋다"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초심 잃지 않고 친근하게 소통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청와대에 찾아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기대를 표했다.

과거 이곳을 지나간 적이 있다는 30대 진아무개씨는 "특별히 온 건 아니고 그냥 지나가는 길"이라며 "그때 지나가려고 하니까 경비원께서 어디 가시냐 물었는데 권위적이란 느낌을 받은 기억이 있다. 근데 오늘은 같은 질문을 했지만 편하게 물어봐 주셔서 좋았다"고 말했다.

"1인시위에도 정중하고 협조적이었다"

11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염동선(37)씨는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하지만 불편함이 없다. 경찰 분들이 정중하고 협조적이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염동선(37)씨는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하지만 불편함이 없다. 경찰 분들이 정중하고 협조적이다"고 말했다.
ⓒ 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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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 부드러워진 '청와대 앞길 경비'는 1인시위를 벌이는 이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분수대 한쪽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던 KT스카이라이프 비정규직 노동자 염동선(37)씨는 "문 대통령께서 청와대에 오셨으니 우리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달란 의미로 어제부터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며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하지만 불편함이 없다. 경찰분들이 '1인 시위하셔야죠. 대신 (피켓) 내용을 찍어가도 괜찮겠습니까'라며 정중히 물었고 시위에 협조적으로 대해주셨다"고 말했다.

한편, 한 50대 주민은 "어제, 오늘 같은 시간에 이곳을 지났는데 경호원이 어디에 가시냐며 물었다. 편하게 물어본 거라 기분 나쁜 일은 없었다"면서도 "너무 많은 범위를 개방하면 경호하는 것이 힘들어질까봐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당일 이곳을 방문한 이들은 대부분 청와대에 불어온 편안한 변화를 감지하고 있었다. 특히 공통으로 언급된 것이 "경찰, 경호원의 친절"이었다. 경직되지 않은 친절한 경호에서 시민들은 기분 좋은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태그:#문재인, #문재인 공약, #광화문 대통령, #청와대 개방, #청와대 분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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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인턴기자 김도희입니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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