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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은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 공약 실현을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과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의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를 지켜본 뒤 개정이 안 되면 정부가 근로시간 산정 기준으로 삼은 행정해석을 폐기해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를 볼 때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우리 근로기준법 속에 들어있는 전근대적인 노동 관계를 드러내는 용어들에 대한 개정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인데, 오늘은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선진국의 예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여 그들 나라의 잘못된 역사적 유물이 노동법상의 용어로 남아 있기도 하고, 입법 과정에서 대립된 당사자나 정치인들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애매한 표현을 사용하는 등의 이유로 법전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용어들이 넘쳐난다. 이에 더해서 권위주의적이거나 노동을 천시하는 사상이 용어의 바탕에 깔렸고, 표현은 얼마든지 쉬운 방법이 있음에도 격식을 찾느라 노동자들을 헛갈리게 하는 경우도 많다.

근로-노동

'근로'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말하는 것으로 정의하면서도 근로기준법은 굳이 '노동' 이란 용어를 회피하고 있다. 이는 노동을 천시해 온 양반문화의 잘못된 유산임과 더불어, 반공주의와 국민을 통제하려는 프로파간다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근로(勤勞)'의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부지런히 노동한다'라는 것인데, 근로기준법은 '부지런히 일하는 노동자'만을 보호하고, 부지런하지 않으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인가?

노동자들이 노동의 소중한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3D 업종의 일을 기피하거나, 사용자가 노동자들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잘못된 사회 풍조를 바로 잡기 위해서도 '노동'을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법전에 등장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고로 일본은 '노동기준법'이라 한다.

사용자-사업주, 경영자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원래 '사용(使用)'은 사물이 필요하거나, 소용되는 곳에 쓰는 것을 의미하며 사람을 사용한다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잘 쓰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사람을 물건 쓰듯 하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노사당사자 중 근로자를 사용자가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사용되는 수단쯤으로 생각하는 것도 시대의 현실과 맞지 않고, 자본을 대어 특정한 사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단지 사업의 주체로서 사업주 혹은 경영자일 뿐이지, 사람을 부리거나 사용을 하는 주인 같은 존재는 아니다.

노사가 대등한 관계이고 앞으로의 노사관계는 동반자로서의 노사를 전제로 하여야 한다면 '갑'의 횡포를 상기시키고 일방적이며 주종관계를 전제하고 있는 이 봉건적 사고의 '사용자' 라는 용어만큼은 가장 먼저 버려야 할 필요가 있다.

언어학자 소쉬르에 따르면 인간은 감각이 아니라 언어로 대상을 분류하고 인식하며, 언어의 차이에 따라 전혀 다른 세계가 출현한다고 한다. 우리 근로기준법이 노동기준법으로 바뀌고, '사용자'라는 용어가 '경영사업주' 등으로 바뀐다면, 우리가 맞이할 노동 현실도 조금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후록 시민기자는 공인노무사입니다. 해당 기사는 개인블로그 blog.naver.com/lhrdream 에 게재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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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로서 '노무법인해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노무자문, 급여관리, 근로자들의 부당해고, 체당금 사건 등을 수행하면서 널리 알리면 좋을 유용한 정보를 기사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blog.naver.com/lhr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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