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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6개 댐의 수문을 연 지 하루가 지났다. 오마이뉴스 4대강독립군 낙동강팀이 2일 합천보, 달성보, 강정보 상류 4 지점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위는 '찔끔' 내려갔지만 변한 건 없었다. 강 곳곳에서 녹조 알갱이들이 치솟았다. 여전히 녹조 제거용 수차가 돌아갔다. 물 빠짐 현상으로 조금 드러난 펄밭에선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꿈틀댔다. 대구시민들이 취수하는 상수원 보호구역, 식수원에서 조차도 시궁창 냄새가 고약하게 풍기는 펄 속에 깔따구가 있었다.

[도동서원 앞 : 오전 10시] 수문개방? 그래도 녹조제거 수차는 돈다

2일 오전 대구광역시 달성군 도동서원앞(달성보 하류) 낙동강에 녹조제거를 위한 수차가 작동하고 있다.
 2일 오전 대구광역시 달성군 도동서원앞(달성보 하류) 낙동강에 녹조제거를 위한 수차가 작동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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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물소리를 내며 수차가 돌았다. 지난 1일, 4대강 수문개방 하루 전에도 돌지 않던 녹조제거용 수차였다. 국토부와 환경부는 수문만 일부 개방하면 저절로 녹조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율배반이었다.

오마이뉴스 4대강독립군은 1일 오후 2시 낙동강 합천보 수문을 개방하고 나서 20여 시간 뒤인 2일 오전 10시경에 도동서원 나루터를 찾았다. 지난달 30일에도 이곳에 왔는데, 육안으로 보기에 수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합천보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수위가 11cm밖에 내려가지 않았고, 내일(3일) 오후 4시까지 수위를 1m까지 내리겠다"고 말했다.

강물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수차가 돌아가고 있기 때문인지 물이 움직이고 있지만 2일 전과 같았다. 녹조는 창궐하지 않았지만 녹조 알갱이들이 물속에서 몽글몽글 올라오면서 기지개를 폈다. 조만간 수면 위에 차곡차곡 쌓여 '녹조라떼'를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2일 오전 대구광역시 달성군 도동서원앞(달성보 하류) 낙동강변에 어민이 잡은 뒤 쓸모 없어 버리고 간 강준치, 블루길 등 물고기들이 어선위에서 썩어가고 있다.
 2일 오전 대구광역시 달성군 도동서원앞(달성보 하류) 낙동강변에 어민이 잡은 뒤 쓸모 없어 버리고 간 강준치, 블루길 등 물고기들이 어선위에서 썩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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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에 세워놓은 어부의 배에선 썩은 냄새가 풍겼다. 어디에 내다팔 수도 없는 강준치와 블루길이 배 앞머리에서 나뒹굴었다. 4대강 사업으로 15m 하류에 합천보가 세워지기 전에는 볼 수 없는 어종이었다. 썩은 물고기에 파리 떼가 달라붙어 윙윙거렸다. 어부가 배 위에 팽개치고 간 것이다.

낙동강 합천보 수문개방 20시간 후,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1m로 수위만 낮춘 '찔끔 개방'으로는 수질 개선이 불가능한 것일까? 어부의 강에는 예전처럼 쏘가리와 잉어, 동자개(빠가사리)가 되돌아올까?

4대강독립군 정수근 기자는 "다시 녹조가 창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같다"고 말했다.

[낙동강 달성보 : 오전 11시] 보 위로 흘러넘치는 녹색 물

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4대강에 설치된 일부 보의 수문을 상시개방한지 이틀째인 2일 오전 대구광역시 달성군 낙동강 달성보에서 물이 방류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4대강에 설치된 일부 보의 수문을 상시개방한지 이틀째인 2일 오전 대구광역시 달성군 낙동강 달성보에서 물이 방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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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투명하다. 하지만 보에서 떨어지는 물은 녹색이다. 1일 오후 2시에 수문을 개방하고 21시간이 지난 뒤에 찾아간 낙동강 달성보. 합천보와는 달리 이번 수문 개방의 목표였던 관리 수위 50cm를 모두 낮춘 상태였다. 하지만 여기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아직도 보에 채운 물그릇의 수심은 10m가 넘는다. 그 밑에 시궁창 펄이 계속 쌓이고 있다.

4대강 독립군 정수근 기자는 이날 오전 12시경에 대구 화원유원지 건너편 강변에 갔다. 지난달 31일에 찾아갔을 때보다 육안으로 봐도 물이 빠졌다. 정 기자가 맨 손으로 강변에 드러난 펄을 팠다. 시커먼 색의 펄이 시궁창 냄새를 풍기며 드러났다. 그 안에 붉은 깔따구가 있었다. 최악 수질 지표종인 4급수에서 사는 생명체다.

달성보 수위를 50cm 낮춘다고 시커먼 펄이 쓸어내려갈까? 죽은 강물이 되살아날 수 있을까?

4대강에 건설된 일부 보에서 상시 수문 개방이 시작된지 이틀째인 2일 오후 대구광역시 달성군 낙동강 강정보 상류 상수원보호구역 강바닥에 쌓인 뻘에서 붉은깔따구가 발견되었다. 붉은깔따구는 수질 최하등급인 4급수 지표종이다.
▲ 낙동강 상수원보호구역에서 발견된 붉은깔따구 4대강에 건설된 일부 보에서 상시 수문 개방이 시작된지 이틀째인 2일 오후 대구광역시 달성군 낙동강 강정보 상류 상수원보호구역 강바닥에 쌓인 뻘에서 붉은깔따구가 발견되었다. 붉은깔따구는 수질 최하등급인 4급수 지표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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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에 건설된 일부 보에서 상시 수문 개방이 시작된지 이틀째인 2일 오후 대구광역시 달성군 낙동강 강정보 상류 상수원보호구역 강바닥에 쌓인 뻘에서 붉은깔따구가 발견되었다. 붉은깔따구는 수질 최하등급인 4급수 지표종이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물 속에서 삽으로 떠낸 시커먼 뻘과 붉은 깔따구를 들고 있다.
▲ 낙동강 상수원보호구역에서 발견된 붉은깔따구 4대강에 건설된 일부 보에서 상시 수문 개방이 시작된지 이틀째인 2일 오후 대구광역시 달성군 낙동강 강정보 상류 상수원보호구역 강바닥에 쌓인 뻘에서 붉은깔따구가 발견되었다. 붉은깔따구는 수질 최하등급인 4급수 지표종이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물 속에서 삽으로 떠낸 시커먼 뻘과 붉은 깔따구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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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고령보 : 오후 2시] 대구시민 취수원에 사는 붉은 깔따구

"아이구, 여기도 있네."

정수근 기자는 시궁창 냄새 나는 펄 속을 손으로 헤집으며 붉은 깔따구를 찾아냈다. 한 삽에 많게는 5~6마리가 나왔다. 강에서는 살 수 없는 호소성 식물 마름이 깔린 곳이다. 그는 가슴께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삽을 들고 물속에 들어가 한 삽씩 퍼 올렸다. 모래가 섞이기도 했지만, 대부분 펄이다.

20여분동안 삽질을 하면서 찾아낸 붉은 깔따구는 20여 마리다. 1분에 1마리씩 찾아낸 셈이다. 문제는 이곳이 낙동강의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점이다. 멀리 강정고령보를 배경으로 1km 앞에 매곡 취수장 건물이 보였다. 바로 위쪽에는 문산 취수장이 있다. 대구 시민들의 먹는 물을 취수하는 곳이다. 그 건너편에 고령취수장도 있다.

1일 수문개방을 하면서 강정고령보는 수위를 1.25m 낮출 예정이다. 4대강독립군이 간 현장은 50cm정도 물이 빠졌다. 내일 오후께에 목표치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정고령보는 여전히 많은 물을 가둬두고 있다. 시궁창 펄도 쌓이고 있다. 수문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는다면 원래의 모습을 되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수근 기자는 "취수원이 4급수로 전락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하루빨리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수질이 더욱 나빠질 것이기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문 개방을 찔끔찔끔 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 지시사항처럼 상시적으로 수문을 완전 개방해서 강물을 흐르게 해야만 수질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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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로 구성된 '4대강 독립군'은 그동안 '이명박근혜 정권'으로부터 4대강을 해방시키려고 죽어가는 강의 모습을 고발했습니다. 정권이 교체된 뒤 문재인 정부가 오는 1일부터 우선 4대강 수문 6개를 열기로 결정했습니다. 4대강 독립군은 수문 개방 전과 후의 현장을 전해드리고, 4대강 청문회가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적폐 청산 1호 '이명박 4대강' 탄핵하자> 기획 보도는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진행합니다. 4대강 독립군을 응원해 주세요. 후원 전화 010-3270-3828입니다.



태그:#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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