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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강아지 깐지로 인해 만들어진 가족과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다. 깐지 소식을 말하고, 사진도 보내주곤 한다. 그런데 그 가족에게 비상이 걸렸다. 4남매가 어머니를 잘 섬기는 가족이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둘째 아들까지 입국했다. 셋째 딸인 일명 '깐지 누나'와 통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어머! 목사님! 안녕하세요. 요즘 좀 힘드네요."
"그래요. 무슨 일 있으세요?"
"엄마가 치매 검사를 하셨어요. CT와 MRI도 찍었는데 그런데, 좀 결과가 안 좋아요."

깐지 원가족이 흔들리고 있었다. 비상이 걸렸다. 나는 침착하게 답했다.

"그러시군요. 나이 들면, 올 수 있는 게 치매예요. 두려워 마세요."
"오빠가 인도네시아에서 들어오셨어요."
"어머니 때문에 오신 거군요. 괜찮아요. 치매, 이길 수 있어요. 동거하면서 다스리면 돼요." "좀, 두렵고 힘드네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피아노 앞에서 깐지
 피아노 앞에서 깐지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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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통화를 하고 만날 약속 날짜를 받았다. 내가 치매환자 가족의 구원투수로 등판해야할 순간이 왔다. 더구나 깐지로 인해 만들어진 가족의 문제 아닌가. 그것은 곧 내 문제다.

마음을 먼저 다스려야 한다

나도 어머니의 불청객, 치매를 만났을 때, 무척 당황하고 두려웠다. 당황하고 머리가 복잡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다. 가족 누군가가 치매를 만나면, 마음에 평안이 없어지면서 두렵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첫 반응이다. 당연한 반응이다.

먼저, 마음의 당황함을 이겨야 한다.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부모님이 나이 들면 올 수 있는 질병이라고, 인정하고 편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가족회의를 하고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 지자체와 구청 등에 치매전문 상담기관이 있다. 상담을 하고 의료기관과 의사, 요양원과 전문가를 믿어야 한다. 가족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면 더 힘들어진다.

제일 힘든 것은 환자 자신일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더 힘들어지는 것이 가족이다. 치매환자의 구원투수인 내가 경험 속에서 나온 것이다. 누구나 짐작하는 것이지만 실제는 더 힘들다. 생각과 말, 마음에서부터 지면, 계속 치매에게 끌려 다니게 된다. 의도적으로 마음에서부터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강아지 간식 고르시는 어머니
 강아지 간식 고르시는 어머니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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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모실지 가족회의를 해야 한다

환자의 현 상태에 맞춰 집에서 모실지, 요양기관에서 모실지를 선택해야 한다. 처음부터 어르신들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집에서 모셔보는 것도 좋다. 초기단계에서 약을 잘 복용하고, 생활 속 훈련을 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마음 편하게 해드리고, 엉뚱한 행동이나 말을 하실 때 윽박지르지 말고, 어린아이라 생각하고, 찬찬히 하나씩 생활습관을 가르쳐 드리면 좋다. 예를 들면, 화장실을 못 찾으시면, 화장실로 천천히 모시고 걸어가서, "여기가 화장실이에요"라고 반복훈련 시켜드리면 새로운 기억이 생긴다. 그리고 치료비가 들어가는 문제가 있으니, 가족회의를 하고 정보를 얻어야 한다.

현재 장기요양보험을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등급에 따라 혜택의 폭이 다르다. 혜택이 미약한 것이 현실이다. 꼭 가족회의를 통해 어디서 모실지, 누가 모실지, 간병비나 병원비는 어떻게 부담할지 결정해 놓아야 한다. 그래야 훗날, 가족 간 불화가 적어진다.

나는 여동생 한명이 있지만, 어머니를 계속 모셔왔기 때문에 당연히 내가 모셔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번도 어머니와 떨어져 지내 본 적도 없었고. 그렇게 15년 정도 집에서 모셨다.

어머니의 멋내기 선그라스
 어머니의 멋내기 선그라스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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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시설에 모시는 것이 불효가 아니다

어머니에게 치매증상이 나타날 때만 해도 우리 사회에 '치매'라는 질병이 두드러진 상황이 아니었다. 치매라는 언어조차도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보험이라든지, 치매예방을 위한 생활 속 훈련이 별로 없었다. 옛날에는 치매 증상이 나타나면 그냥 "노망 들었다"고 말하는 것뿐이었다. 치료를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내 주변에 치매환자나 가족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 탓으로 나도 당황은 했지만 치료나 예방, 요양원 등 그런 것에 대한 치밀한 선택을 잘 못했다.

증상이 심해진 어르신들을 요양시설에 모시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가족이 가정에서 모시는 것만이 효도는 아니다. 상황에 따라 요양시설에 전문가들에게 맡겨드리는 것이 효도가 된다. 요양시설에 모시는 것이 불효가 아니라는 말이다. 나도 요양병원에 모실 때 불효는 아닐까 혼란스러웠다.

요즘 요양원과 요양병원도 많아져 선택의 폭이 넓어져 있다. 상담하고 시설을 살펴보고 기족들이 자주 들러 케어 할 수 있는 곳인지 살펴 결정하면 좋다,

자전거 매장에서 웃으시는 어머니
 자전거 매장에서 웃으시는 어머니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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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사랑을 이기지 못한다

치매환자에게 사랑은 최고의 약이다. 내가 경험한 사실이다. 어머니가 경험한 받은 사랑과 자신이 가장 깊게 쏟았던 사랑은 끝까지 기억하셨다. 낳은 자식마다 일찍 천국으로 보내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첩을 두어 대를 잇자고 하실 때 단호히 거절하셨던 아버지 사랑과 늦둥이 다섯 번째 아들 나를 낳아 평생을 나를 위해 사랑을 쏟으며 사셨다. 주변 사람을 다 잊어버리고, 심지어 어머니 자신의 이름을 잊어 버렸어도 내 이름과 사랑둥이 아들만은 끝까지 기억하셨다. 그것이 내가 어머니를 15년간 모신 이유다.

어머니와 함깨 디정히
 어머니와 함깨 디정히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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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사랑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삶으로 알았다. 사랑으로 케어하면 분명 치매가 느려진다. 나는 어머니에게 사랑을 쏟았다. 정말 간절한 사랑을 쏟았다. 눈을 마주치며 사랑을 고백하고, 같이 노래 부르고, 쓰다듬어 드리고, 여행하고, 맛있는 것 같이 먹고, 염색해 드리고, 목욕시켜 드리고, 산책하고, 대화하고, 질책하지 않고, 번쩍 들어 침대에 뉘어 드리고, 여름날 아이스팩을 등에 놓아 드리고, 기저귀 바꿔 드리고, 퍼즐 같이 하고, 뇌운동과 손을 움직이시도록 생밤도 같이 까고, 메모를 붙여 놓고 실수를 줄여 드렸고, 웃으시도록 유머 말 해드리며 간지럼도 해드렸고, 지난 추억 기억하시도록 밤새도록 어려운 대화도 했고, 아버지가 해드렸던 어머니 발 씻겨 드리기를 했고...

덧붙이는 글 | 나관호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 작가이며, 북컨설턴트로 서평을 쓰고 있다. <나관호의 삶의 응원가>운영자로 세상에 응원가를 부르고 있으며, 따뜻한 글을 통해 희망과 행복을 전하고 있다. 또한 기윤실 문화전략위원을 지냈고, 기윤실 200대 강사에 선정된 기독교커뮤니케이션 및 대중문화 분야 전문가다. 역사신학과 커뮤니케이션 이론, 대중문화연구을 강의하고 있으며,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로 기업문화를 밝게 만들고 있다. 심리치료 상담과 NLP 상담(미국 NEW NLP 협회)을 통해 사람들을 돕고 있는 목사이기도 하다.



태그:#사랑, #치매와 동거, #어머니,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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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제이 발행인, 칼럼니스트다. 치매어머니 모신 경험으로 치매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다.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로 '생각과 말의 힘'에 대해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이며 심리치료 상담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교수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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