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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 원'을두고 시끌벅적합니다. 보수언론과 재계에서는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에게 시급 1만 원을 주는 고깃집 사장님이 있고, 편의점주들은 프랜차이즈 본사에 지급하는 비용과 카드수수료 등을 줄일 수 있다면 시급 1만 원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알바노조는 맥도날드와 마주 앉아 시급 1만 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1만 원은 정말 이상한 일일까요? <오마이뉴스>는 최저임금 1만 원의 실현 가능성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이전기사 : 맥도날드와 맞짱, 맥 빠지더라

맥도날드 라이더(배달원) 박대현(가명, 32)씨가 17일 오토바이를 운전해 배달을 하고 있다.
 맥도날드 라이더(배달원) 박대현(가명, 32)씨가 17일 오토바이를 운전해 배달을 하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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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최고기온 32도, 뜨거운 햇볕에 아지랑이가 피었다. 아스팔트 위 뜨거운 매연을 뿜는 자동차 사이에서 두 바퀴에 의지해 점점 흐려지는 집중력을 잡는다. 그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정신 차리자."

골목을 가득 메운 사람들 사이를 지나 오토바이 한가득 햄버거를 실은 박대현(가명, 32)씨가 도착했다. 그의 직업은 맥도날드 라이더(배달원). 올해 초 일을 시작했으니, 오토바이를 탄 지 반년이 지났다. 얼굴을 반쯤 덮은 검은색 마스크 위로 기자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잘 찾아오셨네요. 여기 주소가 안 보여서 찾기 힘드셨을 텐데. 여기 앞에 보이는 긴 건물 있죠? 한 건물에 상가가 앞뒤, 양옆으로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여기 다 같은 주소예요. 주문한 곳이 어느 가게인지 모를 땐 정말 난감하죠."

도로명 주소 표지판은 건물 안에 부착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길을 찾는 것, 길을 외우는 것. 그가 초반에 가장 애먹은 부분이다. 그가 지도 앱을 보여주며 자신이 일하는 구역을 보여줬다. 일명 '맥세권'이다. 전철 3개 노선이 지나가는 꽤 넓은 지역이면서, 좁은 골목이 가득한 곳이다. 

하루 종일 대현씨를 따라다녔다. 처음엔 택시를 타고 동행하려 했다. 하지만 택시기사가 "거기 골목은 들어가기 힘들다"면서 한숨을 내쉬었고, 기자는 바로 내렸다. 대현씨보다 배달지에 늦게 도착했다. 매 시간대, 마지막 배달지에서 그를 만나기로 계획을 바꾸었다.

미세먼지, 비, 눈 모두 견디며

대현씨는 주말에 1시간 평균 5건의 배달을 소화한다. 대략 10분마다 한 집을 방문하는 꼴이다. 5건의 배달이 끝나면 다시 매장에 들러 햄버거를 한가득 받아 나간다. 그를 만날 날이 토요일이라, 그는 쉴 틈이 없었다.

날씨는 그날의 컨디션을 좌우한다. 덥기만 한 날은 어쩌면 다행이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눈, 목 안 따가운 곳이 없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최근에 미세먼지가 심할 때 정말 힘들었어요. 겨울엔 눈 내린 다음날 빙판길 때문에 힘들었죠. 도로에서 인도로 올라갈 때 있는 대리석이 있잖아요? 얼음이 덜 녹으면 그게 잘 보이지 않아요. 거기서 항상 미끄러졌거든요. 근데 단순 쓸림이라 그걸로 죽진 않아요. 하하."

대현씨가 유일하게 흥분하며 말한 날씨는 '비 오는 날'이다. 정확히는 비 오는 날 '손님이보내는 메시지'다.

"비 오는 날 빨리 가져다 달라는 분들이 있어요. 그거 보면 솔직히 '죽으라는 거야, 뭐야' 이런 생각이 들죠. 비가 올 땐 속도를 낼 수 없어요. 시야를 다 가리니까. 그럴 땐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시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죠."

신속배달 뒤, 6시간 임금 과태료로

맥도날드 라이더는 배달 1건당 400원을 받는다. 배달 양에 상관없이 양이 많은 단체 주문도 1건으로 계산된다. 17일 만난 박대현씨가 보낸 사진 속 배달도
 1건의 배달로 치부되었다.
▲ 세트 1개, 단체주문 배달 모두 1건 맥도날드 라이더는 배달 1건당 400원을 받는다. 배달 양에 상관없이 양이 많은 단체 주문도 1건으로 계산된다. 17일 만난 박대현씨가 보낸 사진 속 배달도 1건의 배달로 치부되었다.
ⓒ 박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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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라이더는 시간당 6500원을 받는다. 최저임금(6470원)보다 30원 많다. 배달할 때마다 1건당 400원을 받는다. 비가 올 땐 500원으로 올라간다.

최저임금만 받는 다른 알바노동자들보다는 많이 받는 편에 속한다. 하지만 배달을 하다 보면 범칙금을 내는 경우가 많다. 고객이 빠른 배달을 요구하거나 밀린 배달이 많을 경우, 박씨의 마음은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그럴 때 박씨는 종종 '신호위반'을 하게 된다.

교차로 끼어들기 과태료는 3만 원인데, 박씨가 4시간 동안 일해도 내지 못하는 금액이다. 신호위반 과태료는 4만 원인데, 그가 6시간 일해 받는 임금보다 높다. 그렇지만 범칙금은 개인 부담이기에 어쩔 수 없이 내야 한다.

"좀 천천히 배달하면 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현씨는 헛웃음을 치며 답했다. 

"이 세상에 천천히 가는 노동자는 많이 없어요."

대현씨가 다른 사람들의 점심을 배달하는 사이,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다.

"원래 지금 밥 먹어야 하는데, 한 번 더 돌아야 할 것 같아요. 지금 라이더 6명이 일하고 있는데 한 명이 휴식 중이에요. 2명이 자리를 동시에 비울 순 없거든요. 배고파서 음료수 한 잔 마시고 들어가려고요. 좀 이따 봬요."

오후 2시가 좀 넘어 드디어 그에게 30분의 점심시간이 주어졌다. 대현씨는 하루 8시간을 맥도날드에서 보낸다. 이 가운데 그에게 주어진 휴게시간 겸 식사시간은 딱 30분뿐이다. 7시간 30분이 그의 실제 근로시간이다.

근로기준법 제54조 1항에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

대현씨는 웃으면서 "맥도날드 좋은 점이 기본적인 근로기준법을 지키는 거죠"라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점심식사로 햄버거를 준다. 하지만 대현씨는 햄버거를 좋아하지 않아 매 끼니를 주변 식당에서 해결한다. 그는 "저처럼 햄버거를 잘 안 먹거나, 아토피 등을 이유로 못 먹는 사람들은 싸 오거나 따로 사 먹는 수밖에 없어요. 여기선 햄버거만 주니까요"라고 전했다.

한 맥도날드 라이더(배달원)가 17일 '최저임금 1만 원 실현 걷기대회 만원:런' 참가자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한 맥도날드 라이더(배달원)가 17일 '최저임금 1만 원 실현 걷기대회 만원:런' 참가자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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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씨는 급하게 점심밥을 넘겼다.

"저 원래 밥 천천히 먹는 편인데 빨리 먹을 수밖에 없어요. 괴롭죠. 지금은 많이 적응되었는데 처음에는 30분이란 것에 압박감을 느껴서 체하기도 했어요. 이게 사는 건가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30분을 넘기기도 해요. 늦게 가는 만큼 시급이 깎이기는 한데, 그거 신경 쓰면서 먹으면 탈 나요."

대현씨는 "최저임금이 만 원이면 좋겠다"라는 말도 꺼냈다.

"임금은 생계비 기준으로 책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라이더가 배달 건당 받는 돈, 주휴수당 합쳐도 1시간에 만 원을 못 벌어요. 최저시급 1만 원이라 해봐야 월급 209만 원이에요. 그렇다고 만 원 받기엔 일이 안 힘들지 않냐. 글쎄요, 제가 공장 알바도 해봤는데 뭐가 더 힘드냐고 물어보면 모르겠어요. 비슷해요."

그는 계속 라이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맥도날드 괜찮은 일자리라고 생각해요. 시급과 노동 강도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다 견디며 여기 남아서 일하죠. 일자리에 대한 최소한의 애정이 있으니까 우리는 다 견디는 거예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게 청년실업 대책이잖아요. 라이더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상위 몇 퍼센트를 위한 정책은 잘 와 닿지 않는데, 우리를 존중하고 공감해주길 바랍니다."

그는 기자와의 동행을 마무리하며 동료들에게 하고픈 말을 전했다.

"우리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자."

허겁지겁 식사를 마친 그가 다시 오후 근무에 나섰다. 공기는 오전보다 더 뜨거워졌다. 헬멧을 쓴 라이더들의 뺨이 더욱 붉게 달아올랐고, 얼굴엔 땀이 흥건했다. 대현씨는 아침보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 날씨, 그는 오늘도 쉴 새 없이 뜨거운 도로 위를 달렸다.


태그:#맥도날드, #맥도날드 라이더, #맥도날드 딜리버리, #최저임금 1만원,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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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인턴기자 김도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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