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알쓸신잡> 공식 포스터.

tvN <알쓸신잡> 공식 포스터. ⓒ CJ E&M


알아두면 쓸데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각 분야 '박사'들이 정치 경제부터 미식, 문학, 과학 등 분야를 넘나들며 쏟아낸 수다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감독판까지 방송을 모두 마치고 종영한 tvN <알쓸신잡> 이야기다.

31일 <오마이뉴스>는 <알쓸신잡>의 '미식 박사'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과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오랜 기간 음식 프로그램에 출연해왔지만, 오롯이 자신을 드러낸 방송 출연은 <알쓸신잡>이 처음. 맛집을 안내하고 지역 특산 빵을 선물하는 등 '미식 박사'로서의 역할은 기본, 역사 정치 문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박학다식한 면모를 선보이기도 했다. '맛 칼럼니스트'로서가 아닌, 오롯이 '인간 황교익'으로 카메라 앞에 선 그는 시청자들에게 귀여운 '황쌤'이 됐다.

"사안에 따라 말하는 표정과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잖아요. 까칠하게 지적해야 할 때는 딱딱한 표정이 나오지만, <알쓸신잡>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서로의 성향을 잘 아니까 편했죠. 촬영이다, 방송이다 생각 안 하고 자연스럽게 즐겼어요. 제작진도 그걸 원하는 것 같더라고. (웃음)"

<알쓸신잡>으로 얻은 '말 잘 통하는' 친구들

 tvN <알쓸신잡> 방송화면 캡처.

tvN <알쓸신잡> 방송화면 캡처. ⓒ CJ E&M


여행을 통해 얻은 네 명의 '말 잘 통하는' 친구들도 <알쓸신잡>이 준 선물이다. 지난 28일 방송된 감독판에서 황교익은 <알쓸신잡> 이전에는 김영하 작가에 대해 잘 몰랐음을 고백하며 "김 작가가 가진 깊이와 감수성에 어마어마하게 감동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 사람의 기운이나 감성이 머릿속에 들어온다. 인간의 뇌라는 게 여러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건데, 이번 여행을 통해 가장 기뻤던 건 김영하의 뇌가 내 머리 안으로 들어온 것"이라는 말로, 김영하 작가와 인연을 맺은 기쁨을 표현하기도 했다.

"사실 내가 소설을 끊은 지 10년 정도 됐어요. 그래서 김영하 작가를 잘 몰랐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서 알게 됐죠. 아주 마음으로 끌렸어요. 얼마 전에 김 작가가 <오직 두 사람> 책을 보냈더라고. 아직 못 읽어봤는데 이제 읽어봐야죠."

정재승 교수와의 인연은 더 오래됐다. 황교익이 카이스트에 강의를 나간 적이 있는데, 강연 내내 온갖 질문을 쏟아내던 정 교수의 질문에 답을 해주며 친해졌다고. 황교익은 "정 교수는 호기심 덩어리"라면서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한 네다섯 살짜리 어린아이 같다"며 웃었다.

"어린아이의 호기심을 유지하고 있는 정 박사를 보면 궁금하죠. 그의 뇌는 어떤 뇌일까,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하하하. 정 박사는 흥미롭게 관찰하는 대상이에요.

정 박사는 천체 물리학부터 뇌 과학까지, 전공 범위가 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트렌디한 과학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에요. 세상을 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 흥미롭죠. 어떨 땐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들릴 때도 있어요. 과학 관련 책들을 읽기는 해도, 나와 다른 방식으로 공부하고 훈련한 사람이니까. 일상에서 이런 과학자들과 농담하며 대화할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너무 즐겁죠."

유시민과 갈등 구도? "재밌으라고 한 거지!"

 tvN <알쓸신잡> 방송화면 캡처.

tvN <알쓸신잡> 방송화면 캡처. ⓒ CJ E&M


뭐니 뭐니 해도, 황교익과 가장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 박사는 유시민 작가다. 두 사람은 첫 여행지부터 이런저런 일들로 티격태격하기도 했다. 많은 시청자가 혹여 두 사람이 갈등을 빚는 건 아닌지 긴장했다는 말을 건네자, "다 재밌으라고 그러는 거죠. 유 작가가 그냥 따라다니기만 해봐.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라며 웃었다.

"따로 (갈등 구도 만들자고) 협의한 건 아니지만, 둘 다 그 정도 감은 있어요. 친한 선후배끼리 여행 다니면 티격태격하잖아요. 네 입맛이 맞네, 내 입맛이 맞네. 딱 그 정도의 갈등인 거죠. 어떤 사람은 유 작가에게 '너무 고집부리는 거 아니냐'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내게 '그래도 장관까지 한 사람에게 너무 함부로 대하는 거 아니냐'고 했어요. 근데 우리는 서로에 대한 존중의 마음이 있거든.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없으면 싸움이죠."

유시민 작가와는 <알쓸신잡>을 통해 처음 만났지만, 황교익에게 유 작가는 '아주 잘 아는, 친숙한 사람'이다. 유 작가가 쓴 책을 거의 다 읽었을 정도라고. 황교익은 "유 작가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다. 책을 읽는다는 게 그런 거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 만난 유시민과, 실제로 만난 유시민은 다르지 않았을까?

"유 작가는 항상 생각했던 그대로였어요. 친절하고, 인간 사이의 정이 깊은 사람. 본인도 막내로 귀여움 듬뿍 받고 자랐다더라고. 사랑을 주고받는 게 뭔지 잘 아는 사람인 것 같았어요.

사실 정치할 때 성질내고 화내고 그런 모습을 많이 봤잖아요. 근데 나는 그게 유 작가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유 작가가 쓴 책을 보면 다 느껴져요. 참 정 많은 사람이구나. 생각한 그대로였죠. 내가 이렇게 말하면 이렇게 반응하겠지 하는 것까지 빤히 보였다니까. 하하하."

"시즌2, 제작진 결정할 문제... 멤버 그대로라면 당연히!"

 tvN <알쓸신잡> 방송화면 캡처.

tvN <알쓸신잡> 방송화면 캡처. ⓒ CJ E&M


유시민 작가와는 <알쓸신잡>을 마친 뒤에도 함께 낚시하러 다닐 만큼 돈독해졌다. <월간 낚시> 표지에 들고 있던 38cm짜리 붕어를 실제로 잡은 게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따라갔는데, 두 번 다 '꽝'이었다고. 황교익은 "낚시꾼들은 자기가 얼마나 훌륭한 낚시꾼인지 다른 사람에게 확인시켜줘야 하는데, 지금 연달아 꽝 나서 자존심이 많이 상해 있는 상태"라며 웃었다.

"이번 주 목요일에도 같이 소양호에 낚시 가자고 했는데, 다음날 내가 일본을 가야 해요.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아 미뤘는데 틈나는 대로 가야 해. (웃음) 유 작가는 여기저기 놀러 가자고 꼬시는 동네 형님같아요."

처음 <알쓸신잡>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주변에 친한 PD들(주로 교양, 다큐 PD들)이 '버틸 수 있겠느냐'는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유시민, 정재승 등 '장난 아닌 말발'을 가진 이들에 비해, 느릿느릿 말하는 그의 화법이 예능 프로그램에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걱정에서였다. 황교익은 "편집 덕분에 그래도 잘 살아난 것 같다"면서 제작진을 향한 감사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애청자들 사이에서 '시즌 2'에 대한 요구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 시즌2가 제작된다면 다시 출연할 의사가 있는지 묻자 "제작진이 결정할 일이지, 우리가 하고 싶다고 되느냐"며 웃었다.

"제작진이 시즌2 논의를 하긴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근데 이 멤버 그대로 할지, 새로운 멤버를 꾸릴지는 제작진이 결정할 일이죠. (제안이 온다면 받아들이겠는지 묻자) 이 멤버 그대로라고 하면 얼마든지 재밌게 가야죠. 유희열 씨까지 다섯 명이 수다 떠는 분위기에 이미 익숙해졌어요. 녹화가 없으니 이제 심심해. 말 통하는 사람들이랑 수다 떠는 재미가 말도 못 하거든."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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