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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장각 소장 <통감부래안>.
 규장각 소장 <통감부래안>.
ⓒ 이태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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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폭도(수괴)'라 했던 '의병(장)'에 대해 사형집행 명령한 문서가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의병정신선양중앙회 부설 의병연구소장 이태룡(62) 박사가 번역하고,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회장 김시명)이 펴낸 <통감부래안(統監府來案)>이다.

을사늑약(1905년) 이후 일제통감부(이후 조선총독부)는 대한제국 의정부(오늘날 국무총리실, 내각총리대신 이완용)에 사형선고자 의병 108명의 사형집행을 명령한 문서를 보냈는데, 그것이 '통감부래안'이다.

'통감부래안'은 1909년 11월부터 1910년 8월 29일(경술국치) 직전까지의 문서다. 일제통감부 통감은 우리나라 의병장·의병에 대하여 해당 법원의 일본인 검사장에게 사형집행 명령을 하고, 이를 대한제국의 내각총리대신에게 '통보(通報)'했다.

한자로 되어 있는 문서를 이태룡 박사가 이번에 한글로 번역하고 주석을 붙여 책으로 펴냈다. 이태룡 박사는 규장각에 의병 관련 귀중한 자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 번역작업했다.

이 박사는 30여년 동안 국사편찬위원회·국가보훈처에서 간행한 책이나 국가기록원 소장의 판결문, 의병장이 남긴 각종 기록, 일제의 기록을 통하여 의병의 삶을 연구해 오고 있다.

이 책은 신국판으로 207쪽 분량이다. 역주한 내용과 주요 내용은 원문을 영인하여 실었다. 이 기록물의 원명은 <통감부래문(統監府來文)>이지만, 표지명은 <통감부래안(統監府來案)>이라 했다.

책의 크기는 가로 19cm, 세로 26.5cm이고, 478쪽 분량의 필사본이다. 이 문서에는 사형이 선고된 128명의 판결문 주요 내용과 행적이 수록되어 있다. 당시 의병장과 의병에 대한 기록이다.

당시 의병(장)들의 의지는 대단했다. 강사문(姜士文) 의병장은 일제로부터 사형(교수형)이 선고되자 목숨을 구걸하는 모습으로 보일까봐 아예 공소를 하지 않았다.

강윤희(姜允熙)·맹달섭(孟達燮)·안계홍(安桂洪)·양윤숙(楊允淑)·정일국(鄭一國) 의병장은 오늘날 고등법원이었던 '공소원'에 공소했다가 이를 취하하고 죽음을 택했다.

박사화(朴士化)·엄해윤(嚴海潤) 의병장은 탈옥에 실패하자 공소를 취하하고 순국했다. 이 책에는 이런 의병(장)의 기록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태룡 박사가 의병장과 의병의 기록을 담은 <통감부래안>을 번역하고 주석을 붙여 책(앞, 뒤 표지)으로 펴냈다.
 이태룡 박사가 의병장과 의병의 기록을 담은 <통감부래안>을 번역하고 주석을 붙여 책(앞, 뒤 표지)으로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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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910년 8월 22일 이른바 '한일합병조약'을 체결한 이튿날 서둘러 사형집행 명령을 하고 그날 사형집행을 한 경우도 있었다. 호남연합의병 부대였던 호남동의단 전해산(全海山) 의병대장의 사형집행 과정도 드러나 있다.

이태룡 박사는 이 기록이 발견됨으로써 108명의 의병장·의병의 행적과 사형집행 과정이 분명하게 알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한편 이들 가운 33명은 아직까지 서훈을 받지 못했다. 이태룡 박사는 "아직 서훈되지 않은 분들이 33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큰 수확"이라며 "또 공소를 취하한 의병장·의병의 경우는 재판기록이 없기에 이것은 매우 귀중한 자료"라 말했다.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김시명 회장은 발간사에서 "전기 의병과 후기 의병 중 1907년 11월 이전의 통계는 없지만, 1907년 1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일본 경찰이 간여한 토벌횟수 1976회, 의병수 8만2767명, 순국자 5721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기의병과 을사늑약 직후부터 가장 거세게 일어났던 1907년 여름과 가을의 의병 순국자와 부상자를 합치면, 그 수는 30만 명에 이를 것이지만, 경술국치를 당하기 이전인 1909년 11월부터 이미 의병을 '폭도'라 하고, 의병장을 '폭도수괴'로 몰아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형집행을 우리나라 황제의 재가 없이 일제통감부 통감의 명령에 의해 이루어지고, 이를 대한제국 정부 내각총리대신에게 통보한 문서를 엮은 것이 <통감부래안>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었다"고 했다.

김시명 회장은 "이 책에 실린 의병장·의병 중에 서훈이 추서되지 않은 33명의 행적을 보완하여 서훈을 신청하는 것을 올해의 주요 업무 중의 하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통감부래안 1권>.
 <통감부래안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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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통감부래안, #이태룡 박사, #국가보훈처, #의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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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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