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루


아직도 심심치 않게 TV 예능프로에서 들리는 <커피 프린스 1호점>의 '랄랄라 It's Love', 'Polly'의 목소리 타루가 EP < Song Of Gomer >로 돌아왔다. 멜로디의 팬으로서, 개인적으로 지난 앨범 < The Song Of Songs >의 열광적 팬으로서 이번 앨범을 무척 기다렸고 꼭 만나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음악을 통해 느꼈던 말랑말랑하고 명랑하고 목소리가 주는 인상과 달리, 혹은 인터뷰 자료를 통해 살펴본 '홍대 여신'이라는 수식어가 주는 우아하고 고상한 뮤즈의 요정이라는 이미지와는 조금(?) 달랐다. 그리고 그 지점이 어쩌면 타루라는 가수의 베이스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 조금 다른 지점에서 이 시대를 마치 혈혈단신의 몸으로 정면 돌파해 나가는 상처 많은 투사의 영혼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파하며 아주 유쾌하게 전진해 나가고 있었다. 자신의 상처를 분노와 저항보다는 치유와 위로에 초점을 맞춘 한 인디 가수의 음악적 방향을 전하고 싶다. 지난 7월 21일, 서울 홍대 근처 한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 타루


- < The Song Of Songs >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
"아르바이트도 하고 음악도 만들고 바쁘게 지냈다."

- 소속사가 싱어송라이터협회라는 곳인가?
"그건 아니고 섭외를 그쪽으로 받고 있다. 연남동에 있는 싱어송라이터협회라고 4월과 5월의 백순진 회장님을 주축으로 해서 만든 협회가 있다. 원래는 산악회였다가 10년 전에 법인이 된 곳이다. 2년 전에 소송을 해서 가수 활동을 전혀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빵집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었는데 가수로서의 생계가 어렵다는 걸 알고 당시 라이너스의 조진원 회장님이 이곳에 상근이사로 취직시켜주셨다. 거기서 여러 가지 일을 맡아 보고 있다."

- 소송했나?
"그렇다. 자세한 건 나중에 말하기로 하고 승소해서 그 사건이 내 인생에서 없어진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어서 아르바이트는 불편하지 않은지?
"그런 건 없다. 알아보는 사람도 거의 없고. 아주 재밌게 하고 있다. 을의 세상이란 게 이런 거구나 느끼기도 하고. 음악을 하지 않았으면 전혀 몰랐을 세상이다."

<성경> 속 고멜을 이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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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앨범 제목에 나오는 고멜은 누구인가?
"<성경>에 나오는 인물로, 음란하기로 소문난 여자다. 선지자 호세아가 신의 계시를 받아 고멜과 결혼한다. 하지만 고멜은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계속 바람을 피우고 급기야는 노예로 팔려간다. 호세아는 고멜을 찾아 헤매다 다시 찾아오고 결국엔 잘산다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이 여자의 이름을 따서 고멜의 노래라고 불렀다."

- 이 이야기가 특별하게 와 닿은 이유는?
"그냥 고멜이 이해가 됐다. 또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사랑과 배신이 우리의 일상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느꼈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쉽게 배신할 수 있는 게 사람이라고. 인간의 삶이란 게 낯선 사람들보다는 가족처럼 자신을 사랑해서 약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에게 막, 대하는 것 같고, 삶이 그런 자잘한 배신들의 반복이라고 생각했다. 사랑, 배신, 용서가 인간의 굴레가 아닐까 하는.

그러면서 내가 배신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됐다. 그때는 어떤 이유가 있고 어떻게든 우겨서 그 사람을 나쁜 놈으로 만들었지만, 나의 비겁함 때문에 그랬던 건 아닐까 하는 자각을 하게 됐다. 나 역시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고 배신하는 연약한 존재라는. 그래서 내가 끝까지 좋은 사람인 척하는 가사가 싫었다. 그냥 솔직해지고 싶었다. 나 자신이 고멜보다 나을 것 없고 그런 미숙함을 가진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고멜이기도 하다. 사람은 누구나 다 그런 모습을 조금씩 갖고 있는 게 아닐까? 배신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그런 걸 몰라서 문제지."

- 어떤 곡이 고멜의 노래인지? 타이틀이 복수형이 아니다.
"'보고싶어요 그대'가 고멜의 노래다. 이 곡의 부제를 'Song of Gomer'로 쓰려다가 앨범 전체로 주제를 확대했다. 고멜이 집을 떠났을 때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어 한다는 내용인데 <성경>에 나와 있는 내용은 아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지 못한 사람들은 그게 잘못된 줄 알면서도 자꾸 어긋난 길로 간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상처받고 환경이 좋지 않았던 친구 중에 본인도 주체를 못 해서 자꾸 나쁜 길로 가고, 오히려 사랑을 받으면 더 엇나가는 경우를 본다. 고멜이 그랬을 거로 생각한다. 사랑받는 게 버겁고 어색하고 오히려 더 불안해서 사랑받지 못하던 원래의 상태가 더 편안한 거.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아오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거다.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행동은 자기도 모르게 자꾸 비뚤어지지만, 마음속의 다른 한편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그래서 그 부분을 주제로 삼아 '보고싶어요 그대'를 만들었다. '달빛에 취한 밤'도 이 이야기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고멜이 방황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의 모습을 그린 건데, '진짜 너무 좋다. 당신이 이렇게 좋은 기분을 알게 해줘서 고맙다'는 내용이다. 고멜도 사랑할 줄 안다는,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싶었다."

- 목소리가 참 다양한 것 같다. 멜로디 때와 1집도 다르고 '누구도 무엇도'나 'Sally's Song' 같은 보컬 톤은 참 매력적이다. 또 '보고싶어요 그대'는 아이유가 생각난다. 멜로디 때 사람들은 지금 뭐 하는지도 참 궁금하다.
"인격이 변하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웃음) '누구도 무엇도' 같은 톤은 주로 친한 남동생들한테 말할 때 그 톤을 사용한다. 원래 가지고 있는 목소린데 기획사에서는 밝고 신나는 아이유 같은 목소리를 원해서 그동안 주로 그렇게 불렀다. 멜로디 때는 팀에 들어갔더니 많은 곡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래서 바로 데모를 만들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노래만 불러서 풋풋함만 있다. 당시 멤버들은 연락을 안 해서 어떻게 지내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근데 내가 처음 노래한다고 할 때는 다들 말렸다. 나 같은 목소리는 시장성이 없다고."

- 그러고 보니 어떻게 음악을 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하다
"살아오면서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정말 그 이유였을까? 하고 묻게 되는 일들이 많은 것 같다. 처음에는 음악 하는 사람들을 쫓아다녔다. 집에서 나를 돌봐줄 상황이 아니었고 재밌는 거라곤 음악밖에 없어서 하루하루를 그렇게 살았다. 여러 모임에도 가입하고 '오늘 누가 녹음을 한다더라'는 말을 들으면 가서 구경하고 그랬다.

그러다 보니 고등학교 때 인디 레이블의 연습생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거기서 뭐 특별히 한 건 없었고 돌아가는 것 좀 배우고 밥도 얻어먹고 그랬다. 그러다 대학 들어가서 구인광고를 보고 멜로디를 만났다. 어떻게 음악을 하게 됐냐고 물어본다면, 그 당시 삶이 너무나 어두웠기 때문인 것 같다. 그 삶에서 음악이 그나마 가장 밝은 부분이어서 그 빛을 쫓아갔다. 그렇게 말하는 게 제일 맞는 것 같다. 어릴 때는 음악 빼고는 정말 모든 게 다 힘들었다."

- '타루'란 이름이 왜 좋았는지…. 이번엔 아예 이름을 노래 제목으로 사용했는데?
"TV를 보다가 '타루비'라는 게 나왔는데 이름이 예뻐서 '비'자를 빼고 이름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20대 초반이어서 아주 예쁜 이름을 짓고 싶었는데, 왜 그렇게 그 말이 다가왔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부르는 노래의 방향을 잡아주었다는 점에서 지금 생각하면 최고로 좋은 이름인 것 같다. '내가 흘리는 모든 눈물이 노래가 돼도 난 괜찮아'란 가사가 그렇다. 그게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방향을 말하는 것이다.

예전 인터뷰에서 한자로 '눈물이 떨어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하곤 하는데, 처음부터 그런 뜻이 있던 건 아니고 한 인터뷰에서 불쑥 그런 식으로 대답을 하면서 이후 쭉 그렇게 말하게 되었다. 또 왜 눈물이 들어가는 이름을 사용했는지 물어서, '눈물이 꼭 슬픈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그게 일종의 답이 된 것 같다. 그런저런 입장들을 정리해서 노래로 만들었다. 원래는 동요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아이를 섭외해 진행할까도 생각했다. 공연에서는 아이가 노래를 부른다."

- '천사들의 자장가'는 앨범의 주제와는 다른 노래인 것 같은데? 아니면 고멜이 죽어서?
"아니다. 다른 이야기다. '천사'라는 말을 넣을까 고민했다. 원제목은 "새로운 자장가"였다. 힘들 때 감사 노트라는 걸 만들어서 감사할 일을 쓰곤 했다. 정말, 정말 아주 힘들 때였고 멘탈이 아주 박살이 났을 때였는데 그걸 꾸준히 하다 보니 정말로 좋아졌다. 이후 주변에 힘들고 우울해하는 친구가 생길 때면 그 방법을 권하곤 한다.

아주 열심히 했음에도 이젠 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식으로 말한 친구가 있었다. 너무 힘들고 견딜 수 없다고. 그때 달리 도와줄 방법은 없지만 내가 힘들 때 썼던 감사 노트에 대해 말을 하고 한두 줄이라도 좋으니 꾸준히 자기 전에 써보라고 말했다. 이 곡은 그런 감사 노트를 쓰는 친구를 생각하며 만든 곡이다. 그렇게 적은 감사들을 모아서 천사가 친구에게 날개를 만들어 준다는 내용이다."

타루의 고집

ⓒ 타루


- 작곡은 언제부터 한 건지?
"원래 음악 활동하면서 곡을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근데 작곡을 하지 않으면 아티스트로 취급해 주지 않는 문화가 있더라. 그래서 짜증 나 만들기 시작했다. (웃음) 글은 원래 쓰고 있었고 곡은 2집부터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근데 다작 스타일은 아니다. 작곡한 이후부터는 작사, 작곡을 동시에 한다."

- 작곡과 편곡은 협업인가? 타루 밴드라고 되어 있던데?
"2008년부터 거의 고정적으로 같이 한 밴드가 있다. 중간에 교체되기도 했는데 조금이라도 식구들에게 저작권을 나눠주고 싶어서 크레디트를 그렇게 가져갔다. 편곡은 3집까지는 같은 동네에 사는 박성진이란 친구가 했다. 4집부터는 박지은이란 친구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러잖아도 당시 거의 사업자로 정신없이 활동하게 돼서 전담이 필요했다."

- 펀딩으로 앨범을 제작했는데?
"4집부터 팬들의 도움으로 앨범을 제작했다. 지금은 법으로 금지가 됐는데, 기존엔 마이킹(선급금)이라고, 돈을 끌어다 음반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음악계가 많이 부실했다. 그렇게 해서 빌린 돈을 채우지 못하면 회사나 가수가 다 빚쟁이가 되니까. 근데 크라우드 펀딩이 좋은 건 정확하게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고만 있다면 공급을 알맞게 할 수 있다는 거다. 그러면 적자는 나지 않으니까. 또한 팬들과 음악적 취향도 공유할 수 있어서 훨씬 효율적이다.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다."

- 특별히 앨범 형식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는지?
"지금까진 그랬다. 그냥 마지막 남은 음악인으로서의 자존심이랄까. 그래서 최대한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젠 물리적인 앨범을 내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은 디지털 싱글을 간헐적으로 낸 뒤에 그것들을 모아서 앨범을 내는 추세라 앞으로는 나도 그렇게 하지 않을까 싶다. 최소로 만들어도 한 곡당 100~150 정도가 나오는데 매번 그것들을 감당하기 쉽지가 않다. 매번 힘들어서 동료들에게 '다음부터는 싱글만 낼 거야'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또 그렇게 되진 않더라. 그렇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동안 부탁을 많이 해서 이제는 정말 미안하다. 매번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좀 지치는 것도 있고."

- 공연은 좀 어떤가. 괜찮은가?
"요즘 사람들이 공연을 보러 오지 않는다. 길거리에 버스킹이 널려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낯선 음악에 잠시 이끌려서 잠깐 보는 것에 대한 매력이랄까. 예전에는 클럽 공연에 한 번이라도 오르려고 인디 뮤지션들이 난리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클럽에서 오지도 않는 사람들을 기다리느니 그냥 버스킹 한 거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 올리면 그게 훨씬 더 홍보가 잘 된다.

특히 젊은 친구들은 우리 때처럼 어렵게 음악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영리한 거 같다. 현시대가 실패를 기다려주지 않는 사회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한 TV 프로그램을 봤더니 부모가 자식을 도와줄 여력이 한 번밖에는 안 된다고 하더라. 그 말에 동감한다. 그래도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하기는 할 거다."

- 혼자서 힘들지 않은지? 회사에 들어갈 생각은 없는지?
"그동안 많이 힘들어서 그런지 별로 생각이 없다. 들어가나 안 들어가나 똑같은 것 같다. 그냥 이 정도는 누구나 다 힘든 것 같고. 그냥 열심히 사는 사람들 보면서 나도 음악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

- 여건이 좋지 않은데 그래도 음악을 하는 이유가 있다면?
"할 줄 아는 게 없다. (웃음) 이렇게라도 해야 이 세상에 얼마 안 되는 재능으로 세상을 좋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생각이 든다. 여건만 된다면 정말 나이 들어서까지 오래도록 하고 싶다."

-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하고 싶은지?
"사람의 심리에 대해 관심이 많다. 사람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그래서 상담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내가 화가 많고 화를 많이 내서 그런 것 같다. 가끔 왜 화를 이렇게 많이 낼까를 고민한다. 지나가면 왜 화냈는지도 모르는 그런 일들 가지고. 한국인들이 화를 어떻게 내는지 잘 몰라서 그냥 쌓아뒀다가 한꺼번에 확 푸는 것 같다. 수업을 듣다 보면 그런 게 좀 안타까운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런 걸 노래로 만들면 조금이라도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 심리학에서는 원인을 찾지 않나?
"학문적인 분파는 다양하다. 무엇보다도 폭력에 대해 민감해지려고 한다. 르네 지라르의 <희생양>을 보면 '폭력은 폭로가 되면 무력(無力)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인간들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휘두르는 폭력을 드러내면 그것을 보는 다른 사람이 '나도 그런 면이 있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하게 될 거고 그러면 조금이라도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폭력에 대한 치유는 또 사랑이니까. 사랑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고. 그렇게 하면 인간 삶 자체에서 폭력을 아예 없앨 수는 없지만 줄일 수는 있지 않을까?"

- 장시간 좋은 얘기 잘 들었다.
"밥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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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웹진 <이명>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타루 SONG OF GOMER 보고 싶어요 그대 달빛에 취한 밤 T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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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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