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의 다저스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페이스로 달려가고 있다.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가 기록한 정규시즌 최다승 기록(116승) 경신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무서운 페이스다. 8월 15일(현지시각)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시리즈 첫 경기에서 승리하며 2004년 세인트루이스 이후 처음으로 승률 5할+50승을 거둔 팀이 된 다저스(84승 34패)는 이미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사실상 예약해 놓은 상태다. 지구 공동 2위인 콜로라도 로키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게 18.5경기 차로 넉넉하게 앞서 있다.

하지만 이토록 뜨거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다저스의 목표는 최다승 기록이 아닌 오로지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다저스의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 역시 최다승 기록보다는 포스트시즌에서 11번 이기는 것, 즉 우승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최근 인터뷰에서 남긴 바 있다.

다저스의 이번 시즌 마운드에는 부상 변수가 자주 발생했는데, 이런 가운데서도 엄청난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다저스의 냉철한 '마운드 관리'를 사례와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다저스의 '관리 모드'

알렉스 우드 관리 속에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알렉스 우드. 사진 출처 :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공식 페이스북

▲ 알렉스 우드 관리 속에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알렉스 우드. 사진 출처 :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공식 페이스북 ⓒ LA Dodgers


15일 화이트삭스전에 선발 등판한 알렉스 우드는 양 팀이 1:1로 맞선 7회 말 대타 체이스 어틀리로 교체되었다. 교체 시점에서 우드의 투구수는 79개. 시즌 15승 도전을 위해 8회에도 올라올 법도 했지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우드를 무리시키지 않았다. 팀 내에서 가장 세심한 관리를 요구하는 투수 중 하나가 알렉스 우드기 때문이다.

우드는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공을 놓는 위치와 구속이 시즌 초반에 비해 미세하게 낮아지는 등 피로에 대한 위험 신호가 감지된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현재까지는 관리 속에 정상적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우드는 선발 등판 시 평균 5.9이닝을 평균 87.7개의 공으로 소화하고 있는데, 투구수 100개를 좀처럼 넘지 않도록 보호받고 있다(시즌 최다 투구수 100구 - 7월 21일 애틀랜타전, 4 2/3이닝 9실점 패). 또한 그가 이번 시즌 등판한 21경기(19선발)에서 4일 휴식 후 등판은 단 5경기에 불과하며, 5일 이상의 휴식은 꾸준히 보장되는 편이다.

부상으로 고전한 지난 시즌(60이닝)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이닝 수 증가가 확실시되는 젊은 좌완 에이스를 다저스는 철저히 관리하고자 한다. 다저스의 신경은 온통 월드시리즈 우승에 가 있고, 이를 위해 우드는 커쇼와 다르빗슈 다음 순서의 3선발로 중요한 경기들에 등판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우드 이외의 다른 투수들도 공들여 관리하고 있다. 에이스 커쇼에 대해서는 강판 시점에 관해 선수의 의사를 대체로 존중하지만 경기당 100.3구 선에서 관리하고 있고(부상 조기강판 경기 제외) 부상 복귀 역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또한 손가락 물집 이슈가 있는 힐과 부상 복귀 첫 시즌의 류현진 역시 10일자 부상자 명단을 오간 바 있고, 마에다 겐타도 평균적으로 5 1/3이닝, 85구 내외로 관리받고 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선발투수를 길게 끌기보다는 불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기도 하고, 관리를 위해 그렇게 하는 측면 역시 존재한다.

현재로서는 힐의 4선발 기용이 유력한 가운데 류현진과 마에다가 경쟁 선상에 올라 있다. 당장의 5선발 자리, 그리고 나아가 포스트시즌 로스터 진입을 놓고 결코 편치 않은 경쟁에 던져진 선수들이지만 피로 누적이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관리를 받고 있는 것 역시 분명하다. 부상으로 빠져 있는 브랜든 매카시 역시 복귀하면 이 경쟁에 뛰어들게 된다. 다저스 마운드에는 부상의 리스크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예비전력의 양이 부상이라는 돌발 변수에 대처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관리가 가능한 데는 불펜의 공도 매우 크다. 9회에 기다리고 있는 잰슨을 비롯해 페드로 바에스, 브랜든 모로우, 조쉬 필즈 등 여러 투수들이 8월 15일 현재 117경기 392 1/3이닝을 3.01의 평균자책점(NL 1위)으로 효과적으로 분담하고 있다. 양과 질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탄탄함을 보여주고 있다. 로버츠 감독이 투수 교체 결정을 비교적 냉철하게 가져갈 수 있는 이유다.

켄리 잰슨 리그 최강의 마무리, 그리고 다저스 불펜의 최종 보스. 사진 출처 :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공식 페이스북.

▲ 켄리 잰슨 리그 최강의 마무리, 그리고 다저스 불펜의 최종 보스. 사진 출처 :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공식 페이스북. ⓒ LA Dodgers


여기에 토니 왓슨과 토니 싱그라니를 비교적 적은 대가로 트레이드해 오면서 그나마 '약한 고리'였던 왼손 불펜을 보강했다. 기존 루이스 아빌란이나 그랜트 데이튼의 성적이 완전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는 점을 의식한 행보이기도 하다.

또한, 입지가 줄어든 크리스 해처를 오클랜드로 보내는 등 막판 미세 조정까지 마무리하는 모양새다. 9월 확장 로스터 시행까지 시작되면 조금 더 여유있는 운용으로 포스트시즌을 준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압도적인 정규시즌을 보내며 1988년 이후 첫 우승을 향해 달리는 다저스는 이렇게 세밀한 투수 운용을 통해 가을의 열한 번째 승리까지 가는 길에 존재할지 모르는 변수를 최대한 통제하고 관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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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일치를 꿈꾸는 대학생&아마추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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