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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송파구 아파트 단지 모습(자료사진)
 서울시내 송파구 아파트 단지 모습(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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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공공임대주택의 하나인 서울 가좌지구 행복주택의 경쟁률은 전체 47.5:1이었고, 사회초년생 모집 부분은 303.9:1에 육박했다. 그만큼 많은 인원이 신청했다. 공공임대주택은 당첨 확률이 '로또'라고 불릴 만큼 입주 수요가 많다.

세입자들은 저성장 상황에서 고용은 불안하고 임금은 제자리인 반면, 전·월세 임대료는 많이 올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주거비는 가계에서 가장 큰 지출 비중을 차지할 뿐 아니라 매달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세입자들은 저축 여력이 없어지고 임대료 지불에 급급 하는 '월세형 인간'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진다.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은 국가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소비 구매력 하락으로 내수에 적신호가 켜졌고, 결혼 기피의 원인으로 떠올랐다.

임금은 정체되고 고용은 불안한 저성장 시대, 왜 유독 주택가격과 임대료는 오르는가?

도시 개발, 세입자들은 철저히 배제됐다

저성장 시대에는 은행금리가 낮아도 마땅한 수익을 낼 투자처가 없기 때문에 사업가들은 대출을 받아 신규 사업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자본은 더 나은 수익 투자처를 찾게 되는데, 생활의 필수재인 주택이 그 대상이 됐다. 박근혜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풀었고, 돈이 풀리자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높아져 주택 가격이 오르게 됐다. 주택 가격이 오를 경우, 임대인들은 대출이자를 갚고 추가로 수익을 내기 위해 임대료를 올려야 한다.

지난 정부의 경제성장은 바로 세입자의 임대료를 기반으로 집값을 올리고 대출을 확대해 이룬 '부채 성장'이었고, '부채 성장'은 세입자에게 주거비 부담과 주거불안을 남겨주었다.

지난 정부가 부채성장을 통해 세입자에게 주거비 부담과 주거 불안을 안겨줬다면, 다른 역대 정부들은 세입자에게 친화적인 정부였을까? 역대 정부들도 주거비 부담과 주거 불안의 구조를 겹겹이 쌓아올리는 데 한몫했다.

주거 불안을 야기한 지난 정부들의 정책기조를 살펴보겠다.

첫째, 도시화에 따른 개발 이익에서 세입자들은 철저히 배제됐다. 현대사회는 도시에서 전 인구의 92%가 거주하는 시대다. 도시, 특히 수도권에 인구가 몰리게 되면 주택 수요가 많아져서 땅값·주택가격이 구조적으로 크게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땅값·주택가격 상승은 바로 주택이나 상가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땅이나 주택을 소유한 계층, 재건축·재개발 투자자들은 지대이익을 누린 반면, 땅 한 평 가지지 않았던 세입자들은 이익은커녕, 높아진 임대료 부담과 함께 재건축·재개발로 비자발적 이주를 강요당하는 난민 신세가 됐다.

둘째, 세입자들이 원하는 주택을 공급하지 않았다.

4인 이상 거주 가능한 중대형 평수(32평형 이상) 중심으로 주택이 공급됐지만, 세입자들은 대부분 1~3인 가구다. 이들에게 맞는 평수인 (초)소형(12평형~25평형) 공급은 제한됐다. 중대형 위주로 공급한 이유는 주택을 경기 활성화 수단으로 바라본 측면이 강하다. 중대형으로 지어야 건축자재와 건축비가 많아져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경기부양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입자들이 원하는 규모의 주택을 원활하게 공급하기는커녕, 세입자들이 주로 거주했던 연립주택이나 소형 저층 아파트를 재건축·재개발로 오히려 멸실시켰다. 세입자들의 주거 여건은 더 나빠졌고 주거비 부담 또한 커졌다.

셋째, 세입자들이 경제 성장의 득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의 피해가 세입자 계층에게 집중됐다. 1990년을 기준으로 2015년도까지 소득분위별 소득점유율이 하위 40% 계층에서만 감소했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이들 계층에게 오지 않았다.

소득분위 하위 40%는 주거거주 형태로 보면 상당수가 세입자들이다. 비정규직, 영세 자영업, 실업자, 노년층, 청년층이다. 소득은 늘지 않았는데, 물가와 주거비는 올랐기 때문에 이들의 경제생활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세입자 주거비 경감 위해 공공임대주택 250만 호 확보해야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지난 8월 4일 용산의 한 아파트 부동산 중개업소. 정부는 8.2부동산 대책에서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 등 11개구와 세종시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지난 8월 4일 용산의 한 아파트 부동산 중개업소. 정부는 8.2부동산 대책에서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 등 11개구와 세종시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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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역대 정부들은 세입자들을 경기 활성화의 희생양으로 삼았고, 세입자들이 요구하는 규모의 주택을 소득 대비 부담 없는 임대료 가격에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세입자들은 정부 정책으로 소득분배에서도 배제됨은 물론, 복지 등 소득재분배도 실효성이 없어 주거비 부담으로 빈곤화돼가고 있다.

'촛불정신'을 계승한다고 표방한 새 정부는 지난 정부들과 다른 가치를 가지고 주거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주택을 소유하든 세입자로 살든, 주택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삶의 보금자리라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하고, 주거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민간 임대시장 안정을 위해서 정부가 책임지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OECD 선진국에서 공공임대주택으로 민간임대시장에 적정임대료를 유지하도록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수량은 세입자가구수의 40% 안팎이다.

OECD 선진국처럼 정책적으로 민간임대시장에서 적정 임대료가 유지되도록 하려면 공공임대주택수량이 전체 세입자 가구 수의 40% 수준은 돼야 한다.

전체 가구 수인 2천만 호 가운데 세입자 가구를 약 900만 호로 보면, 360만 호가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돼야 한다(현재 기준이며, 인구증가세는 주춤하더라도 1인가구는 증가하기 때문에 전체 가구 수는 늘어난다). 현재 공공임대주택 물량 100여만 호를 제외하면 약 250만 호를 공급해야 한다.

250만 호(건설 공공임대 150만 호 이상, 12평형~25평형 위주로 공급)를 5년 이내에 공급해야 한다. 주류 경제 관료, 경제인들도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필요성과 재원마련에 대해서 언급한 바 있다. 재원은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 국채를 발행해 이를 국민연금에서 매입하는 방안 등이 있다. 도시주택기금 활용해서 마련할 수도 있다. 선진국에서 저성장·불경기일 때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일정하게 내수성장을 이룬 선례가 있다.

새 정부는 세입자의 주거 불안과 주거비 부담을 경감하려는 책임과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 새 정부는 의료와 교육처럼 주거에 공공성을 강화하고, 특히 기본적인 규모의 주택 공급과 적정 임대료를 유지하는 책임을 가져야 한다. 그 실현 방안으로 5년 임기 내에 공공임대주택 250만 호를 추가 확보하길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동수 기자는 서울세입자협회 대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서울시 임대주택정책 자문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태그:#공공임대주택, #주거안정, #주거의 공공성, #세입자 보호, #주거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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