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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7일 새벽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으로 미군 사드 발사대 4기가 위장막으로 가려진 채 지나가자 밤새 저지농성을 벌이던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연막탄, 참외, 달걀 등을 던지며 항의하고 있다.
 7일 새벽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으로 미군 사드 발사대 4기가 위장막으로 가려진 채 지나가자 밤새 저지농성을 벌이던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연막탄, 참외, 달걀 등을 던지며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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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추가반입을 반대하는 성주 주민들이 임시배치 반대 현수막을 걸어놓았다.
 사드 추가반입을 반대하는 성주 주민들이 임시배치 반대 현수막을 걸어놓았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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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주한미군의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반입을 위해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일대에는 100개 중대(8000여 명)의 경찰이 동원됐다. 하지만 주민들을 고립시키기 위해 10시간 이상 충돌 과정에서 경찰의 인권은 없었다.

여성의 바지와 속옷이 찢어졌지만 경찰은 그저 바라보고만...

경찰은 6일 오후 11시 50분 13차 경고방송을 통해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벗어나 전 차로를 점거한 채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여러분의 집회는 17시 40분부로 제한통보되었으며 집회를 계속할 시 집시법과 형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음을 경고한다"는 방송을 내보냈다.

경찰은 방송을 내보내기 무섭게 소성리 마을회관 쪽으로 경력을 밀어붙이며 주민들을 고착시키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이 상황에서 도로를 막고 있던 주민들이 강하게 저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노인과 여성 등이 섞여 있었음에도 처음부터 여경은 투입되지 않았고 방패를 들고 주민들과 마주하고 있던 전경들은 마구잡이로 주민들을 밀어냈다. 당시 여성 여러 명이 방패에 맞거나 경찰이 휘두른 주먹에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경찰의 방패에 맞아 바닥에 쓰러진 윤명은 원불교 실장은 고통을 호소하며 고함을 질렀지만 경찰은 무심히 바라볼 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결국 주민들이 윤씨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했다.

한 주민은 "여성들을 끌어내던 여경들도 무자비했다"면서 "'할머니 머리 조심하세요'라고 하면서 머리채를 잡아당겼고, '손 조심하세요'라면서 손가락을 잡고 비틀었다. 우리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주민들과 원불교, 사드반대 단체들이 더위와 비를 피하기 위해 쳐놓은 천막도 경찰은 무차별적으로 부숴버렸다. 도로에서 마을회관 앞마당 쪽으로 주민들을 고착시키기 위해서 천막은 이들에게 걸림돌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7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경찰이 사드 반입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끌어내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경찰이 사드 반입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끌어내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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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전 경찰이 사드 반입을 저지하려는 주민들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한 여성의 바지와 속옷이 찢어졌다. 하지만 경찰은 이 여성을 보호하지 않고 바라보기만 했다.
 지난 7일 오전 경찰이 사드 반입을 저지하려는 주민들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한 여성의 바지와 속옷이 찢어졌다. 하지만 경찰은 이 여성을 보호하지 않고 바라보기만 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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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을 한 명씩 끌어내면서 한 여성의 바지와 속옷이 찢어졌지만 경찰은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여성들이 "남자경찰이 몸을 만지고 강제로 끌어내는 것은 성폭력"이라고 외치자 일부 경찰은 양 손을 위로 올리면서 "아무 짓도 안 했어요"라고 항변했다.

무차별적인 채증도 논란이 됐다. 경찰은 채증조라는 표식을 하고 채증을 해야 하지만 스마트폰 등으로 무차별적인 채증을 했다. 이에 항의하자 한 간부는 "위급한 상화에서는 누구나 할 수 있다"면서 정당하다고 강변했다.

"종교케어팀은 종교카레팀"... "왜 너희가 우리를 보호?"

국가인권위 직원들이 현장에서 인권감시 활동을 했지만 경찰에게는 이들이 걸림돌에 지나지 않았다. 문규현 신부가 트럭 밑으로 들어가 여성 주민들을 지키겠다며 드러눕자 경찰은 문 신부를 끌어내려 했다.

심장이 약한 문 신부가 급격한 호흡곤란을 일으키고 있었지만 경찰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인권위 관계자가 "안정이 되거든 그때 진행하라"고 요구하자 경찰은 "공무집행 방해"라며 막무가내였다. 결국 인권위 직원이 "차라리 나를 체포하라"며 완강히 막아섰다.

권혁장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장은 "경찰이 동이 트기 전에 작전을 끝내려다보니 조급하게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경찰의 조급성이 불필요한 부상이나 충돌을 야기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권 소장은 이어 "인권위가 현장에 들어간 이유는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인권위가 나름대로 판단해 중재하고 조정을 하려 했지만 경찰이 잘 협조를 하지 않았다. 현장에 있는 기자나 인권위 직원들이 자신들에게는 걸림돌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북지방경찰청 소속 '종교CARE팀' 직원들이 종교인들을 방송차에서 끌어내리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 소속 '종교CARE팀' 직원들이 종교인들을 방송차에서 끌어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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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전 경찰이 사드 반입을 저지하려는 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끌어내자 한 여성이 흐마트폰에 '폭력경찰 물러가라'는 글을 써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경찰이 사드 반입을 저지하려는 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끌어내자 한 여성이 흐마트폰에 '폭력경찰 물러가라'는 글을 써 들어보이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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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6일 사드 발사대 2대와 레이더가 들어올 당시 종교인들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가 무차별적으로 진압했다며 비판하자 이번에는 제복 위에 '종교 CARE(케어)팀'이라는 조끼를 입은 경찰 20여 명이 동원됐다. 종교케어팀은 경찰 창설 이후 처음 만들어진 팀이나 다름없다.

이들은 "종교인들을 예를 갖춰 모시기 위해 준비했다"고 했지만 1차 사드 반입 당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종교케어팀 경찰은 "저희가 예를 갖춰 안전하게 보관조치하고 돌려드리겠다"면서 종교의식에 쓰이는 도구를 수거해갔다. 이어 종교인들을 강제로 끌어내렸다.

하지만 이들에게 강제로 끌려 내려지던 황동환 신부는 안경을 잃어버렸고 백창욱 목사는 트럭 밑에서 저항하다 양 다리를 붙잡혀 질질 끌려나갔다. 원불교 교무는 경찰의 팔에 목을 휘감겨 끌려갔다.

주민들은 종교케어팀을 보면서 "종교카레팀"이라며 비난을 퍼부었고 성직자들도 이들이 보여주기 식으로 제복을 입었을 뿐 일반 경찰들과 다를바 없다고 비판했다. 문규현 신부는 이들을 향해 "우리가 너희를 케어(보호)해야지 너희가 우리를 보호한다는 것이 우습지 않느냐"고 고함을 질렀다.

지난 6일 오후 사드가 반입되기 전 소성리에 집결한 경찰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참외받에 들어가 참외줄기를 짓밟아 죽여버렸다. 경찰이 밟지 않은 참외줄기는 파랗게 살아 있다.
 지난 6일 오후 사드가 반입되기 전 소성리에 집결한 경찰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참외받에 들어가 참외줄기를 짓밟아 죽여버렸다. 경찰이 밟지 않은 참외줄기는 파랗게 살아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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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사드 반입이 되기 전 소성리에 집결한 경찰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참외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참외를 짓밟아 놓았다.
 지난 6일 사드 반입이 되기 전 소성리에 집결한 경찰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참외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참외를 짓밟아 놓았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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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가 반입된 뒤에서야 나온 경찰의 '집회·시위 자유 보장 권고안'

작은 마을에 8000여 명의 경찰이 집결하면서 주민들에게 여러 피해를 주기도 했다. 일부 경력들은 6일 오후 비가 내리자 저녁 도시락을 먹거나 쉬기 위해 참외하우스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들이 짓밟은 참외밭은 다음날 모두 말라죽었다.

주민 여아무개씨의 참외밭 비닐하우스 안에는 절반의 참외가 말라죽어 있었고 경찰이 밟아 으깨진 참외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여씨는 "최소한 우리 농민들에게는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하는데 아무렇게나 짓밟고 떠나버렸다"고 분개했다.

경찰은 또 자신들이 먹은 도시락 박스나 쓰레기들을 치우지 않고 떠나 초전면사무소 직원들이 대신 치워야 했다. 초전면사무소 직원에 따르면 7일 오전 소성리로 들어가는 봉소교에서부터 소성저수지 삼거리까지 1톤 트럭으로 6대 분량의 쓰레기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사드 반입 당시 경찰에 의해 부서진 천막에 주민들이 '이것이 문재인의 소통이냐'라는 문구를 써 놓았다.
 지난 7일 사드 반입 당시 경찰에 의해 부서진 천막에 주민들이 '이것이 문재인의 소통이냐'라는 문구를 써 놓았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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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과 7일 사이 사드 배치를 막으려는 주민들을 끌어낸 자리에 깨진 안경과 분실된 시계 등이 한 구석에 쌓여 있다.
 지난 6일과 7일 사이 사드 배치를 막으려는 주민들을 끌어낸 자리에 깨진 안경과 분실된 시계 등이 한 구석에 쌓여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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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가 반입된 뒤인 7일 경찰개혁위원회는 '집회·시위 자유 보장 권고안' 등을 발표하고 집회참가자가 거리시위 과정에서 일부 도로를 점유하더라도 처벌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진행됐던 채증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권고안에서 ▲집회시위 보장을 위한 신고절차 개선 ▲금지·제한통고 기준 명확화 ▲살수차·차벽·채증 등 대응절차 개선 ▲해산절차 개선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권 행사의 투명성 및 신중한 법집행 등을 강조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인권경찰로 거듭나기 위한 선결과제라는 인식하에 모든 권고사항을 수용하겠다"면서 "필요한 세부 실행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의 권고안이 하루만 더 일찍 나왔더라도 소성리에서의 무차별적인 진압과 인권침해는 없었을 것이다.


태그:#사드, #경찰,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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