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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김이수 부결 입장 밝히는 김동철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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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밑도 끝도 없이 시일을 끌어오던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 동의안이 끝내 부결된 것이다. 단 2표 차이였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책임론도 거세게 제기되고 있지만, 한편으로 국민의당에 대한 여론 역시 들끓고 있다. 국민의당 의원들의 절반 가까이가 김이수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간 야당이 김이수 헌재소장 임명에 반대한 까닭이 '색깔론'이었다는 점에서, '햇볕정책 계승'을 천명하는 국민의당의 이 같은 선택은 납득키 어렵다. 더욱이 그 선택이 초래할 결과가 막심하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세간에서는 헌법재판소의 보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그 결과 2014년 12월에는 한국현대사상 최초로 '정당(통합진보당) 해산'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김이수 재판관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와 헌법 정신에 비추어 정당해산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소수의견을 낸 바 있다. 그런 점에서 그의 헌법재판소장 임명은 사법개혁의 상징적 신호와 다름없었다.

기실 선출직이 아닌 사법부만큼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인사들이 여전히 건재하다. 최근 이른바 '적폐사건'을 두고 법원에서 잇달아 영장을 기각하자 검찰 측에서 "국정농단이나 적폐청산 등과 관련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검찰의 사명을 수행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발표한 사실은 이를 뚜렷이 보여준다.

그런 만큼 사법개혁이야말로 촛불항쟁을 '적폐청산'으로 이어나가는 첩경이 될 수밖에 없을진대, 국민의당을 비롯한 야3당은 김이수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부결을 통해 이를 좌초시킨 것이나 다름 없는 꼴이 되었다.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정신, 민중의 열망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20세기 전반 장개석이 이끌던 중국 국민당이 오버랩되지 않을 수 없다.

20세기 전반, 중국 정계는 국민당과 공산당이 두 축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국민당의 당수 장개석은, 일본이 만주를 침략해 점령(만주사변)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일투쟁'의 대의를 외면했다. 중국 민중들은 거세게 항일을 열망했지만, 장개석은 끊임없이 이를 외면하였다.

그러다 종국에는 장학량이 주도한 이른바 '서안사변'에 의해 그가 국공합작과 항일전선을 택하기는 했다. 하지만, 민중의 열망과 대의를 외면한 그는 공산당에 비해 군사적, 경제적 측면에서 압도적 역량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2차 국공내전에서 패배해 대만으로 쫓겨가고 말았다.

지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국민의당의 행보를 보고 있으면, 이러한 장개석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국민의당이 현재 대다수 민중이 열망하고 있는 '적폐청산'과 '개혁'이라는 대의를 외면하고 있음은 이제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공학적 차원의 분석이 아니라, 촛불을 들었던 민중에 대한 '인간적 배신'이라는 점에서 향후 국민의당에 더욱 치명적 결과를 야기할 것이다. '극중주의'라는, 이해하기 힘든 노선을 들고 나온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개혁적 가치를 포기하고 적폐청산이라는 대의를 방해하는 길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당 대표 취임 직후 '선명 야당'을 표방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시기였던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대표였던 안철수 대표는 정권에 맞서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았다. 당시 그의 대여 행보는 '투쟁'보다 '타협'에 맞추어져 있었다. 그런데 개혁적 정부가 집권한 이후 도리어 그는 '투쟁'에 나섰다. 이를 환호한 것은, 유권자가 아닌 자유한국당이었다. 그가 처음 등장했던 시기 대중들을 사로잡았던 개혁적 색채는 이로써 종말한 것이나 다름없다.

김이수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부결 직후 안철수 대표는 "20대 국회의 결정권을 쥔 것은 국민의당"이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정권에는 책임 역시 엄연히 뒤따르는 법이다. 이제 남은 것은, 유권자의 선택뿐이다.



태그:#안철수, #장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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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시민. 사실에 충실하되, 반역적인 글쓰기. 불여세합(不與世合)을 두려워하지 않기. 부단히 읽고 쓰고 생각하기. 내 삶 속에 있는 우리 시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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