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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영수증을 놓고 '그뤠잇'과 '스튜핏'을 연발하며 데뷔 25년 만에 '대세'로 떠오른 김생민씨, 팟캐스트와 방송에서 그가 말한 '절약 비법'들이 대중에게 큰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를 외치며 '절약' 대신 여행과 취미생활을 위해 아낌없이 쓰는 이들도 있습니다. '김생민족'과 '욜로족'으로 사는 시민기자들이 번갈아 기고하는 <김생민족 vs. 욜로족> 기획을 전합니다. 당신은 어디쯤 서 계신가요? [편집자말]
 김생민족 vs. 욜로족, 나는 어느 길로 가고 싶은 걸까?
 김생민족 vs. 욜로족, 나는 어느 길로 가고 싶은 걸까?
ⓒ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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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그렇게 오랫동안 자주, 여행을 할 수 있어요?"

히말라야 중턱에서 만난 40대 미국인 여행자에게, 내가 물었다. 그는 동남아, 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 안 가본 곳이 없는 사람이었다. 답은 간단했다. 여행하다가 돈이 떨어지면 필리핀으로 돌아간다. 영어 강사 일을 하면서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다시 여행한다. 그는 그야말로 '욜로족'이었다.

불안하진 않아요? 내가 물었다.

"불안하죠. 불안해도 내가 원하니까 이렇게 사는 거예요.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잖아요. 내가 원하는 걸 하기 위해선, 어떤 부분은 포기할 수밖에 없어요. 평생 여행을 하면서 미래에 대한 안정까지 추구할 순 없으니까요. 한 분야에서 체계적인 커리어를 쌓는 것도 어느 정도 포기해야죠.

새로운 사람은 많이 만날 수 있지만, 계속 옮겨 다니기 때문에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과의 관계도 살짝 놓아야 해요. 그런 걸 다 포기하면서까지 여행을 해야 하냐는 질문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내가 뭘 원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전, 그런 걸 다 포기하면서까지 여행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사는 거예요."

그날 저녁 쓴 일기의 내용은 지금도 기억한다.

'내가 원하는 건 뭘까. 마커스처럼 평생 여행만 하는 거? 일하고 여행하길 반복하는 거? 아니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장기 여행은 그만두고, 남들처럼 안정적인 직장을 잡아 커리어를 개발하는 거? 늘 매여있는 것도 싫지만 평생 여행만 하는 건 너무 불안하지 않을까. 그래도 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은걸까. 아니, 기여를 하고 보람을 느낀다는 것도 일종의 오만한 환상과 착각 아닌가? 모르겠다.'


일기의 결론은 '모르겠다'였다. 내 일기의 대부분이 그렇듯 그날도 별 쓸데없는 생각을 끄적이다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그 날의 일기가 기억에 남는 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을 해 봤기 때문일 거다.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며 일상을 영위할 땐 의외로 해보기 힘든 고민이다. 엄마는 대체 언제 전세 얻을 거냐고, 친구들은 애 안 낳느냐고, 선배는 이제는 안정적인 직장을 잡을 때라고, 불안을 종용하는 메시지가 여기저기 쏟아져나오니 말이다.

히말라야의 설산 말고는 그 누구도 나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 산 중턱에서 잠시, 모두가 가는 길 위에 있기보다는 홀로 이탈해 작은 오솔길을 걷는 사람을 마주한 그 날에, 나는 공책을 펼쳐놓고 내가 원하는 것, 원하지 않는 것의 목록을 적어보았다. 그게 5년 전이다.

김생민족 vs. 욜로족, 내가 원하는 건?


그래서 지금은 원하는 걸 아느냐고? 잘 모른다.

나는 여행하는 자유로운 삶을 원하나? 그런 것도 같다. 히말라야의 거대한 설산 같은 걸 실제 눈앞에 두고 보고 있자면 나의 과거들, 그러니까 팀장 때문에 열 받아서 시뻘건 얼굴로 회사를 들락날락하던, 면접 결과를 기다리느라 채용공고 페이지를 2초에 한 번 새로고침하던, 혹은 더 오래전, 수능시험을 보고 우울해하던 그때의 내가 어처구니없게 느껴진다. 그게 다 뭐라고 그 난리였을까?

 히말라야의 거대한 설산 같은 걸 실제 눈앞에 두고 보고 있자면 우울해하던 그 때의 내가 어처구니없게 느껴진다. 그게 다 뭐라고 그 난리였을까?
 히말라야의 거대한 설산 같은 걸 실제 눈앞에 두고 보고 있자면 우울해하던 그 때의 내가 어처구니없게 느껴진다. 그게 다 뭐라고 그 난리였을까?
ⓒ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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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결혼, 승진, 집값, 자산 같은 것에만 집중되었던 시야를 흐트러뜨리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나는 여행이 좋다. 하지만 '욜로'하면 연상되는 여행이라는 게, 욜로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처럼 마냥 짜릿하고 즐겁기만 한 건 아니다.

"조만간 집으로 돌아가려고. 1달러 2달러에 신경 쓰며 예산 짜고 얼마나 썼는지 계산하고. 그렇게 쪼잔하게 사는 게 지겨워졌어."


이번 여행 기간은 얼마나 남았냐는 나의 물음에, 미얀마에서 만난 독일 여행자는 이렇게 답했다. 그녀의 말에 나는 조금 오버해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닐 땐 소비를 기록하는 일이 별로 없다. 여행 중에는 수입은 없고 지출만 있기 때문에, 돈이 얼마나 남았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하며, 하루하루의 소비를 꼼꼼히 기록하고, 계획한 평균 하루 예산을 훌쩍 넘지 않도록 극히 조심한다.

1000원짜리 주스를 하나 사 마시는데도, 이걸 사 마시면 오늘의 예산에 어떤 타격을 줄 것인가 고심해야 한다. 가끔 "오늘은 누가 뭐래도 3달러 더 내고 화장실 딸린 호텔에서 자고 말 거야!"라고 반항을 하는 날도 있지만, 아주 가끔만 허락될 뿐이다. 돈 벌고 돈 모으고 돈 더 벌 생각뿐인 서울 생활 회사 생활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났지만, 사실상 서울에서보다 더, 훨씬, 매우 극단적으로, 하루하루, 매시 돈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다시 서울로 돌아와 직장생활을 하면 수입이 생긴다. 그리하여 여유를 부린다. 분위기 좋은 바에 앉아 한 잔에 9천 원 하는 맛있는 수제 맥주를 네댓 잔 마시기도 하고, 계절이 지나면 꽃무늬 원피스를 사보기도 하며, 후배에게 밥을 사기도 한다.

여유가 늘어나는 대신, 관점은 다시 좁아진다. 포커스는 다시 취업, 승진, 자산 등등이다. 누구는 얼마를 모았고 누구는 박사학위를 땄으며 누구는 집을 샀다는 말이 자꾸 들린다. 그런 말들을 매일매일 귀에 주유하다 보면 아무래도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난 뭐 하고 있지? 쓸데없는 여행에나 시간과 돈을 쏟아붓고 말이야. 이럴 땐 아무리 히말라야의 설산을 떠올려봐도, 메소포타미아 평원의 사진을 들여다봐도 불안이 잠재워지지 않는다.

대신 이런 생각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대학원이나 갈까. 나도 정말 저축을 해야 하는데. 지금 커리어에 집중하지 않으면 정말 너무 뒤처지는 건 아닐까... 사람들을 만나면 정신은 더 혼미해진다. 저축액이 1억이 넘었다는 친구, 승진한 후배, 아이가 벌써 어린이집 갈 나이가 된 지인...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문득 헛갈린다. 나는 왜 이들을 보고 초조해하고 있는 거지? 왜 불안하지? 내가 원하는 것과 그들이 원하는 것이 같았던가? 그럼 내가 원하는 건 뭔데? 커리어 개발? 더 많은 여행? 자식이 있는 삶? 자식은 없지만 자유로운 삶? 모르겠다.

자유와 안정, 둘 다 가질 순 없다

여행을 하면 가난하고 직장생활을 하면 답답하다. 여행의 자유로움과 직장생활의 안정감을 다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마커스도 말했듯이, 둘 다 가질 순 없다. 장기 여행을 하면서 지속적인 커리어를 쌓을 순 없고 (북유럽에서는 가능할 수도), 툭하면 떠나는 자유로운 삶을 원하면서 무턱대고 아이를 가질 순 없다. 커리어 개발에 지속적으로 신경 쓰지 못하면서 남들에 뒤처지지 않기를 바랄 수도 없다. 어떤 삶을 원하는지, 적어도 방향 정도는 선택해야 한다.

욜로(You Only Live Once)를 직역하면 '넌(혹은 난) 딱 한 번 산다'이다. '딱 한 번 산다'는 말은 뒤에 어떤 문장이 따라붙느냐에 따라 뉘앙스가 조금씩 달라진다. '난 딱 한 번 산다. 그러니 지금 행복하게 살자.' '난 딱 한 번 산다. 그러니 목표를 확실히 정해 한 길만 쭉 가겠다'. 아니면, '난 딱 한 번 산다. 그러니 남들 다 하는 거, 예를 들어 집을 사고 결혼을 하고 집을 사고 좋은 직장을 다니고 등, 다 해보고 죽겠다'. '난 딱 한 번 산다. 그러니 애를 낳아 내가 한 생애로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을 통해 이루겠다'. 김생민의 경우 뒤에 오는 말은 이렇지 않을까.

'난 딱 한 번 산다. 그러니 근검절약하여 목표한 돈을 모으고, 안정된 미래를 구축하자. 오늘의 즐거움을 위해 내일의 평안을 포기하지 말자.'

현재로서 나의 욜로 문장은 '난 딱 한 번 산다, 그러니 (내 책임 하에) 내 멋대로 살겠다'이다. 나는 계속 질문하는 삶을 살고 싶다. 만약 질문이 끊긴다면, 어느 순간 모르는 곳으로 저벅저벅 걸어가 버릴 수 있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 이질감을 마주하는 낯선 경계를 넘는 삶을 사는, 그래서 이따금 불편한, 그리하여 남의 불편함을 상상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싶다.

하지만 나의 욜로 문장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따라붙는다. 너 그렇게 살다 늙어서 어쩌려고 그래? 라고 물으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글쎄' 혹은 '글쎄다만, 너한테 돈은 안 빌릴게 걱정 마' 정도다. 반면, 내일의 안정과 평안을 위해 오늘의 즐거움을 희생하는 김생민식의 뒷말에는 근본적인 질문이 따라붙는다. "그렇게 아껴서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게 뭐예요?"라고 묻는 <라디오 스타>의 질문에 김생민은 "그걸 모르는데요"라고 답했다. '돈을 아껴 모은다'는 목표는 있는데 왜, 무엇을 위해서인지는 모른다.

누가 맞을까? 누구도 맞지 않고, 누구도 틀리지 않다. '욜로' 뒤에 붙는 문장 중 완벽한 건 없다. 돈과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한정적이고, 한정적인 자원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는 각자 선택에 따를 일이니까. 좀생이란 소리를 안 듣는 게 중요한 사람이라면 가끔 밥 사는 데 돈 쓰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고, 노후대비 자금이 넉넉한 게 중요한 사람이라면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 참아가며 돈을 아낄 것이다. 여행이 중요한 사람은 저축한 돈을 불리는 대신 여행을 갈 것이며, 집 사는 게 중요한 사람은 저축한 돈을 더 오래 불려 집을 살 것이다.

중요한 건 욜로족이냐 김생민족이냐가 아니다. 내가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아는 거다. 결혼하여 애를 낳고 평범하게 사는 게 내가 원하는 건가? 2년을 주기로 직장을 그만두고 긴 여행을 떠나는 게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거야? 글을 쓰는 게? 착한 사람이 되는 게? 남들 하는 거 다 해보는 게? 왜? 질문을 아무리 해봤자 답은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질문하는 사이 욜로와 짠돌이 사이를 계속 왔다 갔다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질문해야 한다. 욜로족이 원하는 게 아닌, 김생민족이 원하는 것도 아닌,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를. 왜? 나는, 딱 한 번만 사니까.    

 질문해야 한다. 욜로족이 원하는 게 아닌, 김생민족이 원하는 것도 아닌,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를. 왜? 나는, 딱 한 번만 사니까.
 질문해야 한다. 욜로족이 원하는 게 아닌, 김생민족이 원하는 것도 아닌,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를. 왜? 나는, 딱 한 번만 사니까.
ⓒ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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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부부의 히말라야 여행,' '불량한 부부의 불량한 여행 - 인도편'을 썼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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