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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공원 생태지도
 월평공원 생태지도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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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공원 서식하는 맹꽁이
 월평공원 서식하는 맹꽁이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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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도솔산(월평공원)은 대전시의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으면서 대한민국 아름다운 숲 10선에 꼽힐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산이다. 갑천이 이 산을 끼고 흐르다 보니 800여 종의 동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의 보고로 대전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 도솔산 가까이에는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다. 1968년에 출토된 괴정동 청동기 유물은 선사시대의 모습을 알려주는 중요한 가치를 크게 인정받고 있다. 이 괴정동이 지금의 서구 내동지역으로 도솔산과는 지척이지만 아쉽게도 정확하게 어디인지를 알 수 없다. 주택가로 변모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우리 고대 역사에서 청동기시대가 없이 석기와 철기가 공존했던 금석병용기라는 해괴한 용어로 우리 선사시대를 폄하했던 일제가 만든 역사에 일대 반기를 든 주요한 유적이지만 누구도 그 자리를 알 수 없다. 유물을 있으되 유적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조상들의 중요한 유적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개발로 사라진 대전 청동기 유적지...어리석은 일 또다시? 

주민대팩위 기자회견
 주민대팩위 기자회견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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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어리석은 행위가 또 다시 반복되려 하고 있다. 조상들이 물려준 아름다운 자연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훼손될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이다.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이 도솔산에 29층 2700여 세대의 대규모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계획 때문이다.

대전이 30만 인구에서 지금의 150만 명의 도시로 변모하는 데 40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도시가 커지고 사람이 늘어나면서 논과 밭과 산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개발만이 최선처럼 보였고 자연환경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오로지 개발로 얻어지는 이익이 눈앞에 어른거리면 거리끼는 것이 없었다.

하천이나 산은 도시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다. 한밭을 흐르는 3대 하천을 자랑하지만 물놀이는 까마득한 추억이 되고 말았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역사를 파묻었듯이 물놀이의 추억도 다시는 재현할 수 없다.

갑천과 도솔산에 대규모 아파트단지 짓겠다는 대전시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시민공모전 현장심사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시민공모전 현장심사
ⓒ 주민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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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세먼지가 일상화되고 물을 따로 사먹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우리 주변의 녹색 환경에 주목하게 됐다. 지금 도심에 자리한 산들은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침부터 숲 속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자 하는 시민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공원부지라는 이름으로 이들 허파를 보호하게 됐다. 그리고 하천의 정화기능에 대해 주목하면서 하천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도 나타나게 됐다.

그런데 갑천에 대규모의 인공 호수를 만들고 그 주변에 아파트를 짓겠단다. 또 도솔산에도 아파트를 짓기 위해 대전시가 앞장서고 있는 꼴을 보면 그저 말문이 막힌다. 도시 하천과 도시 숲의 역할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일부에서는 개발로 생길 이익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이러한 어리석은 믿음을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물려줄 수는 없다. 이 자연환경을 물려받을 세대이기 때문이다. 땅과 강의 원래 주인은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자연으로부터 빌려 쓰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환경 교육은 몸으로 직접 느껴서 자연을 받아들이는 체험이 중심이 돼야 마땅하다.

학교에 근무할 때, 환경단체의 안내를 받아 학생들과 더불어 갑천을 걸었다. 하천을 따라 걷다 보면 이 물가에 많은 다양한 식물들과 새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들은 금새 갑천을 사랑하게 됐다.

"조금 불편해도 그대로 놔두어야 해"

"야, 여기에 저렇게 큰 새들이 살고 있는지 몰랐어."
"저건 백로고 저건 오리야. 그리고 저기 날아가는 것은 왜가리 같은데...."
"어쩌면 저렇게... 날아가는 것이 보기 좋아요."  

자세히 보아야 더 예쁘게 보이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게 느껴진다는 어느 시인의 싯구와 같이 눈으로 보고 손과 발이 닿아야 늘 보는 자연도 더 사랑하게 된다.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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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거기서 물과 어우러진 도솔산을 바라봤다. 낮으면서 부드러운 곡선으로 길게 이어진 녹색 구릉이 갑천과 잘 어우러져 있다. 그런데 그 가운데로 흉물스럽게 뚫고 들어간 터널이 보인다.

"저 터널이 정말 맘에 안 들어. 산을 마구 부순 것 같아."
"그래도 저 터널 때문에 돌아가지 않고 쉽게 갈 수 있잖아."

이런 말이 오갈 때 한 아이가 툭 던진 말이 기억에 새롭다.

"조금 불편해도 자연을 그대로 놔두어야 해, 사람은 돌아서 가면 되지만 저렇게 파괴된 산은 누가 다시 만들 수 있겠니?"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성광진씨는 대전교육연구소장입니다.



태그:#도솔산, #갑천, #대전시, #대전도시공사, #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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