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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안 전경
 강구안 전경
ⓒ 강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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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님!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에 노고가 많으십니다. 제가 이렇게 펜을 든 것은 민주정권이 들어섰음에도 해양과 수산을 보호해야 할 해수부가 여전히 해양수산을 망치는 일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해수부 정책의 문제점은 수도 없이 많지만 우선 긴급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현재 해수부가 전국의 항만 곳곳에서 진행 중인 친수 공간 조성 사업입니다. 이 친수 공간 사업 중 다수가 혈세를 낭비해 가며 자연스러운 해안선과 역사성을 파괴하는 토목 사업이 되고 있어 큰 우려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마산해수청, '불허' 매립 사업 제외하고 기존 공사 강행

그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 추진 중인 경남 통영의 <통영항 강구안 친수 공간 조성 사업>입니다. 통영 강구안은 이순신 장군이 만든 조선 시대 해군 사령부인 삼도수군 통제영의 역사가 깃든 역사 문화 공간입니다.

조선 시대 강구안은 거북선 한 척과 판옥선 등 통제영 8전선을 비롯한 전함들의 정박지였고, 3만 명이나 되는 정예 수군의 훈련장이었습니다. 강구안이 있어서 나라가 지켜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문화재청에서도 강구안을 <역사문화환경보전지구>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수부 산하 마산해수청에서는 이 역사적 공간에 '친수 공간을 조성해 관광 미항'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놀이공원을 만드는 공사를 시작하려 합니다. 500여억 원이나 되는 막대한 혈세를 들여 수변 데크 길을 조성하고 수변 무대와 음악분수를 만들고 다리를 놓겠다고 합니다. 이 사업이 추진된다면 강구안의 역사성이 훼손될 것은 불을 보듯 환한 일입니다.

<통영항 강구안 친수 공간 조성 사업> 설계도
 <통영항 강구안 친수 공간 조성 사업> 설계도
ⓒ 마산해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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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를 위해서는 문화재청의 현상 변경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마산해수청에서는 문화재청의 허가도 받지 않고 공사계획을 세웠다가 뒤늦게 현상 변경허가 신청을 했는데 문화재청 사적분과에서는 전체 사업 중 일부인 강구안 매립 사업을 허가해주지 않고 부결시켰습니다.

그런데도 마산해수청은 매립 사업을 제외하고 여전히 기존 공사를 강행할 예정이라 합니다. 수변 데크 길이나 수변 무대 따위를 만들지 않더라도 강구안은 이미 그 자체로 친수 공간입니다. 물가에 더 무슨 친수 시설이 필요하단 말입니까.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친수 공간 조성사업을 명분으로 강구안 어항에 정박하고 있는 모든 어선을 쫓아내기로 한 결정입니다.

관광 미항 만든다며 '최고의 대피항'에서 어선 내쫓아

호리병처럼 생긴 작은 통로를 제외하고는 내륙으로 둘러싸인 강구안 어항은 태풍에도 안전한 최고의 대피 어항입니다. 그래서 태풍 때면 수백 척의 어선들이 몸을 피하고 멀리 삼천포에서까지 피항을 올 정도입니다. 그런데 친수 공간과 관광미항을 만든다는 명목으로 어선을 최고의 양항에서 쫓아내는 일이 과연 어선의 안전을 지켜줘야 할 해수부에서 할 일일까요?

게다가 어항에서 어선을 쫓아내면 관광미항이 될 수 있는 겁니까? 수백 척의 어선이 수시로 드나들고, 선상이나 부두에서는 어물을 거래하는 파시가 열리는 이런 역동적인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관광미항의 모습이 아닐까요?

어항의 근본 목적은 관광객 유치가 아니라 어선과 어민들의 안전 보호입니다. 강구안 어항의 역사성을 파괴하고 최고의 대피항에서 어선을 몰아내는 강구안 친수 공간 조성사업, 해수부의 본분을 망각한 이 사업은 당장 중단되어야 마땅합니다.

강구안 전경2
 강구안 전경2
ⓒ 강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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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박근혜 정권 시절 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국일보> 등에 이 공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고를 한 적이 있습니다. 또 필자의 기고문을 본 MBC 뉴스와 주간 <시사인> 등 언론에서도 이 공사의 문제점을 집중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촛불 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으나 해수부에서는 여전히 귀를 꽉 틀어막고 여론의 소리를 전혀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민주 정권이 들어섰지만, 여전히 해수부가 하는 일은 권위주의적인 전 정권들과 다를 바 없다고 느껴집니다. 잘못된 정책이 바뀌지 않는 것을 보면 기우만은 아닌 듯합니다.

근자에 해수부에 적폐 청산을 위한 혁신 TF가 구성됐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해수부가 진정으로 혁신하려면 통렬한 자기반성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과거 정권 때부터 관성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잘못된 정책들을 중단시키는 것에서부터 반성은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반성과 성찰이 없는 혁신은 혁신일 수 없습니다. 잘못된 통영 강구안 친수 공간 사업을 중단시키는 것은 해수부 혁신의 시금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관님께서는 반드시 이 나라 해양과 수산의 적폐를 청산하고 정책을 바로 세우는 데 힘써 주실 것을 믿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섬 연구소 소장 강제윤 드림

덧붙이는 글 | 강제윤 기자는 섬과 해양의 고유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인이며, <당신에게 섬> <섬택리지><통영은 맛있다><섬을 걷다>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태그:#강구안, #통영항강구안친수공간조성사업, #경남통영, #마산해수청, #김영춘해수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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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섬 활동가입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당신에게 섬><섬을 걷다><전라도 섬맛기행><바다의 황금시대 파시>저자입니다. 섬연구소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isla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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