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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 ‘아랫장국수’집의 국수와 만두다. 착한 가격 5000원에 맛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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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부는 가을이 오면 따뜻한 국물에 담긴 국수 한 그릇이 생각난다. 순천에 가면 이 가을에 잘 어울리는 맛있는 국숫집이 있다. 순천 아랫장의 '아랫장국수집'이다. 부부가 함께 만드는 이곳의 국수는 행복한 맛이다. 부산의 이름난 구포국수 면을 사용해 구포국수라는 이름으로 가게를 시작했으나 지금은 아랫장국수집으로 그 이름을 바꿨다. 아랫장국수, 참 친근해서 좋다.
이곳 김영민 셰프(52)는 부산의 유명호텔 일식 조리장에게서 요리를 배웠다. 그 고급스런 맛에 한약재를 넣어 나름의 맛을 덧입혔다. 그래서 이곳 국수 맛은 여느 집과 다르게 그 맛이 빼어나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재래시장 모퉁이에서 만난 예상치 못한 고급진 풍미의 국수 맛에 다들 놀라곤 한다.
기자 역시 그 맛에 어느새 중독되어 가는 걸까. 요즘 부쩍 아랫장 국수집으로 향하는 발길이 잦다. 김 셰프는 그의 부친에 이어 막내딸까지 3대가 요리사 가족이다. 국숫집인데 메뉴도 늘 새롭다. 오늘은 세트메뉴인 국수와 만두에 필이 꽂혔다. 만두는 소가 듬뿍 들어간 큼지막한 왕만두다.
주머니 가벼운 이들에게 더없이 좋아... 국수와 만두 5000원 세트메뉴 국수와 만두, 세트메뉴가 5000원이다. 주머니 가벼운 이들에게 더없이 좋다. 두 가지 맛을 한꺼번에 경험하고도 별 부담이 없으니.
멸치와 새우 가다랑어포 등을 넣어 정성으로 끓여낸 맛국물에 말아낸 잔치국수는 은근한 감칠맛이 스며있다. 어묵과 부추 김 가루 고명에 참깻가루도 듬뿍 뿌렸다.
은근한 감칠맛에 고소한 풍미가 좋다. 소면을 사용해 혀끝에 와 닿는 면발의 식감도 기분을 썩 좋게 한다. 그냥 맛만 보려 했는데 국수 그릇은 어느새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에 오면 멈추지 않는 식탐이 문제다. 아직 왕만두가 두 개나 남아있는데.
부추와 양배추 다진 돼지고기를 아낌없이 넣은 왕만두는 오늘은 한 개만 먹기로 했다. 이곳 셰프가 좋은 식재료로 직접 빚어 순수한 맛이 좋다.
찬바람 부는 이 가을에 잘 어울리는 터진 만둣국도 이 집의 별미다.
순천 아랫장에서 국수 한 그릇을 먹다 보면 늘 이상국 시인의 '국수가 먹고 싶다' 시 구절이 떠오르곤 한다. 이 시인은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고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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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면을 사용해 혀끝에 와 닿는 면발의 식감도 기분을 썩 좋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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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가 먹고 싶다 -시인 이상국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