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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냐 한 번 해보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적어도 중간에 포기하진 않겠지.'

작년 말이 되어 열아홉을 준비하며, 그러니까 스물의 직전 단계인 2017년의 돌입을 준비하며 오기와 객기로 내뱉은 말이 이거였다.

"저 내년 1년간은 채식합니다."

평소 고기를 좋아하고 많이 먹기로 알려진 나여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주위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호기심을 한눈에 받았다. 11월의 절반을 넘어가는 지금도 툭 하면 왜 채식을 시작했느냐 물어보는 사람이 있으니, 채식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생소한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수도 없이 많이 말한 '그 이유'란 이렇다. 먼저 성인이 되기 전에 자신을 꺾는 힘을 기르고 싶었다. 사람의 7대 죄악 중의 하나지만 많은 이들에게서 경시되고 있는 '식욕'을 절제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끊고 참는 훈련을 결정했다. 그리고 이미 많은 채식자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생태계의 파괴와 공장식 사육에 저항하고도 싶었다.

이미 학교에 채식을 하는 친구가 있었고 학교도 그런 친구들이 힘들지 않을 수 있게 배려하며 식단을 짜 주어서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 판단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연말이 되어서 그런지 의지가 점점 꺾여 가는 것을 느낀다. 물론 처음 말한 대로 '포기'는 하지 않겠지만 스멀스멀 후회의 마음이 올라오는 것이다.

지난 22일,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의 세 번째 나들이인 성대골 에너지자립 마을 탐방을 다녀와서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점심시간, 끝내 먹지 못한 불고기 전골이다. 물론 시래기 밥, 맛있긴 했다. 하지만 역시나 내 눈앞에 여전히 어른거리는 불고기 전골에 비할 바는 아니다. 아닐 거다. 먹지는 못했지만 분명 그럴 테다.

 불고기전골을 먹은 친구들은 이렇게 환하게 웃었다.
 불고기전골을 먹은 친구들은 이렇게 환하게 웃었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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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세상의 모든 음식점, 가공식품, 먹거리 같은 것들은 육식에 맞춰져 있다. 어느 음식점을 가나 대부분 대표 메뉴엔 고기나 생선, 계란 같은 것들이 들어간다. 채식을 하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음식점을 찾기가 힘든 지경이란 말이다. 가공식품도 마찬가지다. 아니 포카칩에 쇠고기가 왜 들어가냐고.

직접 만들어 먹자고? 오이, 양상추, 양배추, 오리엔탈소스 사서 샐러드 해 먹는 것보다 그냥 스팸 하나 구워 먹는 게 시간이면 시간이요, 돈이면 돈이요, 맛이면 맛이요, 백번 낫다. 대부분의 경우에서 채식은 비효율적이다. 불편한 건 둘째 치고 비효율적이기까지 하니. 후회가 막심했다. 자신과 타협하고 싶은 욕구가 과거, 채식을 하도록 유도하고 결정한 뇌를 후려쳤다. 이미 시레기 밥을 두 그릇이 해치운 후였다.

 참고로 나는 좌측 위의 사람이다. 시레기밥을 먹었다. 먹는 내내 대충 표정은 저랬다.
 참고로 나는 좌측 위의 사람이다. 시레기밥을 먹었다. 먹는 내내 대충 표정은 저랬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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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거지, 미친 거야. 그러게 그걸 왜 한다고 해서는, 저 고운 빛깔의, 육즙 좔좔 쇠고기도 못 먹고. 괜찮아 이제라도 되돌리면 돼. 11월이면 이제 충분히 참았잖아? 자신을 이기는 훈련은 이미 충분해. 그리고 너 하나 채식한다고 뭐가 바뀌겠니. 그냥 좋은 경험 했다 치고 여기서 그만하자, 응?'

이 충동적인 욕구의 아우성에 나의 근엄하신 이성께서는 대답했다.

'어허, 이놈. 지금의 힘든 것을 넘어야 진정으로 자신을 넘었다고 할 수 있지 않겠니.'

그러자 한풀 꺾인 아우성이 말하길.

'그래요. 그건 그렇다 쳐요. 근데 진짜로 제가 채식한다고 생태계 파괴나 공장식 사육 같은 문제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근엄하신 이성께서는, 수긍하셨다.

그래, 이것이 무언가를 크게 바꿀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나 한 명 채식하는 것이 그리 큰 힘을 낼 수 있을까,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물어보면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말해 주면서도 두 번째 이유에 한해선 스스로도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었다.

작년, 수많은 약자는 모여 촛불을 들었고 그건 업화(業火, 악한 행위가 남기는 세력이 맹렬함을 불에 비유한 말)가 되었다. 그 거대한 업화의 불길 한가운데, 물론 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불이 내 약한 마음까지 단죄하지 않았나 보다. 아직도 약자들이 모여 정의를 구현하는, 세련된 영화에서나 볼 법한 그 장면은 내겐 너무 낯설다. 그냥 '막연하다' 생각한다.

그런 여러 면에서 채식과 성대골의 노력은 비슷했고, 그걸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그랬다.

성대골엔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보일러가 아닌 난로를 사용하는 것은 그나마 덜 생소한 편이었다. 태양열을 이용해 공기를 데우는 장치, 태양광을 이용한 미니 선풍기, 라디오, 각종 운동 에너지를 이용한 후레쉬, 휴대용 휴대폰 충전기. 어디서도 쉽게 접하기 힘든 발명품들이 즐비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건 역시나 자전거 페달을 굴려 솜사탕을 만드는 기계였다. 맛과 재미를 한꺼번에 잡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게 잠시의 경험이었을 때 말이다.

 태양열을 이용해 공기를 데우는 장치.
 태양열을 이용해 공기를 데우는 장치.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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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자. 길을 가다가 솜사탕을 먹고 싶을 때 페달을 굴려서 먹겠는가, 그냥 500원을 내고 사 먹겠는가. 아주 한가한 사람이 아니면 돈을 낼 것이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다. 건전지를 사용해서 후레쉬를 켤 것이고, 전기를 충전해서 충전기나 미니 선풍기 같은 것들을 쓸 것이다. 그것뿐인가. 태양열을 이용해 공기를 데우는 장치는 그닥 효율이 좋지 못하다고 하고 집주인이 아니라면 설치할 엄두도 못 낼 사이즈를 자랑한다. 난로는 또 어떤가. 보일러 때는 게 훨씬 따듯하다.

 대충 이렇게 열심히 돌려서...
 대충 이렇게 열심히 돌려서...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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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솜사탕을 얻는다는 건데...
 이렇게 솜사탕을 얻는다는 건데...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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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자립도 참으로 불편하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고,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고, 힘들다. 게다가 비효율적이기까지 하다. 그나마 효율이 좋다고 건지는 건 태양열발전기, 태양광발전기 정도인데 세입자라면 그것조차 꿈속의 꿈이다.

그리고 정말 김소영 선생님의 말씀은 꿈만 같았다.

 전기보다 뜨거운 에너지의 김소영 선생님의 강의.
 전기보다 뜨거운 에너지의 김소영 선생님의 강의.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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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서 나누어 주는 전기를 그냥 사서 쓰는 소비자가 아니라, 내가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생산자가 되고, 옆집의 전기가 부족하면 팔기도 하는 판매자도 되며, 반대로 받아서 쓰는 소비자도 되고, 전기가 부족한 집과 근처의 전기가 많은 집을 소개시켜 주는 중매상도 됩시다."

선생님은 '생활 전반에 필수적인 전기를 국가에서 독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는 일'이라며 전기의 생산 방식, 활용 방식 같은 것들을 반드시 국민 스스로가 결정해야 한다고 하셨다. 내가 만드는 전기는 '보조적'이고 기본으로는 국가에서 전기를 받아 타 먹겠다고 생각했던 내 생각은 낮아도 한참 낮았다.

되면 어떨까 기대와 호기심은 확실하게 있지만, 더 크게는 되겠나 싶었다. 그런데 김소영 선생님의 강의는 점점 불이 붙었고 나도 점점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절정을 맞이한 순간, 그 나날들과 같은 불길이 내 마음 속 의심을 태워 버렸다.

"2015년 12월 12일에 파리에서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여러 나라 지도자들이 모였어요.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지구를 살리기 위해 어떠어떠한 노력들을 해 나가요' 하는 약속을 맺었죠. 이게 '파리기후협약'인데 여기 있는 우리 선생님들하고(마을에서 운영하는 성대골마을학교 선생님) 누가 약속 안 하나 감시하러 직접 파리에 갔어요. 그리고 '제발 성사되라' 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그 장소를 2주 정도 돌았죠. 그랬더니 이게 되더라고요(웃음)."

 와 신기하다
 와 신기하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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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마치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들이 성벽을 돌기만 해서 성을 무너뜨린 것 같은. 간절함을 모아서 실체화시킨 것 같은. 그런. 치솟은 불길엔 분명히 힘이 있었다. 현상을 바꾸었고 내 마음을 바꾸었다. 두 번째라서 더 강했는지 이젠 알 것도 같다.

진심이면 통한다. 그리고 이 선생님은 진심이다. 그 협약을 탈퇴한 트럼프를 잡으러 가고 싶다는 말씀을 하실 때는 눈에서 정말 불꽃이 튀었다.

채식도, 에너지자립도, 당장 너무 불편하고 비효율적이다. 당연하다. 그래서 소수인 거니까. 하지만 그것이 포기의 이유가 되진 않는다. 이 선생님처럼, 작년 우리 국민들이 그랬던 것처럼 간절하면 이루어질 거라 믿으니까. 당연히 실력이 있어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님께서 앞으로 2022년까지 서울의 100만 가구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신다고 하는데요, 저는 이게 이렇게 빨리 되지 않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단기간에 많이 물량을 댈 수 있는 건 대기업뿐이거든요. 저는 빨리하려고 삼성 같은 큰 기업들만 배불리는 게 아니라 천천히 해서 여러 중소기업들이 함께 나눠서 돈을 벌면 좋겠어요."

이런 선견지명이 있어야 하고 이게 바로 실력이다. 세상의 살림을 챙기는 실력. 지금은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작은방'에 가 계시는 박 전 대통령이 아무것도 안 하고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고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무게인 것이다. 이렇게 실력과 간절함을 가지고 임하면 아무리 미미했던 일이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선생님은 그 불꽃 튀는 눈빛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그래서 여전히 고기 안 먹는다. 앞으로 한 달 남짓 남은 기간이지만 감회와 다짐이 새롭다. '다시는 내가 이런 거 하나 봐라' 했던 마음도 '잠정적 언젠가'로 다시 할지도 모른다는 스스로에 대한 암시로 바뀌었다.

그래도 일단 내년 연초에 고기 약속은 많이 잡아 놨다.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덧붙이는 글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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