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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긱 이코노미> 표지
 책 <긱 이코노미> 표지
ⓒ 출판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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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가 책 표지에 있는 오타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편집자를 해고하고 213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보복성 해고와 소송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문제의 책은 <긱 이코노미>로, 더난출판사에서 지난 3월에 출간한 책이다. 표지 상단에 'The GIG ECOMONY'라고 써 있다. 'ECOMONY'는 이코노미(economy)의 오타다. 당시 출판팀장이었던 김아무개(45)씨는 다른 편집자가 편집한 이 책의 최종 편집책임자였다.

김씨는 24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실수가 없었다는 게 아니다. 최종 확인을 할 때 표지에 있는 저자 이름 등에 신경쓰다 보니 영문 철자에 있는 오타를 보지 못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책이 출간되기 전까지 편집, 디자인, 인쇄 등 다양한 절차를 거쳤지만 직원 그 누구도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더난출판사 페이스북에 올라온 이 책 홍보 게시물을 본 독자가 3월 28일 댓글로 지적한 뒤에야, 출판사는 이 사실을 인지했다.

해고에 2100만 원 소송까지..."보복성 소송이다"

출판사는 오타를 이유로 지난 5월 김씨를 해고했다. 김씨는 지난 7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고, 출판사는 화해를 시도했다. 김씨는 8월 17일 출판사와 복직 대신 400만 원을 받는 걸로 합의했다. 김씨의 해고 문제는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출판사는 합의한 지 한 달도 안 된 9월 11일 김씨를 상대로 213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를 돕고 있는 출판노조 쪽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두고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한 노동자에게 가하는 보복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출판노조 관계자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한 화해가 8월 17일에 이뤄졌는데,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법원에 접수된 날은 9월 11일"이라며 "표면적으로는 노동자의 업무상 과실에 따른 해고이며 그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라고 하지만, 본질은 해고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는 노동자를 겁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더난출판사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잘려나갔는데 김씨가 조용히 나가지 않고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하니, 본보기로 그에게 소송을 건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출판노조에 따르면, 김씨가 재직했던 당시 함께 근무하던 동료 직원 대부분은 회사를 떠난 상태다.

출판사가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금액을 뜯어보면,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라는 게 출판노조의 문제제기다. 소장에 따르면 <긱 이코노미> 표지 오류로 인한 손해는 ▲선인세, 수수료 등  1649만2200원 ▲용지비 16만1500원 ▲표지인쇄비 44만 원 ▲본문인쇄비 25만2900원 ▲광고비 396만 원 등을 합해 총 2130만6600원이다.

출판사가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금액의 90%가 원저자에게 주는 인세와 광고비다. 오타를 떠나 광고비와 인세는 출판사에서 어차피 사용해야 하는 금액이다. 오타로 인해 들어간 직접적인 수습비용은 85만4400원이다. 그런데도 2130만 원이라는 거액을 손해배상청구 금액으로 것 자체가 보복성 소송임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게 출판노조의 입장이다. 거액의 소송이 노동자에게 주는 정신적·경제적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오마이뉴스>에 "부당해고 신청도 용기내서 한 것인데 거액의 소송까지 당하니 무섭고 힘들다. 소장을 받고 나서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라며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소송 금액을 감당하기도 버거운 상태다"라고 고통을 토로했다.

출판계에 따르면, 오탈자를 이유로 해고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하는 건 드문 일이다. 10년 경력의 편집자 이아무개씨는 "4년 전 표지 영문 오타를 낸 적이 있다. 당시 회사에서 징계위원회가 열리긴 했지만 3개월 감봉으로 끝났다"라며 "시말서를 쓸 수는 있지만 해고의 사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건 것은 처음 보는 일이다. 출판사의 행위는 해고에 불만을 제기한 노동자를 벌 주는 본보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직원이 일할 때 실수를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회사가 손해를 안고 간다. 그런 고려 없이 노동자에게 책임을 온전히 지우겠다고 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출판노조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출판사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취하하라는 요구를 하는 동시에 회사 앞에서 피켓팅을 이어나가려고 한다"라며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은 물론 대책을 세울 수 있는 토론회를 계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더난출판사 "우리도 손해본 것 있다"

신경렬 더난출판사 대표는 27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해당 편집자는 <긱 이코노미> 표지 포함해서 다른 표지 실수도 있었다. 회사에 손해를 줬고 서로 안 맞으니 (해고를) 한 것이다"라며 "게다가 해고와 관련해서 서로 이야기를 해, 구두로 끝낸 상황이었다. 그런데 억울하다고 서울지방노동위에 부당해고구제 신청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보복성 소송이라는 의혹에 "그쪽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보복은 아니다. 해당 금액을 다 받겠다는 게 아니라, 회사의 손해에 대해서도 법원의 판단을 받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1700만 원 가량의 선인세를 준 경영서적으로 출판사 입장에서는 기대작이다. 그런데 오탈자가 생겨서 손해가 막심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 대표는 "서점과 마케팅과 홍보 스케줄을 다 잡아놨는데 오타 사고로 인해 타이밍도 다 놓쳐버렸다. 책이 시장에서 사장되는 것은 물론 책을 수거하는 비용 등 데미지가 컸다"라고 설명했다.

출판사는 경제·경영서적에서 잘 알려진 출판사다. 대표 서적으로는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등이 있다. 인문교양 서적 브랜드인 '북로드'를 자회사로 가지고 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저자 넬레 노이하우스), <무코다 이발소>(저자 오쿠다 히데오) 등이 북로드에서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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