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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통 끝에 통과된 '사회적 참사법'(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이 법안이 국민적 관심으로 떠올랐던 지난 15일 세월호 유가족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안의 취지를 살린 수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특히 유가족들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을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수정안 본회의 가결을 약속받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며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 협조를 부탁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국민의당은 사회적 참사법 찬성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았었다. 유가족들이 국민의당의 약속을 받아내겠다고 염려할 만큼 소극적으로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이를 의식한 듯, 본회의 당일인 24일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사회적 참사법 찬성이 당론으로 정해진 직후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악의적으로 국민의당이 사회적 참사법에 소극적인 것처럼 유가족들을 속이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정말 유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왼쪽)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통합포럼 조찬세미나에서 만나 자리로 향하고 있는 모습.
▲ 양당 통합과 연대, 탐색 들어간 안철수·유승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왼쪽)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통합포럼 조찬세미나에서 만나 자리로 향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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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이렇다. 더불어민주당이 사회적 참사법 협상과정과 내용을 그대로 유족들과 시민사회단체에 중계방송하면서 국민의당이 소극적인 것처럼 떠벌렸고, 시민사회단체가 내놓은 안을 가지고 무조건 서명하고 통과시키자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는 "무조건 반대하는 한국당을 설득하면서 국민의당이 완전한 여당 역할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이 되고 싶은 국민의당의 속내가 드러난 걸까. 그런데 국민의당이 '사회적 참사법' 통과에 '여당 역할'을 했다고 생각할 국민들이, 유가족들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사회적 참사법 수정안이 그저 '시민단체의 안'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유가족들이 얼마나 동의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안철수 대표의 생각은 어땠을까. 지난 27일 국민의당 최고의원회의에서 안철수 대표는 또박또박 한자도 틀리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이 대안 제시... 결국 사회적 참사법 통과시켜냈다"

"지난주 '사회적 참사법' 관련해서, 양극단의 두 기득권 정당들, 자기주장만 반복했지만 국민의당이 대안 제시하고, 결국은 사회적 참사법 통과시켜냈습니다.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대결 정치 넘어서 대안을 통해 문제를 풀어내고 있는 겁니다. 예산과 입법에서도 국민의당이 리딩파트로 해법 주도해내겠습니다."

몇몇 매체는 이런 안철수 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사회적 참사법 통과, 국민의당이 주도했다" "사회적 참사법 국민의당이 통과시켜"라고 기사 제모을 뽑았다. 안철수 대표가 말하고 싶었던 핵심은 '국민의당이 그리고 안철수 본인이 대안'이라는 것이다.

'극중주의'란 모호한 이야기를 하다 못해 29일 바른정당과의 '정책협의체'까지 출범시킨 안 대표 입장에서야 그렇게 주장하고 싶을 법하다. 하지만, 숟가락을 얹을 게 있고 아닌 게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회적 참사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의 합의로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됐던 건 맞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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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국민의당 최고의원회의에서 안 대표 역시 "국민의당은 법안 신속처리안건 지정 때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라며 "진실을 규명하고, 유가족 뜻을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캐스팅보트'와 '주도'(리딩)는 엄연히 다른 문제 아닌가. 과연 국민의당이 사회적 참사법 통과를 '주도'하면서 안심을 줬다면, 세월호 유가족들이 '설득'에 나설 일도, 국민들이 법안 통과 여부를 두고 마음 졸일 일도 없지 않았을까.

매사가 이런 식이다. 자신이 대안이라는 안철수 대표의 '극중주의' 말이다. "정치적 계산"은 없다고 부르짖지만, '사회적 참사법'과 같이 국민적 열망이 높은 법안이나 사안에 대해서 안철수 대표는 신중이 아닌 계산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주도는커녕 셈법에 가까운 캐스팅보트 역할만을 반복 중이다.

재차 강조해봤자 입만 아프다. '반 문재인 연대'를 부르짖으며 안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이후 반복돼 온 패턴 아닌가. '극우'는 싫고, '민주당'에 자리를 잡지 못한, 결국 '보수' 정치인 안철수의 목표가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통한 '범보수의 수장'이란 사실은 씁쓸하지만 납득 가능한 귀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28일 방송된 MBN <외부자들>에 출연한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의 안철수 대표에 대한 발언은 의미심장해 보인다. 

이제야 밝혀진 안철수의 새정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사진은 지난 4월 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완전국민경선 제19대 대통령선거후보자 선출대회에서 대선후보로 확정되자 상의를 벗고 있는 모습.
▲ 상의 벗는 안철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사진은 지난 4월 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완전국민경선 제19대 대통령선거후보자 선출대회에서 대선후보로 확정되자 상의를 벗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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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 작가 : "안철수 현상이 아직 유효해요?"
이언주 의원 : "저는 안철수 현상은 아직 유효하다."
전여옥 작가 : "안철수 현상이란 건 새로운 정치에 관한 실현 가능성을 얘기하는 거 아니에요? 그게 유효하냐고요."
이언주 의원 : "그렇죠. 저는 그 현상은 국민들 마음 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안철수가 그 현상을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저희도 고민이 많습니다."

박근혜 정권 초기, 3대 미스터리로 떠올랐던 게 '박근혜의 창조경제' '안철수의 새정치' '김정은의 속마음'이었다. 박근혜의 창조경제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드러났고, 김정은의 속마음이야 예나 지금이나 '핵정치'였지만, 안철수의 새정치만큼은 여전히 미스터리인 것일까.

그렇지 않다. 국민들 마음 속엔 없지만 안철수 대표의 마음 속엔 분명히 각인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식지 않은 '집권의지' 말이다. 집권만 가능하다면 안티에 안티를 거듭해서라도 세를 불리겠다는 처절함. 당내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이언주 의원의 말을 더 들어보자.

"뭘 주장하는지는 분명치 않아요. 제가 느낄 때. 그런데 안철수 대표가 안철수 현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주장해야 되는 것은 무엇인지는 있어요. 진영대립이라거나 60, 70년대식의 케케묵은 보수의 모습도 극복하고, 또 한편으로는 운동권 세대의 한계도 극복하는 제대로 된 미래 세력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근데 처음에 정치 현실에 너무 쉽게 타협해 버렸다. 아무리 힘들어도 혼자라도 그 길을 가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진영대립'도, '60, 70년대식의 케케묵은 보수의 모습'도, '운동권 세대의 한계' 어디서도 안철수의 정치는 없다. 그저 실체 없는 '대안'(이라 쓰지만 '안티')에 가깝다. 이를 두고 이 의원은 "안철수 대표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그의 정치철학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대선을 치렀는데도 그렇다.

최근 리얼미터 조사(11월 4주차 주간동향)에 의하면,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4.5%까지 떨어졌다. 일부 '안철수 지지자'를 제외하고, 안철수의 새정치는 고사하고 안철수의 대안을 궁금해 하는 국민들이 소수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수치다.

안철수의 대안은 차기 집권을 향한 중도보수 표를 가져오기 위한 바른정당과의 '정책협의체'인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된 선택이다. '야당'이니 '진보'니 맞지 않은 옷을 입었던 안철수 대표가 이제야 '보수'라는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으려고 준비 중이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 대표는 현실 정치에 쉽게 타협한 것이 아니다. 현실 정치를 만만하게 봤던 자신의 지난날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며 '성장'하는 중이다.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선언한 안철수의 새정치에 박수를 보내는 바다.


태그:#안철수,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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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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