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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에서 처음으로 열린 퀴어(성소수자)문화축제가 23일 해운대 구남로광장에서 진행됐다. 이날 축제는 무대 공연과 해운대 일대 행진으로 이어졌다. 퀴어축제 반대하는 단체에서도 축제 현장에서 동성애를 규탄하는 맞불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부산에서 처음으로 열린 퀴어(성소수자)문화축제가 지난 9월 23일 해운대 구남로광장에서 진행됐다. 이날 축제는 무대 공연과 해운대 일대 행진으로 이어졌다. 퀴어축제 반대하는 단체에서도 축제 현장에서 동성애를 규탄하는 맞불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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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해, 안타깝게도 '혐오'가 적나라하게 표출되는 현장을 여기저기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성소수자를 향한 비난은 퀴어 퍼레이드를 비롯한 현장뿐만 아니라 대통령 선거 후보 토론회에서도 거론됐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주노동자를 손가락질하거나 조선족이 영화에서 부정적인 캐릭터로 소비되는 경우도 흔하다. 지난해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여성혐오는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고 다양한 분야에서 성폭력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조남주 작가의 책 <82년생 김지영>은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 - 문학·소설분야' 서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드물지 않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례들로 한국의 여성혐오와 성차별을 담은 책 <82년생 김지영>은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판매되었다.

이처럼 영화와 도서 분야에서 혐오에 관한 관심과 지적은 점점 더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많은 방향을 향한 혐오를 모아서 보여주는 책이 있을까? 이 질문의 답으로 <그건 혐오예요>라는 책을 소개한다.

독립영화 감독들의 말로 들여다본 '혐오'의 사례

 홍재희의 책 <그건 혐오예요> 표지 사진
 홍재희의 책 <그건 혐오예요> 표지 사진
ⓒ 행성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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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출간된 책 <그건 혐오예요>는 영화감독 홍재희씨가 펴냈다. 홍재희씨는 다른 독립영화 감독 6명을 인터뷰하며 사회의 다양한 혐오를 구체적으로 다뤘다. 6명의 감독은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여성, 장애인, 인종, 성소수자 등을 향한 혐오에 맞서는 내용의 영화를 제작한 인물들이다.

영화 <레드마리아2> 등을 제작한 경순 감독은 대학생 시절 겪은 일로 여성혐오 문제를 처음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한다. 학생운동의 부패를 지적하자 선배가 다짜고짜 욕하며 폭력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주먹 대신 이성적으로 말로 대화하자 했다. 그랬더니 그는 "이성적으로? 싸가지 없이 어디서 계집애가! 후배 주제에! 어린 게 감히!"라는 욕설과 함께 내 따귀를 갈겼다. 뒤이은 주먹질과 발길질.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라고 한다. 절반이니만큼 여성도 권리를 존중받아야 한다고 믿었다. (중략) 그러나 따귀를 얻어맞는 순간 그 믿음은 와르르 무너졌다. 성차별이라는 냉혹한 현실 앞에 정의와 평등에 대한 어설픈 낭만적 믿음이 무릎을 꿇는 순간이었다. 내가 바보였다. 평등은 '그들(남성)만의' 평등이었다. 그 평등의 범위에 나를 포함한 여성들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 - 본문 29~30쪽 중에서

경순 감독은 나아가 "여성혐오는 남성들한테만 있는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여성 스스로 여성을 혐오하기도 하는데, "성의 이분법에 들어맞지 않는 여성을 배제하고 단죄, 배척하려는 경향"이 그 예라고 지적한다.

다큐 영화 <반짝이는 박수소리>를 만든 이길보라 감독은 장애인 혐오를 짚는다. 이길보라 감독은 영화와 동명의 책으로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의 이야기를 다룬 바 있다. 또한 <그건 혐오예요>의 인터뷰에서 이길보라 감독은, 장애를 '비정상'으로 묘사하거나 SNS에서 "여기 태그되는 사람들 다 장애인 ㅋㅋㅋ" 같은 표현이 쓰이는 것도 장애인 혐오라고 말한다. 

그는 편견과 적대적인 시선에 관해서 "어디까지 볼 수 있느냐는 시야의 문제"라고 말한다. 남의 일을 내 일로 여길 수 있는 마음이 인권 감수성이라는 얘기다.

"장애인 혐오는 여성 혐오나 동성애 혐오와 하나도 다르지 않아요. '너 병신이냐, 하지 마!' 이런 식으로 낙인을 찍어 배제하는 방식인 거죠. 예를 들어 광화문에서 농성하는 장애인이 도시 미관을 해친다고 생각하는 것. 그러니까 장애인은 가로수만도 못한 존재인 거죠. 내 눈앞에 장애인이 있는 게 무조건 싫은 거. 보기 불편하다는 거. 그러니까 밖에 나오지 말라는 거예요." - 본문 74쪽 중에서

인종차별을 향한 일침 "한국인들은 자기들이 백인인 줄 알아요"

<이주> <계속된다 - 미등록 이주노동자 기록되다> 등 이주노동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은 현숙 감독은 외국인을 향한 혐오를 지적한다. 여러 매체에서 중국인과 조선족을 범죄자로 묘사하는 사례가 늘어나는데, 실제로는 범죄 중 96.1%는 한국 국민에 의해서 벌어지고 외국인이 저지르는 범죄는 3.9%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덧붙인다. 엽기적인 강력범죄가 사회 문제로 부각될 때 이주민을 원인으로 부각해 이주민 전체에 대한 혐오와 공포를 부추기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고.

"한마디로 서구 백인 중심의 촌스럽고 천박한 차별 의식인 거죠. 한국 사람은 국적, 피부색으로 사람을 차별해요. 예를 들어 우리는 같은 아시아인인데도 동남아에서 온 사람과 일본인을 구별해요. 피부색이 희면 이 사람 뭐 있나 보다며 중요하게 생각하고 우러러보고 더 잘 대해 주고. 얼굴이 까맣다면 깔보고 막 대하고 함부로 하고. 그러니까 우리는 자기가 백인인 줄 알아요. 서양인인 줄 착각하는 거예요. OECD 가입했다 경제 발전했다는 우월감에 우리가 제1세계 사람인 줄 아는 거죠." - 본문 103~104쪽 중에서

'한국인은 자기가 백인인 줄 안다'는 말은 읽는 순간 그야말로 '뜨끔'하다. 그러고 보면 편견이란 나도 모르게 '나는 정상'이라고 일반의 범주에 나의 정체성을 올려놓는 것에서 시작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본문에서는 지난 2015년 12월, 외국인 유학생들과 연탄 나눔 봉사활동을 하다가 아프리카계 유학생에게 "연탄색이랑 얼굴색이 똑같네"라고 발언했던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발언도 돌아본다. 이후 김무성 의원이 사과하긴 했지만, 이런 말이 모욕적이고 인종차별적이라는 걸 많은 사람이 인식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이다.

이어 <불온한 당신>을 만든 이영 감독은 성소수자 혐오를 언급한다. 최근 종교단체와 보수단체가 성소수자를 지탄의 대상으로 삼는 것, '종북 게이' 프레임에 관해서도 나름의 주장을 편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나라를 혼란과 공포에 빠뜨려서 북한을 이롭게 하는 국가 전복 세력'이 된다는 보수집단의 논리가 '할 말을 잃게 만드는 극단적인 혐오 발언'이라고.

"사실 '종북 게이'라는 말은 성소수자와 종북 빨갱이가 똑같다는 주장인 셈인데요. 이들이 주로 하는 말을 가져와서 살펴보면 이런 논리가 성립해요. 성소수자가 가정을 파탄 내고, 사회를 오염시키고, 국가를 망하게 해서 대한민국의 적인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의미인 데요. 북한은 성소수자를 탄압하는 주요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런 주장은 사실 난센스죠.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한국 기성세대에게 깊이 뿌리 박혀 있는 냉전 의식, 전쟁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자극하는 거예요. 사회 비판적인 목소리, 기존의 규범에서 벗어난 존재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요구하는 사람들을 모두 묶어서 사회의 안전을 해치는 존재들로, 종북으로, 내부의 적으로 몰아가는 거죠." - 본문 169쪽 중에서

책에서는 성소수자들만 겨냥한다고 여겼던 혐오 공격이 여성, 장애인, 심지어 세월호 유가족 같은 사람들로 확산되면서 '혐오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적었다. 또한 저자는 혐오 세력의 프레임이 사회적 약자를 향할 때, 왜곡된 프레임에 우리가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면 사회적 약자의 인권이 벼랑에 몰린다고도 덧붙였다.

10년째 통과 못 한 '차별금지법', 한국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다양성
 <그건 혐오예요>의 저자는 21세기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다양성'이라고 주장한다. 새로움은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며, 주류나 다수의 시선만 강요하지 않고 사회적 소수자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서 새로운 시선이 싹틀 것이라고 말이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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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혐오예요>는 이어 경묵 감독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다룬다. 또한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만든 황윤 감독의 목소리로 동물권과 채식할 권리를 말하기도 한다. '왜'라고 묻지 않고 명령에 절대복종하게 만드는 군대 문화의 문제는 언뜻 '육식'을 기본으로 놓고 채식주의자를 고려하지 않는 사회의 획일적인 문화와 닿는 부분이 있다.

그러고 보면 종류가 다를 뿐, 폭넓게 사회에 뿌리내린 혐오와 편견들은 서로 꽤 닮았다. '남성-이성애자-비장애인' 등의 인간을 중심에 놓고, 다르거나 범주에서 벗어나는 대상은 혐오하고 배척한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의 비장애인-이성애자 남성들 같은 경우는 본인 스스로 타자화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요. 그건 이성애자 남성을 보편적 인간으로 삼고 있는 교육과 사회 전반적인 제도의 문제겠죠.

지금 한국은 과도기에 있다고 봐요. (중략) 여성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면서부터 한번도 자기를 의심해 본 적이 없는 남성들, 자신을 진보적이라고 생각했던 남성들조차 이제는 자신을 의심해보기 시작했잖아요. 지금이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깨어나고 있는 시점이 아닐까요?" - 본문 148쪽 중에서

<그건 혐오예요>의 저자 홍재희씨는 책에서 "상업영화에서도 우리 사회의 혐오 현상, 바로 지금 여기 현실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다룬 영화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사실상 "거의 불가능했다"고 적었다. 그래서 흥행과 이윤을 목적으로 제작하지 않는 독립영화 감독들을 찾았다고 한다.

저자는 21세기가 지향해야 할 가치는 '다양성'이라고 주장한다. "새로움은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며, 주류나 다수의 시선만 강요하지 않고 사회적 소수자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서 새로운 시선이 싹틀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0년간 국회에서 입법과 철회, 계류를 반복하는 '차별금지법'의 현실은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한다. "어떤 누구도 성별·연령·직업·종교·신념·계층·지역·인종·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조항 때문에 통과되지 못하는 상황은 그 자체로 한국 사회가 소수자 혐오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걸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이성적인 사회라면, 사회의 시민이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고 혐오의 대상이 되는 걸 두고 봐서는 안 될 일이다. 다양성의 가치를 위해서나, 혐오의 대상이 넓어지다 보면 나와 내가 아끼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떠나서라도 마찬가지다.

2017년도 한 달 남짓 남아 이제 곧 2018년인데, 편견 때문에 사회가 제자리걸음을 걸어서야 되겠는가. 먼 훗날 부끄럽지 않으려면, <그건 혐오예요> 속 사례들이 '과거의 일'이 되도록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마땅하다. 그러자면 나와 내 주변의 차별과 혐오부터 걷어내야 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소개한 책 <그건 혐오예요>가 혐오를 걷어내는 일의 첫걸음을 도와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그건 혐오예요>(홍재희 씀/ 행성B 펴냄/ 2017.5.1/ 1만5천원)



그건 혐오예요 - 상처를 덜 주고받기 위해 해야 하는 말

홍재희, 행성B(행성비)(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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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은경의 그림책 편지'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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