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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올 봄에 태어난 천사 같은 아이와 소중한 추억거리를 차곡차곡 만드는 행복한 아빠입니다. 아기를 혼자 돌봐야 하는 데 걱정이 많은 아빠들을 위해 아기와 둘이 있으면서 익힌 육아 노하우와 재밌는 이야기를 독자 분들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글에서 설명하는 육아 이야기는 제 아이를 키우면서 제가 느낀 주관적인 사견임으로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글이 아님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 기자 말 -

아침 7시 30분 아기가 꿈틀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안 그래도 잠귀가 밝았던 편인데, 아기랑 함께 한 후에는 작은 소리에도 눈이 번쩍 떠지곤 합니다. 앗! 오늘은 제 사랑하는 아내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서울에 가는 날이네요. 오늘은 아빠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구쟁이 7개월 된 아기를 390개월 된 철부지 아빠가 돌보면서 배운 소중한 교훈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빠의 준비물 : 다 늘어난 티셔츠와 헝클어진 머리

인간에게는 3대 욕구가 있다고 말하지만, 저희 아기도 요즘 3대 욕구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빨기 욕구와 뒤집기 욕구, 잡기 욕구이지요. 빨기 욕구는 밥을 주면 되고, 뒤집기 욕구는 스스로 뒤집으면서 해결하지만 잡기 욕구는 아빠가 좀 잡혀줘야 합니다. 그게 아빠의 책무이지요.

저희 아가는 아침에 아빠를 보면 방실방실 웃는데요. 아마 제가 아침에 아기의 잡기 욕구를 잘 충족시켜 주기 때문일 겁니다. 아침에 아가가 아빠를 봐도 방실방실 웃지 않아 고민이신 분들은 아기의 아침 맞이 준비물을 꼭 챙겨서 잡기 욕구를 충족시켜주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 준비물! 바로 다 늘어난 티셔츠입니다. 일어난 아기를 안아줘서 눈 맞춤을 해주면 아기는 아빠를 보는 데에도 관심을 가지지만 뭔가를 잡고 싶어서 어찌할 줄을 모릅니다. 그 때, 다 늘어난 티셔츠를 잡게 해 주는 겁니다.

저는 잠옷으로 많이 입어서 다 늘어난 반팔 면티셔츠를 애용합니다. 반팔 면 티셔츠가 아니더라도 잘 늘어나는 부드러운 재질의 옷을 입어 보세요. 아기가 아빠 멱살을 잡으며 방실방실 웃을 것입니다.

두 번째 준비물! 바로 헝클어진 머리입니다. 아마 엄마 아빠 치고, 아기한테 머리 안 잡혀 본 사람 없고, 안경 뺏기지 않으신 분들이 없으실 겁니다. 저는 주로 아가한테 안경을 뺏기는 편인데 안경은 위험하기도 해서 머리를 잡도록 유도합니다. 이 때 머리는 헝클어지고 쭈뼛쭈뼛 뻗어 있어야 좋겠지요? 엄마의 긴 머리 다 뽑히기 전에 아빠 머리를 잡게 해서 고통 분담도 해주고 아기 잡기 욕구도 채워주세요.

아기와 단 둘이 있을 생각에 처음엔 겁이 났다.
 아기와 단 둘이 있을 생각에 처음엔 겁이 났다.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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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분유주기 : 아기는 분유 온도에 민감해요

일어나서 잡기 욕구도 채워줬으니 이제 아가가 배가 많이 고플 겁니다. 분유를 타줘야겠죠. 분유를 타는 여러 방식이 있지만 저희 집은 전기포트에 물을 끓여서 분유를 탑니다. 일명 분유포트기를 사용하는데 10도 단위로 온도 조절이 가능하더라고요.

저희 아기는 엄마 아빠의 집중력과 섬세함을 길러주는 똑똑한 아기라 45도 정도의 분유만 좋아합니다. 당연히 뜨거우면 위험하니 안 되고, 차가우면 잘 안 먹으려고 합니다. 혹시, 아가가 분유를 잘 안 먹어서 고민이신 분들은 45도로 데워서 줘보세요. 10도 단위로 온도 조절이 되는데 어떻게 45도로 주냐고요? 저는 이런 방법을 쓰곤 합니다.

온도 조절 버튼의 40도를 먼저 눌러줍니다. 그 후 40도가 되면 50도 버튼을 눌러줍니다. 그 후, 물이 데워지는 소리가 나면 셋을 세세요. 그 다음 바로 분유에 물을 부으시면 45가 완성됩니다. 참 쉽죠? 아기가 분유를 꿀꺽꿀꺽 잘도 먹습니다. 분유 다 먹고 트림까지 '꺽~'시키면 되겠습니다.

초보아빠의 첫 번째 난관 : 기저귀 갈기

분유를 다 먹은 아기. 이제 놀고 싶어집니다. 뒤집은 상태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지요. 이 때 '잘 노는구나!'만 생각하시면 아기가 아마 금방 울 겁니다. 그 이유는 자는 동안 싸지 않았던 오줌을 분유 먹고 노는 동안 흠뻑 쌌기 때문이지요. 이제 기저귀를 갈아줘봅시다.

아기의 기저귀를 갈 면서 제가 느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오줌이 묻어도 닦기가 쉬운 곳을 찾아서 기저귀를 가세요. 거실의 매트가 적합하겠지요. 침대에서 갈다가 아기가 오줌을 날리는 순간 저 멀리서 아내의 '여보!!!'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질 것입니다.

둘째, 기저귀를 갈 때 아기에게 말랑말랑한 장난감을 손에 쥐어주세요. 매트에 아기를 눕히고 새 기저귀를 미리 준비해서 아기 엉덩이 밑에 펴서 깔아줍니다. 그 후 옷을 벗기고, 입고 있던 기저귀를 빼 줍니다. 이제 다시 기저귀를 채워주면 끝! 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아마도 놀기 모드에 빠진 아기라면 이 시간에는 쉽게 아빠의 기저귀 교체를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뒤집기 욕구와 잡기 욕구가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기저귀를 채우려고 하면 뒤집어서 뭔가를 잡으려고 할 것입니다. 저는 뭣도 모르고 아기를 힘으로 제압해서 기저귀를 채우니까 아기가 많이 서운해 했는지 펑펑 운 기억이 납니다.

저는 이때 말랑말랑한 장난감을 쥐어줍니다. 주로 아기 종이 전단지나 실리콘 딸랑이, 소리 나는 인형을 이용하는 편인데요. 딱딱한 장난감을 주면 아기가 가지고 놀다가 자기 얼굴에 쾅하고 부딪힐 수가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누워서 말랑말랑한 장난감을 만지고 놀 때 잽싸게 기저귀를 채워주시면 되겠습니다.

셋째, 종이기저귀가 아니라 천기저귀라면 훨씬 더 자주 확인해주세요. 천기저귀는 조금만 싸도 아주 축축해집니다. 아기도 찝찝해하고요. 저희 아기는 분유 먹고 20~30분 후부터 줄기차게 소변을 봅니다.

그 후 1시간 동안 천 기저귀를 3~4번 정도 갈아주면 쌀 거 다 싸고 천 기저귀가 젖지 않을 것입니다. 배고픈 것도 아니고 졸린 것도 아닌데 잘 놀다가 울면 우리 아빠들은 당황하기 마련인데, 아마 기저귀가 젖어서 그런 거니 당황하지 말고 기저귀를 갈아주세요.

아기의 뒤집기 본능
 아기의 뒤집기 본능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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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아빠의 두 번째 난관 : 이유식 주기

배도 부르겠다, 기저귀도 갈았겠다, 아기가 열심히 놀기 시작합니다(아기와 놀아주기는 다음 편에 연재합니다). 10시쯤 되면 아빠도 피곤해집니다. 혹시 아기가 밤에 잠을 설쳐서 피곤할 수 있으니 한 번 눕혀서 팔베개를 해주고 공갈꼭지도 물려보며 잠을 재촉해봅니다.

역시 소용이 없습니다. 아기는 전혀 졸리지 않거든요. 또 열심히 놀아줍니다. 이제 아기가 졸린 눈도 아니고 뒤집고 잘 놀고 있는데도 짜증을 부리기 시작하네요. 시간을 보니 11시. 이제 슬슬 이유식의 시간이 바야흐로 오는가 봅니다.

아기에게 이유식을 한번 줘볼까요? 먼저 이유식 세팅을 해야 합니다. 이유식을 꺼내서 데우고, 아기에게 줄 보리차도 따뜻하게 준비합니다. 또, 이유식 숟가락이 필요하겠지요? 그리고 턱받이와 아기 손수건을 준비해주세요.

준비가 끝나면 아기를 아기 의자에 앉힙니다. 벨트는 필수입니다. 아기에게 턱받이를 채워주고 손수건도 둘러줍니다. 이 때 아기가 지루해할 수 있으니 작은 튀밥이나 떡뻥(쌀뻥튀기)을 에피타이져로 주면 아기가 아빠의 센스에 미소를 날려줄 겁니다.

엄마가 만든 이유식은 사랑이다.
 엄마가 만든 이유식은 사랑이다.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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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으로 이유식 먹이기에 돌입합니다. 이유식을 엄마가 직접 만드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엄마의 정성이 듬뿍 담긴 이유식! 아기가 잘 먹어야 되겠지요? 초보 아빠가 경험을 통해 배운 아기 이유식 먹이기 노하우를 알려드릴게요.

첫째, 이유식을 먹이기 시작하고 나서 친구 만나러 나간 아내에게 영상통화를 해 보세요.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인지 모릅니다. 아내는 가정적인 남편의 모습을 친구에게 보여줘서 흐뭇한 미소를 보일 겁니다. 또, 아기도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엄마 목소리에 편안함을 가져 좀 더 이유식을 잘 먹는 효과를 보이기도 하지요.

둘째, 이유식을 먹일 때 아빠도 옆에서 밥이나 간식을 함께 먹으세요. 아기 이유식만 주는 거에 집중하면 아기가 급하게 먹어서 체할 수도 있고, 아기는 자꾸 장난치고 싶어서 이유식을 잘 먹으려고 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같이 밥을 먹으면서 주니까 아기가 천천히 먹게 되고 자기도 먹는 시간인지 아는지 함께 다 먹어버린 좋은 기억이 많습니다.

셋째, 아빠가 아주 큰 리액션을 해주세요. 이유식을 뜬 숟가락을 줘도 안 먹으면 아빠가 먹는 시늉을 하고 다시 준다든가, 아빠도 맛있게 먹는 소리를 크게 내거나 숟가락을 뒤로 숨겼다가 다시 보이게 한다든지 하면 아기는 싱글벙글 웃기도 하고, 숟가락을 유심히 관찰하고 집중합니다. 아기들 집중할 때 입을 잘 벌리지요?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이유식을 먹여주세요.

저는 처음 제 아들이 태어나면서 냈던 울음소리를 잊지 못합니다. 얼마나 '응애, 응애'소리를 정확히 내는지 아기의 울음소리 의성어 '응애'를 만들어 낸 한글의 위대함을 느끼기도 했었죠.

아기가 커가면서 점점 이 울음소리가 공포로 다가오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기와 단 둘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아기에 대해 잘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보니 점점 육아에 자신감이 붙는 것 같습니다. 제 아내가 밖에 나가면 자주 듣는 소리가 있습니다.

"애기 아직 어린데, 아빠랑 둘만 있어도 돼?"

저는 이 질문에 아내가 "네!"하고 자신 있게 대답하길 바랍니다. 이 글을 통해 아기랑 단 둘이 있는 것에 자신감이 붙는 아빠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태그:#육아, #아기, #아빠, #이유식, #기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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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초보아빠 육아일기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꿈과 사랑이 가득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교육이야기를 전하고자합니다. 또, 가정에서는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한 아이의 아빠로서 사람사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바둑과 야구팀 NC다이노스를 좋아해서 스포츠 기사도 도전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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