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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열차 승무지부의 해고 승무원들은 2006년 부터 4300여 일 동안 '원직복직
 및 철도공사의 직접고용'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 제4회 올해의 여성노동운동상을 수상한 KTX 해고 승무원들 KTX열차 승무지부의 해고 승무원들은 2006년 부터 4300여 일 동안 '원직복직 및 철도공사의 직접고용'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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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열사기념사업회와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지난 12월 21일 서울 창비서교빌딩 50주년홀에서 '제4회 <올해의 여성노동운동상 '김경숙'상(아래 김경숙상) 그리고 여성노동자 연대의 밤' 행사를 개최했다.

올해가 4회 째인 김경숙상의 수상자는 코레일의 불법 외주화와 부당해고에 저항하여 4300 여 일 동안 투쟁하고 있는 KTX 해고 승무원(전국철도노조 KTX열차 승무지부)가 수상했다.

'김경숙상'은 여성노동자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한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해 시상한다.

"10년 넘게 싸운 KTX 해고 승무원들, 세상은 변할 것"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최순영 대표 (김경숙열사기념사업회 공동대표)
▲ 최순영 (김경숙열사기념사업회 공동대표)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최순영 대표 (김경숙열사기념사업회 공동대표)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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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열사기념사업회'의 최순영 공동대표(전 YH노조 지부장, 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는 다음과 같이 위로의 말을 전했다.

"2017년 정권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여성노동자들은 비정규직으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노동자들에게는 투쟁이 삶처럼 되어 있다. 70년대, 우리 아이들에게는 투쟁이 없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며 투쟁했는데, KTX 해고 승무원들처럼 오늘날에도 10년이 넘게 싸우고 있는 여성들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우리의 이러한 움직임이 조금씩 쌓여가며 세상은 변한다."

'한국여성노동자회'의 임윤옥 상임대표는 수상하며 "KTX 해고 승무원들의 4300여 일의 투쟁은 성별에 따른 직제 분리와 성차별적인 구조조정에 맞선 저항이었다. 또한 정부가 공인한 취업사기에 맞선 항거였고, 정부가 앞장 선 비정규직 확산에 대한 투쟁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 속에 KTX열차 승무지부의 조합원들은 당당한 여성노동자로 성장했고 여성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리는데 앞장서 왔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법원의 잘못된 판결에도 굳은 의지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그녀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고 밝혔다.

제4회 '김경숙상'수상하고 소감을 말하고 있는 KTX열차 승무지부 김승하 지부장
▲ KTX열차 승무지부 김승하 지부장 제4회 '김경숙상'수상하고 소감을 말하고 있는 KTX열차 승무지부 김승하 지부장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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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KTX열차 승무지부의 김승하 지부장은 "YH노동조합의 김경숙 열사는 79년에 돌아가셨다. 저는 79년생이다. 70년대의 여성노동자들을 착취하면서도 산업역군이라고 치켜세웠다고 알고 있는데, KTX 해고승무원들의 처지와도 비슷하다고 느낀다. 우리 역시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철도의 꽃'이라 홍보에 이용당했다. 그러나 외주화된 비정규직으로 차별과 멸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승하 지부장은 "70~80년대 선배님들이 박정희 정권에서 힘들었는데, 저희도 그 망령이 되살아나, 대법원이 잘못된 판결을 내려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지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 이 끈질긴 망령들을 반드시 끊어내겠다. 앞으로 KTX에서 안전업무 담당하며 당당히 일한다는 소식으로 가지고 돌아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경숙상' 시상식 후에는 KTX 열차 승무지부 승무원들과 이총각 동일방직노동조합 전 지부장이 참석한 토크쇼 '이야기로 삶을 잇다'가 진행됐다. 이 시간은 과거와 현재의 투쟁으로 여성노동자들의 삶을 잇는 이야기로 채워졌다.

토크쇼의 이야기 손님이었던 동일방직노동조합 이총각 전 지부장은 70년대 극심한 사측의 노조탄압 속에 똥물까지 뒤집어 쓰는 오욕을 버티고 끝까지 싸웠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김경숙상 시상식 이후 <이야기로 삶을 잇다> 토크쇼에서 70년대 노동운동 경험을 나누고 있는 이총각 동일방직노조 전 지부장
▲ 동일방직 노동조합 이총각 전 지부장 김경숙상 시상식 이후 <이야기로 삶을 잇다> 토크쇼에서 70년대 노동운동 경험을 나누고 있는 이총각 동일방직노조 전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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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도, 도저히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똥물까지 뒤집어 씌울 줄 우리는 전혀 생각을 못했다. 미리 다 준비를 해왔고, 우리가 경찰에도 보호요청을 했는데도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지금도 당사자들은 잊을 수 없는 아픔이다."

하지만, 이총각 지부장은 극심한 고통 중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시간이 되돌이켜 보면, '누구를 위해서 투쟁한 것이 아니라 결국 나를 위해서 살아왔고 투쟁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이를 통해 너무나 많은 소중한 삶을 찾았기 때문에, 이것 때문에 지금도 떠나지 못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목숨 끊은 동료의 딸에게 '엄마가 틀리지 않았다'고 알리겠다"
김경숙상 시상식 이후 <이야기로 삶을 잇다> 토크쇼에서 투쟁 경험을 이야기 하고 있는 KTX 해고 승무원 정미정 총무
▲ KTX 열차 승무지부 정미정 총무 김경숙상 시상식 이후 <이야기로 삶을 잇다> 토크쇼에서 투쟁 경험을 이야기 하고 있는 KTX 해고 승무원 정미정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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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열차 승무지부 정미정 총무는 "학교 다닐 때 등록금 투쟁 한 번 해보지 않았고, 노동운동에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잘못된 곳에 서 있는 걸 아는 순간 간과할 수 없었다. 이 잘못된 현실이 바로 나의 삶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법원 판결이 났을 때, 그리고 같이 투쟁하던 동료가 유명을 달리했을 때는 너무나 마음이 힘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함께 하고 있는 조합원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목숨을 끊은 동료에게 딸이 하나 있다. 끝까지 싸워 그 아이에게 엄마와 엄마 친구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행사 참석자들은 철도공사에게는 원직복직을 요구하고, 정부에게는 후보시절 맺은 'KTX해고승무원 복직을 위한 정책협약' 이행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들고 연대의 인증샷을 찍어 KTX열차 승무지부에 전달했다.

기자의 말
'올해의 여성노동운동상 김경숙상'은 1970년대 YH무역 여성노동자였던 고(故) 김경숙 열사의 뜻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제정되었습니다.

1979년 YH무역 노동조합 투쟁과 21살의 젊은 여성노동자 '김경숙'의 죽음은 박정희 유신체제 종말을 앞당기는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70~80년대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그러했듯, YH무역 여성노동자들도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투쟁해 왔고, 1979년 8월11일 신민당사에서 농성하던 중 당시 노동조합의 상무집행위원이었던 김경숙 열사는 의문의 죽음을 당했습니다. 사람을 죽여놓고도 "자살한 것"이라며 책임을 부인했던 유신정권과 이와 결탁하여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본가의 전횡에 온 사회가 분노하였습니다. 여성노동자들의 눈물과 김경숙의 죽음은 18년 군사독재를 종식하고 민주주의의 봄을 불러온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김경숙 열사와 더불어 한국사회 노동운동 역사의 큰 축이었던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의 정신을 기념하고자 제정되었습니다. 또한, 현재에도 정의와 연대의 촛불을 들고 차별과 탄압에 맞서 여성노동자의 승리와 해방을 위해 활동하는 '이 시대의 김경숙들'을 지지하고 연대하고자 수상합니다.



태그:#김경숙 열사, #한국여성노동자회, #KTX 승무원, #비정규직 , #외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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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동자들이 노동을 통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운동을 하는 여성노동운동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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