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하천의 원형, 내성천의 무단 벌채 현장내성천에서 무단 나무 벌채 현장이 목격됐다. 내성천의 중류에 해당하는 오신교와 미호교 사이 구간으로 그 길이가 3㎞ 정도에 이르는 상당한 구간이다. 우리 강의 원형을 그대로 가진 하천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내성천에서 일어난 일이라 충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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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하천의 특징을 보여주는 내성천 왕버들 군락이 무단 벌채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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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성천의 경관미를 이루는 왕버들 군락이 벌목되어버렸다. 그런데도 해당 군은 전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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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버들은 우리 옛 선조들이 제방 등을 보호하고자 심은 것이다. 왕버들의 뿌리가 제방을 지지해주면서 제방이 터지는 것을 방지하는 구실을 했던 것. 그렇게 심어진 왕버들은 제방을 받쳐주는 구실도 하지만 더불어 그 일대 경관을 아름답게 유지시켜 준다. 또한 뿌리는 다양한 수서생물들의 서식처로 기능하면서 생태적으로도 큰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내성천을 따라서 곳곳에 들어선 이 왕버들 군락들은 내성천의 큰 자랑거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마지막 4대강사업인 영주댐 공사를 하면서 영주 구간인 수몰지 내의 왕버들 군락이 완전히 베어지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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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당시 회룡포 상류에서 베어진 왕버들 군락. 당시도 개인에 의한 무단 벌목으로 확인됐다. |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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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 2015년 경에는 경상북도가 재해예방공사란 명분으로 영주댐 직하류인 미림마을 아래 제방의 왕버들 군락을 베어내고 돌망태 등의 '인공제방'을 만들어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또 그와 비슷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에 무단 나무 벌채가 자행된 곳은 산지와 내성천이 접하는 곳으로서 강 바로 옆에 논이 일부 들어서 있는 곳이다. 이른바 무제부 구간(제방이 없는 구간)으로 야생동물들이 편하게 강을 드나들 수 있어서 생태적으로 아주 중요한 구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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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성천의 제방을 따라 아름답게 자란 왕버들 군락. 내성천의 경관을 이루는 핵심요소 중 하나다. |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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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위 사진 그 자리가 이렇게 망가졌다. 아름다운 경관을 망치며 진행된 경상북도의 재해예방사업이란 명목의 하천공사 현장이다. 2015년의 일이다. |
ⓒ 대구환경연합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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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지라서 어쩔 수 없다는 예천군의 무책임한 답변지난 11월 말 내성천 모니터링에서 그 현장을 발견하고 그 즉시 예천군 하천과에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은 예천군 하천과 담당자는 연락을 받은 후 현장을 나와서 확인을 했다.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 시간이라 담당자가 도착했을 때는 어두워 현장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담당자는 현장의 일부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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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성천 왕버들 군락 무단 벌채 현장. 포크레인이 베어진 나무를 끌어내고 있다. |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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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확인하고 돌아간 그가 들려준 현장 상황에 대한 설명은 다소 이해가 안 됐다.
"인근 마을 이장을 통해 들어보니, 개인이 그곳에 농로를 내기 위해서 나무를 벌채한 것 같다. 그래서 지번을 조회한 바로는 사유지였다. 사유지에서 개인이 나무를 벌목하더라도 하천과에서 어떻게 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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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4년 4월에 일어난 내성천 왕버들 무단 벌채 현장. 이때도 예천군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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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벌채가 행해진 모든 구간이 사유지라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재차 물었다.
"아무리 사유지라도 그곳은 엄연히 하천변인데 그 나무들을 무단으로 벌채하는 것이 맞느냐, 그리고 모든 구간이 사유지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곳에 산지도 있었다. 지금 하는 말씀이 이번 내성천 나무벌채 문제에 대한 예천군의 공식 입장이 맞느냐?"예천군 담당자는 기자의 거듭된 항의성 질문에 다시 확인해보고 연락을 주겠다 했다. 그래서 기자는 관내 하천 보호를 잘 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한 강원도 양양군 하천과에 하천변 나무 벌채에 대해서 질의를 해보았다. 기자와 통화를 한 양양군 하천과 담당자의 설명은 이랬다.
"하천변의 제내지(하천 옆 농지나 대지)나 제외지(하천 안) 할 것 없이 하천변의 나무를 벌채 하려면 반드시 관할 시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단, 산림법상 10㎡ 미만의 구간은 허가 없이 벌채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하천변의 나무를 벌채할 때는 시군의 허가를 받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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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버들 군락을 유지하면서 제방공사를 한 경우도 있다. 영주시가 바로 그런 경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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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급 하천 내성천의 경관 보호, 시급하다모래강 내성천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우리 하천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원대 명예교수인 지질학자 오경섭 교수의 설명을 빌면 "내성천은 한국적 경관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는 하천"이라는 것이다.
내성천이라는 아름다운 하천을 가지고 있는 시군은 보다 철저히 하천을 관리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법적인 행위가 일어나는 데 책임을 물을 줄도 모르니 답답한 노릇이다. 도대체 시군의 존재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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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버들 군락이 초록으로 물들고 있다. 이때가 가장 아름다운데, 이처럼 내성천 모래톱과 어우러진 왕버들 군락이 내성천의 경관을 이루는 핵심요소 중의 하나다. |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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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모래강 내성천은 대구환경운동연합 백재호 운영위원장의 표현처럼 "지구별 유일의 모래 하천"이고, 한국적 경관미를 고스란히 간직한 하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성천과도 같은 강 하나쯤은 우리사회가 온전히 보존할 수 있는 수준은 돼야 한다. 우리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한편, 예천군 하천과에서는 거의 한달이 지나가는 이 시점까지 기자에서 약속한 추가 해명은 없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지난 9년 동안 4대강사업 현장을 기록하고 고발하는 역할을 맡아오고 있습니다. 4대강 재자연화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