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가 새해 첫날, 보도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MBC 보도국은 자체 조사를 바탕으로 오늘(2일) 사과 방송을 내보내기로 했고,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에 진상 조사를 의뢰했다.

지난 1일, <뉴스데스크>는 신년 화두로 정치권의 개헌 논의를 꼽으며, 개헌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묻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무술년 최대 화두 '개헌'…시민의 생각은?' 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는 여섯 명의 시민들의 목소리와, 전문가인 교수의 의견이 담겨있었다.

해당 리포트에 '24살 학생'으로 소개된 주아무개씨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촛불혁명을 지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폐해를 인식했다. 그런 사건들이 헌법 정신에 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해당 보도를 본 네티즌들은 주씨가 MBC 뉴미디어국에서 인턴기자로 일했던 증거를 제시하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박성제 MBC 보도국 취재센터장은 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시청자의 지적을 파악한 뒤 자체적으로 1차 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MBC 보도국 진상 조사... "취재 윤리 위반 인정, 조작은 아니다"

 네티즌들은 1월 1일 MBC <뉴스데스크>에 등장한 주아무개씨와 (아래) 엠빅뉴스에서 인턴기자로 일한 주아무개씨가 동일인임을 지적하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네티즌들은 1월 1일 MBC <뉴스데스크>에 등장한 주아무개씨와 (아래) 엠빅뉴스에서 인턴기자로 일한 주아무개씨가 동일인임을 지적하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 MBC/엠빅뉴스


MBC 보도국의 경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인터뷰를 리포팅한 남형석 기자는 '개헌'에 대한 대학생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인턴기자 주아무개씨에게 정치학, 법학 전공 대학생들을 추천 받았다고 한다. ▲ 개헌 찬반 여부 ▲ 기본권 개정에 포함됐으면 하는 부분 ▲ 선호하는 정부 형태 ▲ 바람직한 개헌 시점 등 공통 질문을 던졌고, 그 중 일부 답변을 리포트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조사를 위해 영상 원본 확인, 인터뷰이 조사 등을 마친 박성제 취재센터장은 "주아무개씨는 지난 7월부터 12월 29일까지 인턴으로 일했고, 현재는 학생으로 돌아간 상태다. 그래서 담당 기자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인턴기자였던 주아무개씨와 남형석 기자의 친구인 남아무개씨의 발언은 기자의 지인인 만큼 기사에서 배제했어야 했다. 인터뷰이 선정 과정에서 취재 윤리 위반이 있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오늘(2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경위를 설명하고 사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 센터장은 "특정 발언을 유도하거나 부탁하는 등의 '조작'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여러 시민들에게 동일한 질문을 건넸으며, 인터뷰에 응한 주아무개씨 등도 평소 생각을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어 주씨의 친구라는 의혹을 받은 신아무개씨에 대해서는 "주씨에게 추천 받은 정치 전공 학생이다. 신씨의 의견이 등장한 것은 별 문제가 없다"고 밝혔고, 네티즌들이 정의당 학생위원장이라고 알린 구아무개씨는 "구씨의 정의당 활동 여부는 담당 기자도 몰랐다고 한다.  발언 내용이나 인터뷰이로 등장한 것도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이들 외에 등장한 한아무개(56세, 공무원)씨와 이아무개(70세, 부산 금정구)씨는 서울역에서 만난 일반 시민이라고 밝혔다.

박성제 센터장은 "시민들의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시민들의 비판과 감시는 당연한 일이다. 질책이 있을 때마다 잘못된 일은 바로잡고 사과할 일이 있으면 바로 사과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자체 조사는 마쳤지만, 우리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시민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한다. 해서 공신력있는 외부 기관인 한국방송학회에 진상조사를 요청했다"면서, "한국방송학회 교수님들이 조사단을 구성해 조사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하고 후속 조치도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오보정정사과→조작 의혹... 돌아온 <뉴데>의 다사다난 일주일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2월 31일에도 제천 화재 보도와 관련해 사과 방송을 내기도 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2월 31일에도 제천 화재 보도와 관련해 사과 방송을 내기도 했다. ⓒ MBC


발 빠른 사과와 후속 조치가 이어졌지만 '지난 5년 동안 잃어버린 MBC 뉴스의 신뢰를 되찾겠다'며 재정비까지 마치고 돌아온 게 지난 12월 26일이다. 방송 재개 일주일 만에 제천 화재 사고 보도에 대한 정정보도가 있었고, 이에 대한 사과 방송이 전파를 탄 게 지난 12월 31일이다. 불과 하루 만에 새로운 논란이 추가된 것이다. 일주일 사이 연이어 터진 논란과 사과 방송에, MBC 정상화를 기대하며 지난 파업을 지지했던 시민들의 실망감이 더해지고 있다.

박성제 센터장은 "그저 사과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 제대로 된 보도를 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천 화재 보도나 이번 인터뷰이 선정 문제 같은 경우는, 어떤 정파적 문제가 아닌, 취재의 기본이 무너진 데서 발생한 문제"라면서, "지난 기간 MBC 보도국 내에서 취재의 기본이 많이 무너져 있었다. 젊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저널리즘의 원칙과 윤리에 대한 재교육을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시기를 더 앞당겨 진행하겠다"며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전했다.

뉴스데스크 오보 조작 논란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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