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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솔방울 처럼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홍합 무더기. 정원이 아름다운 반월도의 한 집에서 만났다.
 흡사 솔방울 처럼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홍합 무더기. 정원이 아름다운 반월도의 한 집에서 만났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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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여행은 호젓해야 제격이다. 호젓한 분위기는 섬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피서객들로 북적이던 여름과 달리, 겨울이어서 더 호젓한 섬이다. 첩첩산중에 빗대, '첩첩섬중'으로 간다. 신안 안좌도에 딸린 반월도다.

반월도는 섬 속의 섬을 넘어, 첩첩섬중에 있다. 목포항에서 서쪽으로 30여㎞ 떨어져 있다. 거리로 보면 뭍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섬이다. 다만 찾아가는 여정이 여러 개의 섬을 거쳐야 한다.

반월도에 가려면 신안 압해도 송공항에서 배를 타는 게 가깝다. 송공항으로 가려면 목포에서 압해대교를 건너야 한다. 송공항에서 탄 배는 새천년대교로 이어질 암태도로 간다. 새천년대교는 공사가 순조롭게 될 경우 올해 말 개통 예정이다.

신안 압해도 송공항. 반월도에 가려면 여기서 배를 타야 한다. 송공항은 신안 다도해를 연결하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신안 압해도 송공항. 반월도에 가려면 여기서 배를 타야 한다. 송공항은 신안 다도해를 연결하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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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압해도와 암태도를 이어 줄 새천년대교 공사 현장. 이 대교가 완공되는 올해 말이면 안좌도까지 자동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신안 압해도와 암태도를 이어 줄 새천년대교 공사 현장. 이 대교가 완공되는 올해 말이면 안좌도까지 자동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게 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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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태도 오도선착장에 내려선 차편을 이용해야 한다. 연도교를 건너 팔금도, 안좌도로 간다. 안좌도 두리마을에선 나무다리를 건너 박지도를 거쳐 반월도로 들어간다. 두리 선착장에서 도선을 이용해 반월도로 들어갈 수도 있다.

뭍에서 가려면 압해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를 거쳐 박지도와 반월도로 들어가는 여정이다. 5개 섬을 거쳐서 닿는 섬이 반월도다. 한 번의 나들이로 여러 개의 섬과 눈맞춤을 할 수 있다.

암태도로 가는 배편은 잦은 편이다. 압해도 송공항에서 하루 20여 차례 있다. 배를 타면 30여 분만에 암태도까지 데려다 준다. 시간은 조금 더 걸리지만 목포여객선터미널이나 목포북항에서도 배가 몇 차례 들어간다.

박지도와 반월도를 이어주는 길이 915m의 나무다리. 사람과 이륜차만 오가는 인도교다. 다리를 건너면서 수많은 갯벌생물을 살필 수 있다.
 박지도와 반월도를 이어주는 길이 915m의 나무다리. 사람과 이륜차만 오가는 인도교다. 다리를 건너면서 수많은 갯벌생물을 살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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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갯벌과 갯골. 썰물이 되면 박지도와 반월도는 갯벌로 둘러싸인 섬이 된다.
 바닷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갯벌과 갯골. 썰물이 되면 박지도와 반월도는 갯벌로 둘러싸인 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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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월도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섬이다. 반월도가 베일을 벗은 건 몇 해 전 전라남도가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하면서다. 섬의 모양이 반달처럼 생겼다고 '반월도'다. 안좌도에 가까이 딸려 있다.

물이 빠지면 갯벌로 둘러싸이는 섬이다. 100여 명이 살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섬 고유의 정취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가족, 친구, 연인끼리 호젓한 섬여행을 즐기기에 맞춤이다.

반월도로 가려면 안좌도 두리마을에서 나무로 연결된 소망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 두리마을에서 박지도를 잇는 다리가 547m, 박지도에서 반월도를 이어주는 다리가 915m에 이른다. 차는 다닐 수 없다. 사람과 이륜차만 오가는 인도교다. 증도의 짱뚱어다리와 흡사하게 생겼다. 2008년 완공됐다. 다리를 건너면서 수많은 갯벌생물을 살필 수 있다.

섬과 섬을 이어주는 나무다리. 안좌도 두리마을에서 박지도를 이어주는 다리로 길이 547m에 이른다. 반월도에 가는 길에 먼저 만나는 목교다.
 섬과 섬을 이어주는 나무다리. 안좌도 두리마을에서 박지도를 이어주는 다리로 길이 547m에 이른다. 반월도에 가는 길에 먼저 만나는 목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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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노두의 흔적. 박지도의 비구와 반월도의 비구니 사이에서 생긴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중노두의 흔적. 박지도의 비구와 반월도의 비구니 사이에서 생긴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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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다리를 건너 반월도 초입에서 '중노두'도 만난다. 중(스님)과 엮이는 노두다. 섬에 전해 내려오는 스님들의 사랑 이야기가 애틋하다. 옛날 반월도에 젊고 예쁜 비구니가 살았다. 가까운 섬 박지도에는 젊은 비구가 살았다.

두 스님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하지만 건너편 섬에서 아른거리는 자태만으로도 서로 사모했다. 연정을 느낀 박지도 비구가 먼저 망태에 돌을 담아 반월도 쪽 갯벌에 붓기 시작했다. 반월도 비구니도 광주리에 돌을 담아서 박지도 쪽으로 부었다. 두 스님이 중년이 됐을 무렵 노두가 완성됐다.

서로 사모하던 두 스님은 노두를 따라가서 처음 만났다. 노두의 돌무더기 위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사이 바닷물이 빠르게 불어났다. 두 스님은 바닷물에 휩쓸려 물속으로 사라졌다.

이 노두가 '중노두'다. 스님이 쌓았다. 중노두는 밀물 때엔 볼 수 없다. 바닷물이 빠지는 썰물 때만 드러난다. 지금도 썰물 때면 중노두를 통해 반월도와 박지도를 오갈 수 있다는 게 섬주민들의 얘기다.

반월도의 당숲. 300년 넘은 팽나무 몇 그루와 느릅나무, 후박나무가 어우러져 멋스럽다.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받은 숲이다.
 반월도의 당숲. 300년 넘은 팽나무 몇 그루와 느릅나무, 후박나무가 어우러져 멋스럽다.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받은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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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월도의 겨울. 밭에 심어진 마늘이 파릇파릇 돋아나 섬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반월도의 겨울. 밭에 심어진 마늘이 파릇파릇 돋아나 섬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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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월도에 아름다운 숲도 있다. 당제를 지냈던 반월도 당숲이다. 300년 넘은 팽나무 몇 그루와 느릅나무 후박나무가 어우러져 있다. 오래 전 마을사람들이 당숲 앞으로 지나다니지 않았다. 당숲 아래로 돌아서 지났다.

지금도 지긋한 어르신들은 당숲 아래로 지나다닌다. 예부터 주민들이 신성시 해온 숲이다. 몇 해 전 생명의숲과 산림청, 유한킴벌리에서 주는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받기도 했다.

반월도로 가는 길에 만나는 박지도의 산책로도 다소곳하다. 섬의 해변과 숲을 가로지르는 산책로다. 숲길에서 옛날 중노두의 주인공 비구가 살았다는 암자와 우실샘의 터도 만난다. 인공의 흔적을 억제한 숲길이다.

폐교된 안좌초등학교 반월분교 터. 어린이들을 찾아보기 힘든 섬 지역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폐교된 안좌초등학교 반월분교 터. 어린이들을 찾아보기 힘든 섬 지역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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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월도의 텃밭. 섬주민이 텃밭에서 배추를 뽑고 있다. 반월도는 집과 집 사이에 조그마한 텃밭이 많다.
 반월도의 텃밭. 섬주민이 텃밭에서 배추를 뽑고 있다. 반월도는 집과 집 사이에 조그마한 텃밭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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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월도와 박지도를 품은 안좌도는 수화 김환기(1913-1974)의 태 자리이기도 하다. 김환기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양화가다. 안좌도 읍동마을에서 태어났다. 20대 초반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며 추상미술운동에 참여했다. 24살 때 귀국, 3∼4년 동안 여기에 살면서 작품활동을 했다. 이후 서울대와 홍익대 교수를 지냈다.

김환기는 동양의 직관과 서양의 논리, 한국적 특성과 현대성을 겸비한 그림을 구상과 추상을 통해 실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의 생가가 읍동마을에 있다. 국가지정문화재 제251호로 지정돼 있다.

안좌도 읍동마을에 있는 수화 김환기 화백의 생가. 김환기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양화가다.
 안좌도 읍동마을에 있는 수화 김환기 화백의 생가. 김환기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양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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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반월도, #중노두, #김환기생가, #안좌도, #가고싶은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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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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