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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국 1000명 정도를 대상으로 한 수많은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현상 진단 및 미래 예측을 시도한다. 일단 내년 트렌드는 올해의 욜로와 1코노미를 깔고 가면서, 전문가에 대한 불신, 정치 쇄신의 요구 지속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2018 대한민국 트렌드> 내용을 조금 자세하게 살펴보자.

2018년 대한민국 트렌드

<2018 대한민국 트렌드> 표지
 <2018 대한민국 트렌드> 표지
ⓒ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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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는 상업적으로 남용된 측면이 많아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정말로 가치가 있다면, 쌈짓돈이라도 지출하겠지만 사람들은 이미 1코노미와 미래 리스크로 인해 마음껏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은 없다.

재미있는 사실은, 응답자 95.5%가 현재 부동산 가격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여윳돈이 있다면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다는 응답 또한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투자 대상으로 부동산은 아직도 가격 상승 여력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1인 가구를 넘어 1인 체제로'라는 부제에서는 1인 가구가 아니라도 혼밥이 어색하지 않은 세태를 살펴본다. 이미 많은 식당에서 혼밥이 일반적이지만,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고깃집과 스테이크 식당 분야에서 혼밥족들을 겨냥하면 틈새시장 개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SNS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대답했다. 반려동물을 넘어 반려식물이라는 개념이 수용 가능하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도 40%를 넘는다.

전문가의 의견은 불신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이라도 온라인 상품평을 확인하는 것이 오늘날의 소비자다. 상품평을 쓰게 되는 계기로는 불만이 있을 때가 1위를 차지하였으므로, 판매자는 소비자의 불만에 대해 적절히 대처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다이소에 열광했지만, 쉑쉑버거에는 실망했다. 유명 레스토랑의 한국 지점은 비싸고 맛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해서 사람들은 정치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문빠'로 대표되는, 정치인에 대한 덕질이 나타난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사람들은 공유경제에 대해서 우려 반, 기대 반의 태도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가 지속되는 이유로 미흡한 제도를 꼽았으며, 시민 의식의 부재를 탓하는 사람은 적었다. 인구절벽에 대한 걱정,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일자리 감소를 두려워하는 소비자들은 기본소득제에 대해서는 과거에 비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일본은 한국의 미래인가?

트렌드 2018을 외치는 책들이 난무하는 요즘,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일본과 한국을 비교한 책의 마지막 부분에 있다. 이 책을 쓴 마크로밀이라는 회사의 본사가 일본에 있어, 두 나라를 비교하는 일을 수행하는 데 적절했다고 본다.

IMF는 <한국 보고서 2016>에서 "한국의 인구 구조가 20년 격차를 두고 일본을 그대로 뒤쫓고 있다"고 말했고, 2016년 현대경제연구소 설문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73.6%가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에 접어들 것"이라 전망했다. 과연 그럴까? 마크로밀은 20~50세의 도쿄와 서울 시민 각 1000명을 설문 조사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한국인이 일본인에 비해 현재 지향적이다. 도쿄 사람들은 브랜드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며, 맛집을 찾아다니지 않고, 혼밥에 더 익숙하다. 특히 맛집을 찾아간다고 대답한 비율은 서울 사람이 46%인데 비해 도쿄 사람은 13%에 불과했다. 한국인의 현재 지향성은 가치 소비의 대명사인 문화 소비에서 잘 나타난다. 영화를 비롯한 문화 소비에서 한국인은 일본인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었다.

부동산에 대한 시각도 조금 다르게 나타났다. 양쪽 모두 서울과 도쿄의 집값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서울인의 60%가 향후 집값이 상승하리라 전망한 데 비해, 도쿄인은 30%만이 집값 상승을 점쳤다. 또한, 서울 사람은 68%가 내 집을 꼭 마련해야 한다고 응답했지만, 도쿄 사람은 겨우 24%가 그렇게 말했다.

시사점

책 서문에서 집필진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설문조사 결과를 해석해서 시사점을 내놓겠다고 말하고 있다. "So what?"에 대답하지 못하는 연구결과는 무익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도 동의한다. 그래서 나도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욜로에 관한 첫 번째 장에서 배울 것이 많다고 본다. 욜로는 분명한 진리다. 그러나 2017년 한 해 동안 나타난 기업들의 욜로 마케팅은 성공하지 못했다. 아무리 인생이 한 번뿐이라 하더라도, 지금 가진 돈을 전부 쏟아부어 세계 일주를 떠날 수는 없다.

인간 감정의 원초에는 공포와 불안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력구제가 당연시 되는 신자유주의적 시장질서에서 내일 내가 먹을 빵을 벌어줄 사람은 결국 나 자신뿐이다. 불안한 마음은 얄팍한 욜로 마케팅에 현혹되지 않는다.

일본이 한국의 20년 뒤 모습이라면 얼마나 편리할까?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설문 조사 결과가 아니더라도, 일본을 우리의 묵시록으로 삼을 수는 없다. 기술의 발전 정도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이 인구절벽에 직면했을 때 사용할 수 없었던 기술이 지금 우리 손에는 쥐어져 있다. 따라서 우리의 미래는 인구절벽보다는 기술발전의 틀에서 점쳐보아야 할 것이다.

미래예측은 늘 빗나간다. 로봇이나 바이오 분야의 기술발전은 내 어릴 적 만화에 나오던 모습에 비해 대단히 미흡하지만, 그 당시에는 상상도 못하던 무선통신 기술이 세계를 뒤바꿔 놓았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만큼 부질없는 행위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미에 당기는 행위도 없다.

나는 2018년에 세상이 많이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비트코인 버블이 뭔가 바꾸어 놓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비트코인이 버블 붕괴로 막을 내릴지, 블록체인의 미래를 앞당길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금융혁신을 외치고 있다. 올해 급성장한 P2P 대출 시장을 봐도 금융권이 외면하고 있는 금융에 대한 수요는 거대하다.

금융혁신의 열쇠를 쥐고 있는 블록체인이 2018년에는 어떤 형태로든 일단 대개의 국가들에서 제도권으로 편입될 것이다. 하지만 그 여파는 서서히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 같다. 송금 수수료가 저렴해지고, 금융정보의 전달 방식이 개선되는 정도를 2018년에 볼 수 있지 않을까?


2018 대한민국 트렌드 - 마크로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18 전망

최인수 외 지음, 한국경제신문(2017)


태그:#마크로밀, #2018 대한민국 트렌드, #미래예측, #욜로, #금융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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