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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에 태어난 천사 같은 아이와 소중한 추억거리를 차곡차곡 만드는 행복한 아빠입니다. 아기를 혼자 돌봐야 하는 데 걱정이 많은 아빠들을 위해 아기와 둘이 있으면서 익힌 육아 노하우와 재밌는 이야기를 독자 분들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글에서 설명하는 육아 이야기는 제 아이를 키우면서 제가 느낀 주관적인 사견임으로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글이 아님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 기자 말

오늘은 아기가 힘이 넘치는 날이라 그럴까요? 아니면 아랫니가 나고 있어서 이가 아파서 그럴까요? 아내가 열심히 안고 흔들어도 울기만 할 뿐 잠을 자질 않습니다. 이제 몸무게도 거의 10kg가 다 되어가서 손목 발목이 다 안 좋은 아내에게 아기는 너무나 무거운 당신입니다. 이제 아내에게 휴식을 주고 아빠의 아기 재우기 필살기를 써서 아기를 재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빠의 아기 재우기 1단계 준비물 : 아기띠, 짐볼, 공갈꼭지

졸음 신호를 보낸 아기를 안고 잠시 토닥토닥 했더니 아기가 스스로 눈을 감고 잠을 자서 침대에 살며시 눕혔더니 푹 자네요! 라고 하시는 아빠들이 있으신가요? 이 분들은 전생에 이순신 장군과 함께 나라를 구했거나, 유관순 열사와 독립운동을 함께 한 국가의 영웅이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현실의 우리 아기들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아기들은 잠이 들기 싫어서 할 수 있는 온갖 기술은 다 부릴 겁니다. 아마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울 것이고요, 온 힘을 다해 뒤집으려고 하거나, 빨기 욕구가 폭발해서 입맛을 다실 것입니다.

이런 '앵그리 베이비'를 달래기 위한 1단계로 먼저 쓸 수 있는 방법은 아기띠와 짐볼입니다. 아기띠를 이용해 아기를 안아주면 아기는 아빠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편안하게 잠이 들 수 있거든요. 또, 짐볼을 이용해 아기를 재울 수도 있습니다. 아기를 안고 짐볼에 앉아 튕겨주면서 아기에게 안정을 줘보세요.

우리 아내는 자연주의 출산을 시도했는데요. 이 때 아기 잘 내려오라고 쓰던 운동 도구가 바로 짐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짐볼이 아기 재우기에도 효과가 만점이더라고요. 온몸으로 아기를 흔들어주기 힘드신 아빠, 엄마들도 사용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아기가 잘듯 말듯 하다가 입맛을 자꾸 다시면서 잠에 못 드는 경우가 많을 텐데요. 이것은 아기의 빨기 욕구가 매우 왕성하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아빠들의 젖을 물리면 아기의 앵그리지수를 더 높이기 때문에 자제해주시고, 공갈꼭지를 물려주시기 바랍니다. 공갈꼭지 사용이 괜찮다는 육아정보도 많고, 좋지 않다는 내용의 정보도 있지만 저의 경우에는 아기가 정서적으로 안정을 느끼는 것 같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1단계 준비물 아기띠와 짐볼
 1단계 준비물 아기띠와 짐볼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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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아기 재우기 2단계 준비물 : 휴대용 노래방 마이크, 스마트폰

1단계를 시도했더니 아기가 더 자지러지게 운다고요? 격하게 공감합니다. 우리 아기도 요즘 1단계에서 잠을 잘 못 자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요즘에 우리 아기 잠자는 시간만 되면 2번째 단계로 '자장가요'가수가 됩니다. 조용히 토닥토닥 자장가를 불러줘서 자면 다행이지만, 아기가 자장가에 적응을 한 지 6개월 쯤 되니까 '아빠 이게 다야?' 이런 표정으로 눈을 번쩍 뜨고 쳐다보더라고요.

그래서 많은 고민을 하다가 방법을 바꿔보았습니다. 그냥 제가 노래에 심취해서 불러보기로 한 것이지요. 물론, 제가 워낙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열혈 애창가라서 아내는 아기 재우려는 핑계로 제가 노래 연습하는 거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아기가 잘 자니 이제는 아내도 그러려니 하는 것 같습니다.

'자장가요'로 아기 재우기! 아주 간단합니다. 먼저, 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휴대용 노래방 마이크를 준비합니다. 이 마이크에서 반주도 나오고 에코와 볼륨도 조절할 수 있더라고요. 그 다음 준비된 마이크와 스마트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하고,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노래를 검색해서 재생합니다.

그리고 한 손과 가슴팍으로 아기를 부드럽게 안은 상태에서 다른 손으로 열심히 애절한 자장가요를 불러주면 끝! 요즘 저는 윤종신의 '좋니'를 자주 불렀는데요. 노래에 푹 빠져 부르다 후렴의 절정부분인 '아프다~~행복해줘~'하니 아기가 꿈나라로 가있더라고요.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마이크에서 나오는 에코가 안정감을 주는 것 같고, 제가 노래를 부르면서 심취해서 자연스레 아기를 흔들어주니 잠이 드는 것 같습니다. 또, 반주소리가 적당한 소음이 되어서 효과를 배가시키는 것이지요.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반드시 낮잠 재우기에만 써야 한다는 점이지요. 밤에는 이웃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까요. 밤잠을 잘 때는 마이크를 쓰지 말고 아빠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기를 재워주세요.

아빠의 자장가요로 아기 재우기
 아빠의 자장가요로 아기 재우기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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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는 엄마 아빠가 전형적인 수다쟁이고 음악을 자주 듣는 편이어서 자장가요가 아기에게 꿀잠을 선사합니다. 그런데 아기들 중에는 노래를 시끄럽다고 생각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잠을 잘 자는 아기들도 있을 것입니다. 아빠가 아기의 취향을 잘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만약에 음악을 좋아하는 아기라고 판단하셨다면 저처럼 '자장가요'가수가 되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우리 집 아기가 제일 좋아하는 자장가요 베스트5를 공개합니다.

1. 안치환 – 내가 만일 
요즘 우리 집 아기는 이 노래의 간주부분만 들어도 벌써 나른해지기 시작합니다. 멜로디가 아주 잔잔하거든요. 후렴 부분 마지막 가사를 조금 바꿔서 사랑하는 아기를 위해 불러주세요. '사랑하는 나의 아들(딸)아 너는 아니, 이런 아빠 마음을'

2. 한동준 – 너를 사랑해
이 노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세레나데입니다. 가사가 참 아름답죠. 또, 음악 속에 새소리가 들려서 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아기와 맞이하는 아름다운 아침을 생각하면서 사랑을 담아 불러주세요.

3. 신승훈 – 오랜 이별 뒤에 
제가 버스를 타면 잠을 잘 안 자는 편인데, 이 노래를 들으면서 자연스레 잠든 기억이 납니다. 이 노래가 이별 노래임에도 자장가로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죠. 역시나 부전자전인지 아기도 이 노래를 불러주니 잘 잡니다.

4. 버즈 – 은인
제 아내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바로 버즈입니다. 아기가 뱃속에서부터 이 노래를 자주 들어서 그런지 이 노래를 들으면 참 편안해합니다. 게다가 이 노래는 민경훈의 소몰이 바이브레이션이 상대적으로 덜 등장해서 좀 더 부드럽게 느껴지는 노래지요.

5. 김장훈 –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절대 김장훈의 창법을 따라하면 안 됩니다. 김장훈의 창법은 김장훈만 불렀을 때 매력적이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따라했더니 자던 아이가 울면서 깨더라고요. 아빠 본인의 목소리로 부르길 추천합니다.

아기가 잠들었다고 끝이 아니다

아기가 잠이 들었어도 길게 푹 자게 하려면 아빠들이 지켜야 될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사실, 이 단계가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하지요. 기껏 30분 넘게 노력해서 재웠는데 아기가 홀라당 잠이 깨버린다면 그것만큼 속상한 게 없거든요. 또, 자다 깼을 때의 울음은 정말 엄마 찬스가 없다면 정말 달래기 힘들 정도입니다. 저의 팁을 잘 기억하셨다가 아기의 숙면을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첫째, 아기가 깊은 잠에 들면 침대나 매트에 내려놓으세요. 아기가 선잠을 자고 있을 때 내려놓는다면 십중팔구 눈을 번쩍 뜹니다. 아기가 잘 때 주위에 사람이 없으면 무섭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면서 누가 옆에 있는지 확인하면서 잠이 들기 때문이죠. 최소한 10분 정도는 안아서 잘 재우다가 눕히기를 추천합니다.

둘째, 침대나 매트를 따뜻하게 정돈하고 눕히세요. 아기 등센서는 이제 알고 계시죠? 이 등센서는 차가울 때 더 빨리 작동하는 게 특징입니다. 따뜻한 담요나 이불을 깔아두고 아빠의 몸도 함께 누우면서 부드럽게 아기를 놓을 듯 말 듯 눕혀야 합니다. 정성을 들이지 않고 아기를 빨리 눕히면 아기가 다 알더라고요.

셋째, 아기 옆에 뒤집기 방지용 이불을 두는 게 좋습니다. 아기가 잠에서 깨는 경우는 옆으로 자다가 자기도 모르게 몸을 뒤집고 놀라서 눈을 뜨는 경우이거든요. 작은 이불을 잘 접어두거나 긴 베개를 옆에 둬서 아기가 뒤집지 못하게 옆에 잘 두면 뒤집으려다가 실패하고 다시 잠에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아기가 잠에서 깨서 눈을 뜰 때 빨리 아빠의 얼굴을 보여주세요. 아기가 잠에서 깰 때 엄청난 공포를 느낀다고 합니다. 그 때, 엄마 아빠가 안 보이면 더 무섭겠죠. 저는 아기가 잠에서 깨려고 하면 얼굴을 들이밀고 미리 활짝 웃고 있습니다.

아기가 더 무서워 할 것 같다고요? 이제는 아기가 제 얼굴에 적응했는지 아기도 함께 방긋 웃어줍니다. 또, 아기가 좋아하는 인형이나 장난감을 들고 있다면 아기는 더 안정감을 느낄 것입니다.

아기가 잠든 이후도 끝이 아니다. 아기가 뒤집기 하면서 깨지 않도록 긴 베개나 이불을 옆에 둔다.
 아기가 잠든 이후도 끝이 아니다. 아기가 뒤집기 하면서 깨지 않도록 긴 베개나 이불을 옆에 둔다.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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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잠에서 깰 때는 아빠미소를
 아기가 잠에서 깰 때는 아빠미소를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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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잠을 잘 자다가 깰 시간이 안 되었는데 울면서 깨는 경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뒤집기와 일어나기 본능으로 자기도 모르게 깨는 경우, 자다가 엄마가 있나 확인하고 자려 했는데 엄마가 없어서 절망한 경우, 공갈꼭지를 물고 잤는데 아빠가 뺐거나 본인이 실수로 뱉어서 입에 없는 걸 발견했을 경우, 잠자리가 춥거나 더워서 불편한 경우 등입니다.

이럴 땐 공갈 꼭지를 다시 물리거나 아빠의 목소리를 들려주며 토닥토닥 하면 다시 잘 때도 있지만, '엄마 불러와!'하면서 더 서럽게 울어서 당황한 적이 많으실 겁니다.

저는 이 때 사용하는 필살기로 스마트폰에 저장해 놓은 엄마 목소리 녹음파일을 틀어줍니다. 물론, 엄마가 근처에 있다면 실물 엄마가 최고겠지만, 항상 엄마가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아기는 신기하게도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아빠 목소리를 들을 때는 서러운 울음소리를 내다가도 엄마 목소리를 듣고 바로 진정하고 다시 잠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녹음파일은 이유식용, 놀이용, 자장가용 등 다양한 주제로 준비해놓으면 아기 재울 때 말고도 여러 경우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공지영의 산문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참 인상적으로 읽었는데요. 김장훈의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아기 자장가요로 부르다 보면 꼭 이 책이 생각나더라고요. 언제 어디서 무얼 하든 묵묵히 사랑하는 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습니다.

육아를 하면서 아기가 잠에 잘 안 들거나 몸이 아파서 지치고 힘들 때면 저를 키워주신 부모님이 자꾸만 생각납니다. 정말 고맙고 죄송스러울 따름이지요. 이제는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하고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분들을 한 아이의 아빠로서 열렬히 응원합니다.


태그:#육아빠, #아기잠, #수면교육, #자장가요, #주간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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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사랑이 가득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교육이야기를 전하고자합니다. 또, 가정에서는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한 아이의 아빠로서 사람사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바둑과 야구팀 NC다이노스를 좋아해서 스포츠 기사도 도전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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